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금융회사들은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이 있어야 은퇴 후가 든든하다고 주장한다.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개인연금은 확정형 연금과 종신형 연금 등 크게 두 가지다.

확정형 연금은 요즘 금융회사에서 열심히 판매하는 월 지급식 상품과 비슷하다. 5년, 10년, 20년 등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연금을 나눠서 주는 것이다. 종신형 연금은 국민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종신형 연금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사 상품에는 높은 수수료, 즉 사업비가 있다는 점이다. 회사와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사업비는 10~25% 수준이다.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더라도 높은 수수료로 인해 연금 개시 시점까지 모인 돈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의미가 없다. 변액연금보험 내 펀드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자주 기사화돼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게다가 생명보험사가 파산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고 고개를 끄덕이면 안 된다. 논리 전개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은퇴 준비 방법을 개인연금으로 한정짓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개인연금 가입과 은퇴 준비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개인연금에 가입해 은퇴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은퇴 준비를 위해 개인연금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은퇴 준비의 전부는 아니다. 연금 소득은 은퇴 후 소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여러 소득원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는 단지 판매자 입장에서 개인연금을 부각해 홍보하는 것뿐이다.
휘트니스센터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9.30
휘트니스센터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9.30
대출 줄이고 저축 늘리는 게 최우선

은퇴 준비는 근로소득에만 의존하던 현금 흐름을 근로소득이 없어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금융·연금·임대·사업소득 등 은퇴 소득 포트폴리오로 대체해 나가는 과정이다. 안정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저축하고 안전하게 투자하는 과정에서 자산이 증가하게 되고 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전체 소득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어느 순간 금융·연금·임대·사업소득이 현재 지출을 넘어서면 금전적 차원에서 은퇴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근로소득이 없더라도 현재 지출 수준을 유지하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은퇴 준비가 됐는데 계속해 저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현재 근로소득을 위한 활동이 나쁘지 않고 계속해 일할 수 있다면 그만큼 더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개인연금에 서둘러 가입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연금의 수익률로 인해 전체 자산을 크게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연금이라는 지급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각종 대출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현금 흐름을 정비하고 저축률을 50% 이상으로 유지해 안정적인 순자산 증가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저축률을 더 이상 높일 수 없다면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도 합리적인 대비법이다. 이럴 때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안을 찾지 못했다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해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과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국가는 어디이고 향후 전망이 좋은 국가는 어디일까. 펀드·상장지수펀드(ETF)의 선택은 그다음 문제다. 물론 투자 대상을 잘 선정하고 장기 투자한다면 저렴한 수수료도 중요하다.


박창모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