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널뛰기하는 농산물 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가격 안정대’를 정하고 이 범위를 벗어날 때마다 정부가 수급에 개입한다. 가격이 얼마 더 오르면 수입 물량을 풀고 얼마 더 내리면 생산량을 줄이는 등 미리 정해진 조치를 취한다. 수급 대책을 예측 가능하게끔 ‘매뉴얼화’하려는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금배추’란 단어가 이제는 사라질 수 있을까.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3월 22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참여와 합의’에 의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수급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4월까지 생산자·소비자·전문가 등으로 수급조절위원회를 꾸려 수급 정책에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수급조절위원회의 첫 임무는 ‘수급 조절 매뉴얼’을 오는 5월까지 내놓는 것이다.

매뉴얼에는 가격대별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를 담는다. 품목별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가격 안정대(가격 범위)를 정한 뒤 가격이 이를 벗어날 때 조치를 취하게 된다. 가격이 많이 오르거나 내릴수록 주의(수급 약간 불균형), 경계(상당한 불균형), 심각(현저한 불균형) 단계로 올라가고 정책 수단도 강해진다.

정부는 최근 가격 급등락이 극심했던 배추와 양파에 처음 적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배춧값이 최근 5년간 평균 가격을 20% 웃돌면 ‘주의’ 단계다. 산지 상황을 점검해 급등에 대비한다. 공급 부족이 이보다 심각해지면 ‘경계’ 태세에 들어가 정부나 농협이 비축했던 물량을 풀기 시작한다. 그래도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심각’ 단계다. 장바구니 물가를 더 이상 위협하지 않도록 해외 물량을 도입하고 관세 인하에 나선다.
<YONHAP PHOTO-0810> '물가안정 특별가' 배추 판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9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한 시민이 '물가안정 특별가'로 판매되는 배추를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 비축한 250t 물량의 배추를 정부 비축 배추 1통 가격과 동일한 2천400원에 판매한다. 2013.1.9
    utzza@yna.co.kr/2013-01-09 12:56:21/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물가안정 특별가' 배추 판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9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한 시민이 '물가안정 특별가'로 판매되는 배추를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 비축한 250t 물량의 배추를 정부 비축 배추 1통 가격과 동일한 2천400원에 판매한다. 2013.1.9 utzza@yna.co.kr/2013-01-09 12:56:21/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경제부처 24시] ‘상·하한가’ 관리로 농산물 값 잡는다
가격 안정대 설정 뒤 벗어나면 시장 개입

가격 안정대 안에 있을 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다. 안형덕 농림식품부 수급안정팀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농산물 수급 정책이 보다 신속하고 투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농산물 가격이 급변동할 때마다 정부가 임의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논란이 벌어지곤 했다. 예를 들어 최근 양파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저율 관세 물량을 늘렸다. 공급 부족이 한창이었던 지난해엔 할당 관세를 적용해 수입 양파 방출에 나서기도 했다. 이때마다 생산자들은 ‘정부가 갑자기 공급량을 늘려 제값을 받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비자 역시 ‘늑장 대처 아니냐’며 정책 효과에 의문을 표할 때가 많았다.

정책의 ‘시차’ 도 문제였다. 가격이 급변한 뒤 정부가 조치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시행까지 시간이 걸린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의견까지 일일이 조율하려면 더욱 그렇다. 수급조절위원회에서 시장 상황별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으면 시장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매뉴얼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것은 문제란 지적이 있다. 한 전문가는 “농산물 값이 급락할 때 정부가 기계적으로 수매 비축하기로 한다면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결국 시장이 죽는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유연한 정책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재혁 기획재정부 물가구조팀장은 “정부가 가격을 설정하겠다는 게 아니라 목표 가격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오는 5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