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경험에서 배우는 전환기의 위험관리


상반기 글로벌 자산시장은 선진국들의 완화적 통화 환경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물론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가장 부진한 시장에 해당한다. 어찌됐든 상반기 마무리 시점인 6월 들어 단기간 상승 폭이 컸던 일본 증시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조정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각국의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안전 자산인 채권도 손실이 발생하는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시장의 속성이라는 게 언제나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최근 몇 년간의 자산시장은 선례가 없는 양적 완화라는 통화정책 환경, 상대적 차이를 구분하기조차 힘든 선진국의 경제 부진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투자 역사 또는 경험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 주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 즉 현재와 유사한 역사나 경험에 대한 이해는 위험에 대응하는 도구로서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과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와 자산시장의 활력으로 작용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정책과 경기 회복세는 궁극적인 세계경제의 구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경제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하반기 미국 경제의 회복은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경제와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가 중요한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유사한 상황이었던 1994년의 미국 경제와 글로벌 자산시장의 흐름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역사적 경험 면에서 부정적이다. 미국의 본격적 경기 회복이 미국을 제외한 상대국으로부터 자금 이탈을 유발해 특히 이머징 경제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했었던 것이다.
원.엔 환율 9년7개월來 최저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원.달러 환율이 하락 반전하면서 원.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100엔당 768.60원을 기록한 가운데 14일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고객과 통화를 하고 있다. 앞의 그래프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의 원-엔 환율 변동 그래프이다.
    http://blog.yonhapnews.co.kr/f6464
    scoop@yna.co.kr
(끝)
원.엔 환율 9년7개월來 최저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원.달러 환율이 하락 반전하면서 원.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100엔당 768.60원을 기록한 가운데 14일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고객과 통화를 하고 있다. 앞의 그래프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의 원-엔 환율 변동 그래프이다. http://blog.yonhapnews.co.kr/f6464 scoop@yna.co.kr (끝)
출구전략, 이머징이 더 타격 클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990년의 주택대부조합 파산 사태(주택 관련 부채 문제이면서 부동산 버블의 구조적인 상황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하다)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장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Fed는 1994년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이자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채 가격 급락에 따른 채권시장 붕괴, 파생상품 시장의 패닉(오렌지카운티 파산 사태), 멕시코 페소화 사태와 같은 이머징 국가의 외환 위기를 동시에 유발했다. 이후 강세로 전환된 달러화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불러왔고 높은 금리와 강한 통화에 매력을 느낀 글로벌 자금의 미국 유입(미국 외 경제로부터의 유출)으로 미국 증시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1997년 동아시아 통화 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으로 이어지는 이머징 자산시장 위기 발생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의 경기 회복, 양적 완화 중단 가능성, 달러화 강세 전환, 원자재 가격 하락, 금리 상승, 이머징 통화 변동성 확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Fed의 양적 완화 중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유동성 축소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닌 1994년 이후 상황 재연에 대한 걱정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Fed의 내부 보고서가 추정하는 양적 완화 중단 이후 정책금리와 10년 국채 수익률의 수렴 수준은 4%대로, 현재 금리의 두 배 수준이고 1994년 Fed의 정책금리 인상 비율과 유사하다.

물론 과거의 유사한 환경이 현재의 동일한 자산시장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과거가 현재에 반복된다는 미신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미국의 본격적 경기 회복이라는 긍정적 뉴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산시장의 흐름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투자 위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준거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이머징 자산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온고지신의 느낌으로 1994~1998년의 글로벌 자산시장 흐름을 살펴보기 바란다.


조태훈 삼성증권 SNI지원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