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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엿새째(6월 13일 기준) 급락했다. 지난 6월 4일 154만 원이었던 주가는 6월 13일 135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40만 원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6월 7일인 지난 금요일 하루만 해도 6% 넘게 급락하는 등 5거래일 만에 무려 10% 가까이 빠지면서 주가가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강도 높은 매도가 주요 원인이다. 지난 6월 7일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은 45만3732주(6652억 원)에 달했으며 7, 10, 11일 3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도액은 1조2250억 원을 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2조2422억 원이 증발했다. 단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부진보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한국의 금융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주가 저점에 대한 불안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급락 쇼크 내막은… 보고서 2편이 외국인 불안 심리 자극
신종균 사장 반박 “갤럭시 S4 잘나가”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은 JP모건·모건스탠리 등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달아 갤럭시 S4 등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이유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4 판매량 부진을 이유로 목표 주가를 201만 원에서 190만 원으로 낮췄다. JP모건의 보고서가 나오자 이날 하루 외국인들은 6600억 원어치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이어 6월 11일에 모건스탠리도 같은 이유로 목표가를 180만 원에서 175만 원으로 낮춰 잡으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2연타를 맞았다. 한편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 쇼크로 국내 증시 또한 휘청거리고 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추락으로 코스피 지수는 동반 하락하면서 6월 13일 오전 1890선 밑으로 내려갔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로 촉발된 최근의 주가 급락과 관련해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삼성전자IM(IT·모바일) 부문 사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신 사장은 6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열린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기들(JP모건)이 지나치게 높게 기대했다가 다시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갤럭시 S4 판매는 우리 계획대로 잘나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스마트폰 판매 부진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신 사장의 노력에 낙폭은 줄었지만 하락세는 꺾지 못한 채 삼성전자는 138만 5000원에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코스피의 부진은 최근 아시아 증시 전반에 공통적으로 불어 닥친 ‘외국인 대량 매도세’ 쇼크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일본·중­­­­­동남아시아 등 주요 아시아 증시에서 돈을 빼내 탈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뭉텅이 돈은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적 완화는 대표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중앙은행이 유동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출구전략, 즉 경제가 살아나 달러화를 더 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양적 완화 축소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어난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은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주가가 5% 이상 급락한 횟수는 지난 6월 7일을 제외하고 모두 22회로, 대부분은 글로벌 주식시장 또는 코스피 지수 폭락과 연계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코스피 지수 대비 4% 이상 떨어진 것은 총 다섯 번뿐이며 이 가운데 세 번은 삼성전자의 공식 실적 발표와 관련해 발생했고 예외가 있다면 구글이 모토로라를 전격 인수했던 날(2011년),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패소한 날(2012년) 정도였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처럼 공식적이지 않은 변수에 의해 주가가 이상 급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그 근거가 너무 불확실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실적이 무너지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주가가 어렵지 않게 회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고가 스마트폰 수요 증가 속도 둔화에 대한 걱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우려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갤럭시 S4에 대한 초기 기대감이 다소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출시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기 때문에 판매 둔화에 대한 주장은 객관성과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천정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이다. “미국의 출구전략 및 하이엔드 스마트폰 성장성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의 삼성전자의 매도세가 집중됐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고려했을 때 외국인의 과도한 매도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1조5000억 원)과 공매도 금액(2591억 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동반 폭락을 제외한다면 비정상적인 규모라는 것이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급락 쇼크 내막은… 보고서 2편이 외국인 불안 심리 자극
비정상적인 순매도·공매도 금액

이처럼 특별한 악재도 없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외국인이 대량 매도한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순히 외국계 증권사가 작성한 보고서로 촉발된 사태로 파악하기엔 매도량이 너무 많은 데다 외국인의 매도 패턴도 석연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직적인 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기 세력이 개입한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 외국인들이 하루에 몇 천억 원어치씩 팔아 치우는 현상에 대해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가가 6% 이상 하락한 6월 7일의 공매도 거래 금액은 1148억 원(7만8446주)으로 전 거래일보다 588.6% 늘었다.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11일까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대차잔액을 85만여 주나 늘린 점도 공매도 의혹에 대한 전문가들의 추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외국인이 6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치면서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율도 6월 13일 현재 48.54%로 하락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체적으로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이머징 마켓에서 발을 빼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팔기 쉬운 삼성전자를 과도하게 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지수를 먼저 팔고 삼성전자의 주식을 팔면서 차익을 챙기는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대내외 악재에 6월 13일 1900 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세를 강화한 것도 지수 하락에 일조했지만 그보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6월 13일)에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불확실성, 일본 증시 급락 영향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 축소 우려가 국내 증시를 휘청거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작전 세력’에 대한 의혹이 흘러나오자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외국인 매도 패턴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지 살핀다는 계획이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급락 쇼크 내막은… 보고서 2편이 외국인 불안 심리 자극
135만~140만 원 지킬 것

한편 전문가들은 갤럭시 S4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외국인들의 투매 공세는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노키아와 달리 다양한 모델의 라인업 출시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의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해 가고 있어 충분히 반등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갤럭시 S4 판매량에 대한 우려는 출시 시점이 다소 늦춰져 초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게 형성된 게 정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불협화음”이라며 목표 주가를 190만 원으로 제시했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체 분기별 출하 예상은 1분기 7000만 대, 2분기 7600만 대, 3분기 8400만 대, 4분기 9000만 대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210만 원으로 제시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낙관적이다. “삼성전자의 현 주가 수준은 2013년 기준 주가수익률(PER) 6.5배, 주가순자산배율(PBR) 1.6배, 2014년 기준 PER 5.6배, PBR 1.3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의 견조한 실적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우려를 넘어서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반영한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이 호황기에 들어가는 시점이어서 반도체 부문도 성장세에 한몫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사업부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30%를 웃돌 것”이라며 지난해 스마트폰의 고성장이 반도체 사업부로 이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주가와 관련해서는 현재 수준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며 135만~140만 원대가 지지선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가가 단기 급락하면서 장기 추세선인 200일선이 무너졌지만 저점에 도달함에 따라 코스피 지수도 1900 선 근처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올해들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Fed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 엔·달러 환율 급등으로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 약세였으나 이러한 악재 가운데에서도 코스피가 그간 1900선을 지켜낸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삼았다.

김성환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도가 삼성전자에 편향된 측면이 컸던 동시에 셀링 클라이맥스(selling climax)는 지났다는 판단이다. 또한 코스피의 레벨 다운을 주도하기에는 외국인 매도를 부추길 만한 빌미가 총족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수준이 저점이고, 코스피는 1900 선에서 강한 하방경직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팅에서 양적 완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일부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최악의 경우 박스권 하단을 뚫고 내려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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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