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인테리어 전문 기업 한샘의 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12월 10일 주가가 1만530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며 5월 30일 3만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5월 28일 기준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최근 3개월간 주가가 67%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받는 건설업 관련주들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다.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 또한 15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67.8% 늘어나는 호실적을 거뒀다. 김기영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생각보다 빨리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사보다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한샘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샘은 1970년 부엌 가구 전문 회사로 출발해 국내 가구 및 인테리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주목할 점은 경쟁사와 달리 발빠르게 B2C 비중을 높이고 B2B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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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악화…B2B 대폭 축소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나서 자신의 집을 꾸미는 B2C 건축 시장이 고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런 흐름에 발맞춰 주요 건축 자재 및 가구 업체들은 B2B 시장인 특판 시장 비중을 줄이고 B2C 시장을 강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리바트는 2011년 현대백화점 계열로 편입된 이후 특판 시장 비중(약 70%)을 낮추고 직영점 매출 확대를 통한 B2C 매출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대로 높인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LG하우시스도 2011년 매장형 창호 전문점을 도입한 이후 B2C 매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KCC는 그동안 특판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했으나 자사의 인테리어 전문 매장인 홈씨씨를 열고 중소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샘은 현재 상당수 매출을 특판 사업이 아닌 직매장과 대리점 등을 통해 올리고 있다. 건설사 특판 매출이 2010년 1126억 원에서 2011년 869억 원, 2012년 802억 원으로 줄고 있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10%에 불과하다. 반면 B2C 인테리어 및 부엌 가구 매출 비중은 2008년 68%에서 2012년 77%로 높였다.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B2C 비중을 조기에 높여 건축자재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박중선 애널리스트는 평가했다.

한샘의 전략은 주요 도시 거점에 직영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한샘이 국내 업체 중 선도적으로 모델을 구축한 것이 플래그숍(flagshop: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직영 매장)이다. 서울과 부산에 총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2011년 11월 개장한 부산센텀점(8200㎡)이다. 이 밖에 평균 5000~6000㎡ 규모로 잠실·논현·방배·분당에 공간별 토털 인테리어 패키지 전시를 하고 있다.

대형 직영 매장은 ‘가구 단품이 아닌 공간을 판다’는 콘셉트로 가구뿐만 아니라 조명·소품에 이르는 모든 인테리어 아이템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공간 패키지’ 형태다. 침실 가구의 경우 침실 인테리어 가구 및 소품을 갖춘 공간을 모델별로 전시해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직매장 매출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22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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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샘의 매니지먼트 전략은 ‘아이케이(IK)’에서 나온다. 아이케이는 전국에 널리 퍼져 있는 인테리어 논브랜드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한샘 부엌 가구를 유통하는 방식이다. 한샘은 전국 2만여 개 인테리어 업체 중 우수 인테리어점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 2008년부터 아이케이 유통을 시작했다. 1000여 개 주요 업체와 제휴한 결과 지난해 1207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샘 매출을 견인하는 주역은 바로 대리점이었다. 1997년 인테리어 가구에 진출한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1000억 원에서 2003년 4800억 원으로 고공 행진했던 성장 동력이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매출 정체가 시작돼 2008년 4114억 원으로 오히려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샘이 유통 혁신을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회사가 진단한 원인이 바로 고객들이 가까운 곳에 있는 인테리어 업체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여기서 나온 해답이 아이케이 유통이었다. 한편으로는 대리점을 살려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던 한샘은 대리점에도 ‘대형화’ 콘셉트를 도입했다. 주요 거점에 대형 매장을 열어 고가 부엌 가구를 판매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중저가 제품은 아이케이를 통해, 고가 제품은 대리점에서 판매하며 대리점주들의 불만을 없앴다. 현재 한샘 매출에서 대리점을 통한 판매는 지난해 기준 9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인테리어 가구 또한 2~3년 전부터 정체기가 오면서 지난해 1322~1653㎡(400~500평) 규모로 대형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한샘 관계자는 “대형 플래그숍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면서 인테리어 대리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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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이기겠다”

한샘이 국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구 공룡’ 이케아가 내년 국내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판도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만큼 오래전부터 한샘의 고민은 깊었다.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은 ‘온라인’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였다. 한샘은 온라인 가구 시장을 연간 20~30%씩 성장하는 1조 원 이상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케아의 타깃 연령층인 20~30대를 한샘은 온라인을 통해 공략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저가 라인을 선보이고 각종 이벤트 등 마케팅을 통해 월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지난해 800억 원에서 올해는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억 원을 돌파하면 이케아 진출 이후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사실 한샘은 오래전부터 이케아와의 경쟁을 준비해 왔다. 1997년 인테리어 론칭을 기획한 강승수 부사장은 뉴욕 이케아 매장에서 자극을 받고 이를 벤치마킹해 왔다. 가구 제조가 아닌 유통으로 ‘가구 공룡’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그릇·조명 등 인테리어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제품을 한 공간에서 판매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가구 제조 회사로 출발했던 한샘은 ‘글로벌 인테리어 기업’이 되기 위해선 유통 회사로 변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직매장과 아이케이, 대리점 및 온라인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한편 핵심 부엌 가구 제조를 제외하고는 우수 중소기업의 제품을 유통하는 유통 전문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2020년까지 글로벌 50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그 시험대를 이케아가 진출하는 내년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샘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진지하게’ 내년을 기다리며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샘의 남은 과제는 ‘가격 경쟁력’ 확보에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의 모델을 대량생산·판매하는 전략을 갖고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김기영 애널리스트는 “한샘은 지난해 매트리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건자재 시장에도 발을 딛고 종합 홈 인테리어 업체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케아는 생각만큼 큰 위협 요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