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7조 원에 달하는 키즈 시장은 불황 속에서 나 홀로 성장을 구가 중이다. 가족당 아이들의 숫자는 줄어드는 반면 맞벌이 가족이 많아지면서 가계 소득이 올라가자 유아 용품의 ‘프리미엄’ 시장이 전성기를 맞았다. “내 씀씀이는 줄여도 자녀를 위한 투자에는 아낌이 없다”는 골드 키즈 맘들의 트렌드를 따라가 봤다.
[불황 모르는 ‘키즈 산업’] 초고가 아동 용품 ‘나 홀로 불티’, 유통· 의류 업계 ‘식스 포켓 열어라’
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전업주부 이소정(가명) 씨. 현재 여섯 살, 세 살배기 딸을 키우는 그녀의 육아기를 들여다보자.

그녀는 감싸기만 하면 5분 안에 아기가 잠든다고 해서 엄마들 사이에선 ‘기적의 속싸개’로 통하는 미국산 스와들미(3만 원)를 구입했고 100%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인체에 무해하다는 마마치 젖병(5만 원)과 크리스찬 디올 로고가 새겨진 디올 베이비 젖병(6만 원)을 쓴다.

기저귀는 천연 옥수수 성분으로 만들어 피부 자극이 적은 프랑스산 비오베이비(3만 원)를 사용하고 치아발육기(치발기) 과자로는 영국산 빅키페그(1만3000원)를 먹였다. 아기를 낳기 전부터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유모차는 외할머니에게서 스토케(169만 원)를 선물로 받아 해결했고 둘째 때는 마크제이콥스 등과 협업해 디자인이 세련된 네덜란드산 부가부(188만 원)로 바꿨다.

돌잔치 때에는 톰 크루즈의 딸인 수리 크루즈가 5번째 생일 때 입어 더 유명해진 비스코티의 레드 드레스(12만 원)를 입혔고 아기 침대는 북유럽산 소나무를 사용한 덴마크 수입 가구 플렉사의 미끄럼틀 공주 침대 세트(355만3000원)를 들여놓았다.

요즘에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 유명 스타들의 아이들도 다닌다는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켰고 평일 낮에는 이태원의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새로 론칭한 ‘베이비 디저트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즐기며 엄마들과 정보를 육아 공유한다.
[불황 모르는 ‘키즈 산업’] 초고가 아동 용품 ‘나 홀로 불티’, 유통· 의류 업계 ‘식스 포켓 열어라’
손주 선물에 할머니 지갑 ‘활짝’

이처럼 경기 불황의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키즈 소비 시장’이다. 국내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약 1.22명(2010년 기준)이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엔젤 시장’은 업계 추산 약 27조 원에 달한다. 2002년에 비해 약 10배 정도 그 몸집이 커졌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가정의 소득이 높아지고 저출산으로 가정마다 자녀를 1~2명만 두게 되자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다’는 심리가 유아·아동 시장에 엄청난 돈을 흘러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키즈 시장의 범위는 패션·식품·건강·교육 등 광범위하다. 업계에서는 자녀와 관련된 것만큼은 관대하게 지갑을 여는 이른바 ‘골드 키즈 맘’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한 의류 수입 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소비를 줄이더라도 귀한 자녀에게는 집중적으로 돈을 쓰는 요즘 부모들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구찌·버버리·아르마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 의류 브랜드는 저마다 아동복인 ‘키즈 라인’을 출시하며 쏠쏠한 재미를 거두고 있다.

또한 요즘 한 아이를 위해 부모·친조부모·외조부모 등 6명의 어른들이 지갑을 연다는 이른바 ‘식스 포켓(six pocket)’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시장을 급성장시켰다. 요즘에는 수입이 좋은 30~40대의 결혼하지 않은 이모·고모·삼촌 등이 가세하면서 조카들을 위해 거금을 쓰는 ‘세븐, 에잇’ 포켓 등의 용어도 마케팅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키즈 마케팅은 몇 가지 트렌드가 있다. 명품 구입을 자주 해 온 20~30대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녀들에게도 고가의 수입 제품이나 명품 제품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다는 것,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스마트’한 소비를 하고 할리우드 스타나 셀러브리티를 표방하며 무공해와 실용주의를 상징하는 스칸디나비아 식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가방은 고가의 명품을 사지만 티셔츠는 자라나 유니클로 등의 패스트 패션(SPA)에서 사는 이른바 ‘프리미엄’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양가적 소비 패턴이 키즈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주부 유지은(40) 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옷을 사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에 있는 분 주니어를 자주 찾는다. 분 주니어는 6세에서 12세 아동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편집 매장으로 몽클레어, 돌체앤가바나 칠드런, 스텔라 맥카트니, 모스키노, 마르니 밤비노, 주니어 고티에, 골든 구스 등 40여 개의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프리미엄 아동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2011년 10월에 이를 오픈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아동이 4.1%, 신생아가 1.9% 늘어났는데 분 주니어는 무려 51.4%가 증가하는 등 백화점 내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러 브랜드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일명 ‘패딩계의 샤넬’로 불리는 몽클레어로, 분 주니어 전체 매출의 3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엄마들의 반응이 뜨겁다.

몽클레어 패딩은 몇 해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가 착용해 ‘고가 논란’을 일으켰던 옷이기도 한데 한 벌당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몽클레어 브랜드 자체가 최근 3~4년 동안 강남 등을 중심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이러한 열풍이 자연스레 ‘키즈 라인’에까지 이어졌다. 패딩을 먼저 입어본 엄마가 자녀들 것까지 사가는 패턴인 것이다. 현재는 60만~70만 원대의 봄여름 시즌용 패딩(구스)과 70만~80만 원대의 바람막이 재킷, 20만 원 안팎의 피케 셔츠가 반응이 가장 좋다.

신세계백화점의 정희원 홍보 담당자는 “몽클레르 앙팡은 백화점 중 신세계 분 주니어에서만 정식 수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목적성 구매가 많고 강남 상권과 잘 맞는 편이다. 엄마·아빠 외에도 할머니가 손자·손녀 선물용으로도 많이 구매한다. 부모들의 골드 키즈에 대한 투자는 매우 활발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은 관세청의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2011년 관세청이 발표한 ‘유아·아동품 수입 동향’에 따르면 출산율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 수입 금액이 3300만 달러였던 데에서 2010년에는 사상 최초로 2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성장했다. 기저귀, 유아용 의료, 유모차, 분유 등의 수입 비중이 높아 수입률이 연평균 20~50%씩 증가했다. 반면 국산 유아 용품의 국내 매출액은 2005년 1조 원을 달성한 이후 정체 상태다.
[불황 모르는 ‘키즈 산업’] 초고가 아동 용품 ‘나 홀로 불티’, 유통· 의류 업계 ‘식스 포켓 열어라’
1. 자녀의 안전이 우선시되면서 출산 준비물에 카시트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탈리아의 인기 브랜드 디오노의 라디안 RXT.
2.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스토케의 스테디셀러 유모차인 익스플로리.
3.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입체 교구 ‘짐보리 맥포머스’의 인기가 높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총 주문 금액은 123억 원을 웃돌며 약 4만2000개가 팔려나갔다.
4. 배우 김희선도 딸을 위해 구입했다는 프랑스 원목 교구인 자노드의 인형의 집.
5. BMW 키즈 컬렉션 중 세월의 흐름에 관계 없이 많은 사랑을 받는 어린이용 전동차 328 로드스터.

고소영·김희선 쇼핑에 엄마들 ‘쫑긋’

골드 키즈 시장의 격전지는 역시 유모차다. 유아·아동 용품 가운데에서도 바깥 노출이 잦고 워낙 고가인데다 남과 비교가 쉽게 되다 보니 엄마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유모차가 ‘패션’의 일부로 인식되면서 ‘기능과 디자인’을 더욱 꼼꼼하게 따져본다.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수입 유모차는 일명 ‘고소영 유모차’로 통하는 미국산 오르빗(G2, 145만 원),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노르웨이산 스토케(익스플로리, 169만 원), 영국의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이 선택한 네덜란드산 부가부(카멜레온3,159만 원), 기능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이탈리아산 잉글레시나(트릴로지, 98만 원), 네덜란드산 퀴니(무드, 158만 원) 등이다.

물론 리안(스핀2012, 69만 원), 페도라(S9, 59만 원) 등 국산을 선호하는 엄마들도 많다. 수입 제품보다 가격 면에서 경제적이고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등이 많은 국내형 주거 환경에 맞춘 기능들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종합 유아 용품 브랜드인 스토케는 2006년부터 5년 동안 연 50%씩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자 국내 마켓을 주목하면서 지난해 11월에 아예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고 우연주 스토케 마케팅 차장은 전했다.

그녀는 “가장 인기가 많은 스테디셀러인 익스플로리는 2003년에 출시됐는데 한국이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6, 7년 전만 하더라도 유모차의 시트가 높고 양대면 방식으로 아기가 엄마를 향해 볼 수 있게 디자인돼 있어 아이와 부모가 이동 중일 때에도 접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제품이 흔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스토케는 중고로 판매해도 100만 원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본래 가구회사에서 출발했던 터라 최근에는 유모차를 비롯해 스토케에서 출시되는 트리트랩 하이체어·침대·욕조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의류 또한 명품이나 수입을 선호하는 편이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외국 브랜드가 익숙하고 명품 소비 경험이 활발한 20~30대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녀들의 옷 또한 ‘고급’을 추구하는 것이다. 명품은 엄마·아빠의 옷을 작게 만든 이른바 ‘미니미’식 디자인이 인기다.

현재 전국의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 등 22군데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버버리 칠드런의 한 관계자는 “성인 라인의 디자인과 비슷한 게 많다. 여자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성인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 크로스 핸드백이 선물 아이템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트렌드에 민감한 강남 지역의 엄마들이 자주 찾고 연예인들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탄 프랑스 키즈웨어인 ‘봉쁘앙(Bonpoint)은 2008년에 서울 도산공원 앞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이후 현재 신세계 강남점·본점·센텀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등에 입점해 있고 오는 8월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도 문을 연다.
[불황 모르는 ‘키즈 산업’] 초고가 아동 용품 ‘나 홀로 불티’, 유통· 의류 업계 ‘식스 포켓 열어라’
1. 구찌 턱받이, 디올 젖병 등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2. 버락 오바마의 큰딸이 입어서 유명해진 비스코티의 드레스.
3. 덴마크 왕실에서 사용하는 유·아동 침대 브랜드로 ‘강남 엄마’들이 즐겨찾는 리엔더 침대.
4. 일명 ‘수리 가방(수리 크루즈가 멘 가방)’으로 유명한 마뉴엘라의 버니.



명품 찾아 해외 ‘직구’ 나선 극성 맘들

봉쁘앙의 공식 수입사인 휠모아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봉쁘앙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10년 22.79%, 2011년 13.49%, 2012년 15.4%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원피스 한 벌에 10만 원 이상 하는 등 어른 옷과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은 엄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스타나 셀러브리티의 선택을 따라하려는 이들도 많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 축구 선수 베컴의 딸인 하퍼 세븐 베컴, 고소영·김희선 자녀 등이 요즘 엄마들의 ‘워너비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물 건너온’ 제품을 자주 사게 된다. 하지만 부모들이 무턱대고 비싼 것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엄마들 만큼 사전 구매 단계에서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의 정보를 많이 참고하는 이들도 드물다. 인터넷 활용이 능수능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에 사는 주부 송혜정(31) 씨는 아이를 낳은 이후부터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푹 빠졌다. 외국 브랜드는 세일 때를 이용하면 백화점보다 최대 50% 정도 싸게 아기 용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엄마나 육아 파워 블로거의 추천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소셜 커머스도 하루에 한 번씩은 빠짐없이 들어가 본다. 아이 엄마들은 기본적으로 무공해 제품을 선호하고 수입산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인터파크도 지난해 3월부터 유아·아동 전문몰 ‘베이비프리미엄’을 오픈, 유모차를 포함해 카시트, 출산 및 수유 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주요 제품은 해외 직소싱을 통해 판매 가격을 낮췄더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매출이 월평균 8% 신장됐다. 어린이날을 맞이해 완구류의 매출 성장세가 높다고 담당자는 전했다.

인터파크INT 심보영 키즈팀 대리는 “브랜드 상품 중 실용성과 디자인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검토한 뒤 상품을 구매하는 실속 소비자들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며 “스토케와 퀴니, 에르고 아기띠와 오케이베이비 욕조 등 아이템별 대표 브랜드이면서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불황 모르는 ‘키즈 산업’] 초고가 아동 용품 ‘나 홀로 불티’, 유통· 의류 업계 ‘식스 포켓 열어라’
[불황 모르는 ‘키즈 산업’] 초고가 아동 용품 ‘나 홀로 불티’, 유통· 의류 업계 ‘식스 포켓 열어라’
“ 명품 구입을 자주 해 온 20~30대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녀들에게도 고가의 수입·명품 제품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스마트’한 소비를 한다.”


자연 친화와 실용주의로 대변되는 북유럽 제품에 대한 인기 또한 여전하다. 아이와의 친밀함을 강조하는 스칸디나비아 식 육아법이 아동용 브랜드에 반영돼 있어 엄마들의 관심이 높다. 덴마크의 유명 가구 브랜드인 리엔더(Leander)를 수입하는 유아 용품 전문 업체 인테니의 권재현 대표는 “친환경에 대한 엄마들의 선호도가 높다. 또한 실내 인테리어를 스칸디나비아풍으로 꾸미려는 이들이 늘면서 가격대가 비싸더라도 북유럽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리엔더의 고급 유아용 침대는 229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 제품이 국내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수입 업체 마진, 물류비용 등의 유통비용이 발생해 지나치게 가격이 부풀려진다는 지적 또한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조사한 ‘영·유아복 브랜드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 직수입 브랜드 제품은 수입 과정에서 관세(수입 원가의 13%) 및 물류비(수입 원가의 7%) 등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한국지사 등 중간 유통 단계가 늘어남에 따라 유통비용의 비중이 약 70%(중간 유통 업체의 마진 및 일반 관리비 26%, 백화점 수수료 29%, 판매 사원 수수료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약 4만 원에 들여온 티셔츠에 관세·물류비·판촉비와 중간업체 마진, 백화점 수수료 등이 붙어 소비자에게는 13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간 유통 단계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일본 등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현실을 인지하고 국산 브랜드들이 제품 개발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수입과 고가를 자주 찾는 이들의 소비 기준에는 과시욕이 일정 부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능과 디자인적인 가치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수입 제품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무조건 ‘된장엄마’라고 매도해서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정보에 민감한 젊고 구매력이 높은 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우수한 국산 제품도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