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를 피해간 ‘유럽의 호랑이’ 폴란드에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겁다. 유럽 재정 위기 직후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2년 전부터 다시 폴란드로 눈을 돌리면서다. 지난해 폴란드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28억 유로(약 4조1000억 원)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1분기에만 6억3000만 유로(약 4조1000억 원)가 폴란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등 올해 또 다른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폴란드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이끈 건 상업용 부동산이다. 지난해 중유럽과 동유럽 부동산 거래의 76%가 폴란드에 몰렸다. 폴란드 부동산 거래량의 55%가 수도 바르샤바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가장 큰 규모의 부동산 거래는 4억7500만 유로에 매매된 사무실 겸 복합 쇼핑몰 즈로테 타라시다. 올해도 알리안츠가 4억1000만 유로에 쇼핑몰을 사들였다. 신규 공급도 늘었다. 지난해 27개 빌딩이 새로 들어섰다. 다른 유럽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바르샤바의 오피스 공실률은 8.8%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낮다.
폴란드 부동산 열풍, 경제 안정·고도성장…유럽 큰손 몰린다

우수 인력·지리적 위치 등이 매력


부동산 투자가 급증한 건 외국인 투자와 기업 진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1989년 사회주의가 붕괴한 뒤 경제공황에 빠졌다. 실업률은 30~40%대로 치솟았다. 폴란드 정부는 카토비체·포모르스키에 등 14개 경제특별구역을 만들었다. 세금 감면, 보조금 지원책을 쓰면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피아트·보쉬·월풀·일렉트로룩스 등 미국과 유럽 제조 업체들이 폴란드에 공장을 세웠다. 독일·체코·슬로바키아·러시아 등 7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매력 때문에 지금까지 1200여 개 기업이 폴란드에 닻을 내렸다. 에릭 애들러 푸르덴셜부동산투자그룹 글로벌투자 부문장은 “폴란드는 안정적인 경제지표와 고도성장이 맞물려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유럽 재정 위기가 서유럽으로 번지면서 폴란드를 찾는 글로벌 기업은 더 많아졌다. 휴렛팩커드(HP)· IBM·루프트한자·씨티그룹 등 많은 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 공급처로 폴란드를 점찍었다. 우수 인력과 값싼 인건비를 내세워 지난해 폴란드는 세계 6위 아웃소싱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유럽의 경제 엔진인 독일·체코·우크라이나 등과 접해 있어 서유럽과 동유럽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기에 유리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폴란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탄력을 받은 이유에 대해 유럽연합(EU)에는 가입돼 있지만 유로 존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폴란드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유로화 환율 움직임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폴란드 화폐 즈워티화의 약세로 EU 내 수출 증대와 건설 투자 등이 탄력을 받는 결과를 가져 왔다.

구직자들도 폴란드로 몰려오고 있다. 유럽의 취업 이민자들은 한동안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움직였으나 방향이 반전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월 19일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에서 폴란드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인력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 아웃소싱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10만 명 중 10% 정도가 외국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재정 위기로 유로 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소속 국가들이 성장률이 뚝 떨어졌지만 EU 회원국이면서 유로화를 쓰지 않는 폴란드는 연 2%대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폴란드의 시장 잠재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폴란드 정부는 포모르스키 주에 원자력발전소를 202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또 새로운 에너지 셰일가스 강대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추정 매장량은 1조5000억~5조3000억㎥로 폴란드인이 300년 사용 가능한 규모다. 수도 바르샤바에는 지하철 2호선을 비롯해 신규 교량·도로 등 기초 인프라 시설이 한창 건설되고 있다.



김보라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