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900명이 뽑은 ‘10년 후 한국의 대표 기업·대표 CEO’

10년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 강자는 노키아였다. 모든 기업이 북유럽 핀란드가 배출한 이 괴물 기업을 따라잡지 못해 애를 태웠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이 혁신적인 스마트폰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노키아의 아성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 사망으로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갤럭시 S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파죽지세로 시장을 휩쓸었다. 10년 전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통신과 전기·전자도 기술 사이클이 갈수로 짧아지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과연 10년 후 이들 시장의 최대 강자는 누가될까.
▶ 모바일 = 국내에서 휴대전화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3개다. 한경비즈니스가 900호 발행을 맞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88.3%가 모바일 분야에서 ‘10년 후 한국을 대표할 1등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세계무대에서 애플과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최근 활약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이미 애플을 추월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10.2%, 팬택이 1.4%로 뒤를 이었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LG전자는 전략 제품인 옵티머스 G의 성공으로 다시 활력을 찾았다. 2011년 스마트폰 올인 전략으로 승부수로 던진 팬택은 그해 말 법정관리 졸업 이후 틈새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응답자를 성별로 나눠보면 삼성전자는 남성(87.4%)보다 여성(89.2%)의 지지가 더 많았다. 반면 LG전자는 여성(9.4%)보다 남성(11.0%) 지지자가 더 많았다. 팬택은 남성과 여성의 응답 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연령별 응답자 비율도 흥미롭다. 삼성전자는 20대(90.7%), LG전자는 30대(12.1%), 팬택은 40대(2.0%) 응답자 비중이 높았다.

모바일 업계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혁신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미래의 시장 판도를 바꿔 놓을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무선 충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스마트 안경, 스마트 시계 같은 ‘입는 컴퓨터’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쇼(CES)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적용해 화면이 휘거나 접히는 스마트폰을 내놓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에 공개한 스마트폰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윰(YOUM)을 사용한 시제품으로 종이처럼 얇은 화면과 분체가 연결된 형태였다.
▶ 통신= 통신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71.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T(18.4%), LG유플러스(10.6%)순이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비교적 근소한 차이로 2~3위를 차지했다는 점이 의외다.

응답자 분포를 남녀로 나누면 SK텔레콤(남 72.2%, 여 69.7%)과 KT(남 18.9%, 여 14.2%)는 남성, LG유플러스(남 8.8%, 여 12.3%)는 여성 지지자가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SK텔레콤이 30대(73.8%), KT는 50대 이상(24.3%), LG유플러스는 30대(12.1%)의 비중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응답자를 나누면 SK텔레콤은 월 소득 300만~399만 원(75.1%), KT와 LG유플러스는 월 소득 99만 원 이하(22.2%, 15.6%)가 가장 많았다.

현재 통신 업계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존 통신 시장의 포화로 몇 년째 성장곡선이 제자리걸음을 한다. 변화의 큰 방향은 ‘탈통신’이다. 단순한 망 사업자에서 벗어난 의료·교육·교통·물류 등 다른 산업과 컨버전스(융합)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헬스케어부터 교육용 로봇, 기업용 스마트워크까지 다양한 컨버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헬스케어와 관련해서는 서울대병원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임상적 효과를 전제로 한 혁신적인 건강관리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교육용 로봇 ‘알버트’도 관심거리다. 스마트폰을 로봇의 두뇌로 활용한 제품이다. 바퀴가 달린 몸체에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학습 도우미 로봇이 된다.

KT도 ‘정보기술(IT) 컨버전스 그룹’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스마트카 분야에도 진출해 승용차·상용차·택시·버스·오토바이 등에 IT를 접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차와 함께 차세대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를 내놓기도 했다. KT는 빅 데이터 활용과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0년 인제대 백병원과 손잡고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치매 환자나 치매 고위험자를 위한 치매 예방 솔루션 ‘브레니인 닥터’를 태블릿 PC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영어 회화를 중심을 한 스마트 러닝 사업과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카’ 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전기·전자= 전기·전자 분야에는 다양한 업종이 포함된다. 냉장고·세탁기를 만드는 가전업체,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PDP) 기업, 반도체 생산 업체, 각종 전기·전자 부품 및 장비 업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기·전자에서 ‘10년 후 한국을 대표할 1등 기업’ 1위에는 삼성전자(28.4%)가 올랐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을 비롯해 반도체·가전·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종합 전자회사다. 모바일(53.2%)이 전체 매출을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가전(23.8%)·반도체(17.4%)·디스플레이(17.4%) 등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2위에 오른 LG전자(23.6%)도 종합 전자회사다. 매출 비중은 TV(43.5%)·가전(22.1%)·모바일(19.4%)·에어컨(9.8%)순이다. 10.0% 지지율로 3위를 차지한 LG디스플레이는 1998년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곳이다. 고해상도 광시야각(IPS), 편광필름패턴(FPR) 3D 등 차별화된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 회사의 LCD가 들어간다.

이어 삼성SDI(9.6%)·SK하이닉스(8.4%)·삼성디스플레이(7.4%)가 차례로 4~6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SK그룹에 인수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제품에 들어가는 LCD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앞서 있으며 지난 1월 삼성전자가 CES에서 선보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도 이 회사 제품이다.

이 밖에 7~10위는 삼성전기(3.6%)·대우일렉트로닉스(2.7%)·LG이노텍(2.3%)·LS전선(1.9%)순이다. 한때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가전 3강 체제를 형성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동부그룹에 인수돼 재기를 꿈꾸고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