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해외 자본이 투자에 열을 올리고 영국의 디아지오가 수이징팡(水井坊)을 사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바이주 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사연을 찾다 보면 중국 내 기업 환경 변화의 일단을 보게 된다.
지난 2월 20일 중국 상무부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선단양 대변인은 “마오타이 53도짜리와 우량예 52도짜리 가격이 최고 가격 대비 30% 정도 하락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 공산당 정치국에서 당풍 쇄신을 위한 8개 규정을 발표한 이후 고급 바이주의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8개 규정은 회의 간소화, 당 고위 간부 방문 시 교통 통제 금지 등 관료주의적 격식을 타파하는 게 골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따로 노는 마오타이 주가, 주가·실적 ‘뚝뚝’…정부 규제 영향](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97373.1.jpg)
베이징 도로변 곳곳에 있는 주류 소매상들은 이번 춘제(설) 대목에도 울상을 지어야 했다. 베이징의 한 주류 소매상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두 달간 마오타이와 우량예를 한 병도 팔지 못했다며 그 대신 중저가 바이주가 꾸준히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회의경제’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잦은 회의와 연회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8개 규정의 영향으로 중국 군(軍)에서도 고급 주류 금주령을 발동하자 마오타이 등 고급 바이주 업체의 주가가 급락할 만큼 군의 주류 소비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지적이다.
바이주의 수난에서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소비 패턴 변화는 건강을 중시하는 안전 소비다. 지난해 11월 주구이주(酒鬼酒)에 공업용 첨가제가 첨가된 게 폭로되면서 바이주 업체의 주가가 동반 급락한 게 대표적이다. 검출된 가소제(소화제: 塑化劑)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 때 사용하는 첨가제로 인체에 해롭다.
마오타이와 우량예에 얼마 전 부과된 벌금 폭탄도 중국의 달라진 기업 환경을 보여준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부과한 벌금의 명목은 반독점법을 어긴 가격 독점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마오타이에 2억4700만 위안, 우량예에 2억200만 위안의 벌금을 매겼다.
각사의 지난해 매출액 1% 수준에 맞먹는 수준이다. 고급 바이주 업체들의 탄탄한 실적을 뒷받침해 온 것은 고가격 마케팅 덕분이 컸다. 이 과정에서 마오타이와 우량예는 투기 대상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따로 노는 마오타이 주가, 주가·실적 ‘뚝뚝’…정부 규제 영향](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97374.1.jpg)
하지만 중국에선 소비자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국유 기업의 개혁 목소리와 함께 독점 행위를 향한 칼끝도 매서워지고 있다. 반독점법의 적용이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 기업들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바이주 수난에서 중국 성장 방식의 변화를 읽게 된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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