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주(白酒)의 수난 시대다. 중국 증시의 황제주로 꼽히던 바이주 업체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상하이 증시와는 따로 노는 모습이다. 실적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바이주는 급성장하는 중국 소비 시장의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이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자본이 투자에 열을 올리고 영국의 디아지오가 수이징팡(水井坊)을 사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바이주 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사연을 찾다 보면 중국 내 기업 환경 변화의 일단을 보게 된다.

지난 2월 20일 중국 상무부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선단양 대변인은 “마오타이 53도짜리와 우량예 52도짜리 가격이 최고 가격 대비 30% 정도 하락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 공산당 정치국에서 당풍 쇄신을 위한 8개 규정을 발표한 이후 고급 바이주의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8개 규정은 회의 간소화, 당 고위 간부 방문 시 교통 통제 금지 등 관료주의적 격식을 타파하는 게 골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따로 노는 마오타이 주가, 주가·실적 ‘뚝뚝’…정부 규제 영향
마오타이 53도짜리 30% 하락

베이징 도로변 곳곳에 있는 주류 소매상들은 이번 춘제(설) 대목에도 울상을 지어야 했다. 베이징의 한 주류 소매상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두 달간 마오타이와 우량예를 한 병도 팔지 못했다며 그 대신 중저가 바이주가 꾸준히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회의경제’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잦은 회의와 연회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8개 규정의 영향으로 중국 군(軍)에서도 고급 주류 금주령을 발동하자 마오타이 등 고급 바이주 업체의 주가가 급락할 만큼 군의 주류 소비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지적이다.

바이주의 수난에서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소비 패턴 변화는 건강을 중시하는 안전 소비다. 지난해 11월 주구이주(酒鬼酒)에 공업용 첨가제가 첨가된 게 폭로되면서 바이주 업체의 주가가 동반 급락한 게 대표적이다. 검출된 가소제(소화제: 塑化劑)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 때 사용하는 첨가제로 인체에 해롭다.

마오타이와 우량예에 얼마 전 부과된 벌금 폭탄도 중국의 달라진 기업 환경을 보여준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부과한 벌금의 명목은 반독점법을 어긴 가격 독점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마오타이에 2억4700만 위안, 우량예에 2억200만 위안의 벌금을 매겼다.

각사의 지난해 매출액 1% 수준에 맞먹는 수준이다. 고급 바이주 업체들의 탄탄한 실적을 뒷받침해 온 것은 고가격 마케팅 덕분이 컸다. 이 과정에서 마오타이와 우량예는 투기 대상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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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급 바이주 업체들이 저가로 판매한 일부 소매상을 상대로 제재 조치를 취한 게 알려지면서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게 됐다. 물론 이번 조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의 유명 경제 평론가인 저우커청은 가격 하한선을 제한하는 기업의 권리를 금지하는 반독점법의 규정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마치 영화 업체가 DVD를 판매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 권리를 금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중국에선 소비자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국유 기업의 개혁 목소리와 함께 독점 행위를 향한 칼끝도 매서워지고 있다. 반독점법의 적용이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 기업들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바이주 수난에서 중국 성장 방식의 변화를 읽게 된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