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장밋빛 일색이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증시 호황을 상징하는 단골 메뉴인 기업 인수·합병(M&A)도 붐이다. 주가와 집값의 상승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만들어 낸다. 소비지출이 더 힘을 받고 있다.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의 부활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최근 미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다시 글로벌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또한 그동안 경기 회복을 주도해 왔던 소비지출 확대에 이어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이 새로운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부행장)를 거쳐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을 역임한 손 교수는 족집게 이코노미스트로 알려져 있다.

손 교수는 값싼 셰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 붐으로 원유 수입이 줄어 무역 적자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관련 일자리 창출이 늘어나고 기업들의 각종 부담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일가스 붐은 기업들에 일종의 ‘세금 감면’ 혜택이다.

미국의 2013년 1월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700만 배럴이다. 1992년 11월 이후 최대치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 자립’ 정책과 새로운 시추 공법 개발로 셰일오일·가스 생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7년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국 상공에서 찍은 야간 위성 사진을 보여주면서 노스다코타 등 미국 내륙 곳곳의 원유 시추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제조업의 컴백도 주목할 대목이다. 저임금을 찾아 중국 등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 공장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유턴하고 있는 것. 지난해 하반기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중국 공장 한 곳을 폐쇄하고 켄터기 주 루이스빌의 가전제품 조립 라인을 다시 가동했다. 1000여 명의 고용을 만들어 냈다.

애플·IBM·GM·포드 등 미국의 간판 제조업체들이 이런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제조업 부활이 만성적인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경제 낙관론은 증시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지속된 주가 상승세가 피로감도 잊은 채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만4000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기업 데이터 분석 기관인 팩트셋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등록된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6%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Traders work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January 28, 2013.  REUTERS/Brendan McDermid (UNITED STATES - Tags: BUSINESS)/2013-01-29 01:45:22/
Traders work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January 28, 2013. REUTERS/Brendan McDermid (UNITED STATES - Tags: BUSINESS)/2013-01-29 01:45:22/
투자 심리도 달아올라

실적 개선 기대감에 이어 M&A도 새로운 증시 호재로 등장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미국 최대 케첩 회사 하인즈를 인수했고 사무 용품 2, 3위 업체인 오피스디포와 오피스맥스의 합병 등 매머드급 M&A 재료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M&A가 늘어나는 것은 기업들이 미래를 밝게 내다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투자 심리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5년간 1.08%에 달했던 S&P500지수의 하루 평균 변동 폭이 올 들어 0.43%로 줄었다.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 역시 올 들어 하락세를 거듭해 2월 18일 현재 12.59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최저치다. 3월 초 정부 예산의 자동 삭감 조치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공포지수가 낮아지는 것은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집값과 주가 상승에 의한 ‘부의 효과’로 소비지출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미국)=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