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명확한 논리와 타당성 그리고 알찬 내용. 이것만 있으면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연설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연설이든 대화든 우리가 말을 하는 것은 서로 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로 통한다는 것은 말을 잘한다고, 내용이 좋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표현 방식이나 태도, 마음가짐 같은 다양한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만 겨우 가능해진다. 이렇게 쉽지 않은 ‘청중과 통하기’에 도움이 될 만한 행동 지침은 없을까.첫 번째, 연설대 앞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설대 뒤에 서는 것을 편하게 느낀다. 원고를 올려놓고 읽을 수도 있고 떨리는 다리를 감추거나 기대어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설대 뒤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있는 발표자를 보는 청중은 ‘난 절대로 당신과 개인적인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연설대가 말하는 사람과 청중 사이에 장애물이 되는 셈이다. 단지 형식적인 스피치로 끝내고 싶다면 그대로 연설대 뒤에 서 있어도 된다. 하지만 청중과 진심으로 통하는 스피치를 하고 싶다면 과감히 앞으로 나와야 한다. 나아가 청중과의 교감이 절실한 순간에는 청중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1년 하반기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금융회사의 부도덕성에 반발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이때 주목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공원 연설’이다. 수백 명이 공원에 모여 연설자를 에워싸고 앉아 연설대도, 확성기도 없는 연설자의 말에 집중한다. 동유럽 출신의 세계적 석학 슬라보예 지젝의 연설이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것도 이곳이다. 만약 그 연설이 공원 연설처럼 청중과 호흡하지 않고 연설대 뒤에서 이뤄졌다면 그 같은 파급력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비법은 청중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연설 중에 잠깐 숨을 돌리고 청중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창의적 교수법’으로 유명한 미국의 밥 파이크는 ‘강의는 90분을 넘지 않고, 20분마다 변화를 주며, 8분마다 학생이 참여하도록 해야 청중이 몰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설 중에는 적어도 10분에 한 번씩 청중의 반응을 살피는 게 좋다.
청중의 반응을 살피는 방법은 무엇일까. 청중에게 공을 던지는 것’이다. ‘이해되세요?’, ‘공감되시나요?’ 등과 같이 질문해 보자. 청중의 침묵이 두려워 질문을 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청중의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질문은 ‘이 연설이 나 혼자만 말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다. 객석에서 불쑥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청중은 연설자가 자신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세 번째는 연설 전에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연설은 정신적인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연사 한 명이 다수의 청중을 상대로 하는 자리다. 수적으로 절대 불리한 청중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떤 스피치 전문가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권하기도 한다. 연단에 오르기 전에 내가 준비한 내용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떠올린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과의 대면이 기대될 것이다.
내용이 좋고 논리적이고 정확하다고 해서 청중과 통하는 것은 아니다. 청중과 진짜 통하는 스피치는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줬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자영 IGM(세계경영연구원)교수·전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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