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어떻게 공공 분야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고민을 하던 두 남녀가 의기투합했다. 정인애 DOMC 대표와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소속은 다르지만 ‘서비스 디자인’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2011년 2월 ‘디자인 다이브’를 출범시켰다. 디자인 다이브는 연구 모임이자 참여형 워크숍으로,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 체험의 장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국내에서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서는 못했을 텐데 평소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정인애 대표를 알게 돼 함께할 수 있었죠. 올해부터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서비스디지털융합팀이 신설되면서 더욱 힘을 받게 됐습니다.”(윤성원 과장)
정인애·윤성원 디자인 다이브 공동 설립자 “서비스 디자인으로 사회문제 해결하죠”
공유·참여·협력의 장에 다방면 전문가 총집합

서비스 디자인은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유 무형의 요소 및 모든 경로에 대해 고객 중심의 리서치 방법을 활용, 시각화하고 구체화하는 혁신적인 디자인 분야다. 경영학에서 많이 쓰는 6시그마, 창조 경영 모델이었던 트리즈 등과 같은 문제 해결 방법론이지만 사람들의 이성보다 실제 행동을 유발하는 감성과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디자인적 요소를 활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특징을 갖는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치는 융합형 모델로 최근 떠오르는 창조 경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나리오로 가시화하기까지 고객의 처지에서 불편과 니즈를 찾고 제언하는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R&D)’이라고 볼 수 있어요.”(정인애 대표)

기업 실무자를 비롯한 정책·마케팅·공학·홍보 등 500여 명의 전문가가 자발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집단지성 활동에 참여했고 인구 고령화, 세계경제 통합, 융합, 환경·자원과 같은 공공의 이슈나 사회문제를 연구했다.

세미나뿐만 아니라 5개의 실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지난해 ‘저가형 안구 마우스 제품 및 서비스 전단 체계 제안’이라는 주제의 4번째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에서 만든 루게릭 환자를 위한 안구 마우스를 사용자들이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안경형에서 머리띠형 제품 디자인을 새롭게 제안하고 화면 플랫폼도 안구로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재편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냈고 이때 나온 방안을 적용해 실제로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실행 매뉴얼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대표적 서비스 디자인 사례는 2011년 1월 서울 방배동에서 실제 진행된 ‘전기료 고지서’ 개선 작업이 꼽힌다. 고지서를 레드카드와 그린카드 등 색상으로 표현해 에너지 사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디자인했고 실제 에너지 절약을 이끌 수 있었다. 디자인 다이브는 6월 1일 서초구청·용산구청·광명시청·안양시청·포천시청 등의 민원 서비스를 개선하는 5번째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 행정 서비스 개선’을 위한 방안이 총 7개 팀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먼저 의뢰하기도 하는 등 관심이 높아졌어요. 디자인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과 융·복합 시대에 맞는 집단지성의 활용이 시대적 분위기와 만나 ‘디자인 싱킹’이라는 다학제적 플랫폼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제언에 끝나지 않고 실제 개발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 앞으로도 ‘디자인 무브먼트’ 운동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정인애 대표)


약력 : 윤성원(좌) 한국디자인진흥원 과장. 1971년생. 헬싱키경제대 국제디자인경영전공 EMBA. 정인애 DOMC(Design Oneness Mission Center:디자인비영리단체) 대표. 1985년생. 명지전문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