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되는 요즘,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위기를 강조하는 말은 직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배경 설명 없이 반복적으로 위기를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긴장을 늦추지 않되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스피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들에게 “경기가 좋지 않다. 이런 식으로는 우리 회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말을 계속해 전하는 리더들을 많이 본다. 물론 위기 상황에 대해 직원들과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위기를 강조하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쉽다. 실제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뇌가 엔도르핀 호르몬 분비를 저하시켜 뇌는 물론 모든 기관들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위기의식을 전달하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하려면 ‘긍정적 말하기’가 꼭 필요하다. 위기나 문제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줘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되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보자. 즉석 아이스크림 가게의 기계가 고장이 났을 때 ‘고장’ 대신 ‘수리 중’이라고 써 붙인다면 어떨까. 손님들은 ‘수리 중이니 곧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를 딱 부러지게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부정의 단어 대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표현은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생각만 조금만 바꾼다면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해 우리 회사는 엄청나게 힘들 겁니다’ 대신 ‘올해 우리는 만만치 않은 도전을 받게 됩니다’라고 바꿔보자. ‘도전’이라는 표현을 들으면서 직원들은 힘들지만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또한 ‘도전’은 승리의 가능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만성 불황기 리더의 스피치, 긍정적 단어 선택…문제 해결의 희망 심어야
성공 경험 되살리며 용기를 북돋아야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도 중요하다. 문제를 말하는 동시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긍정적 요소와 가능성 그리고 과거 위기를 극복해 낸 사례를 들어 용기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무역을 하는 기업의 대표를 한 번 가정해 보자.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위기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의욕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분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 그런데 쉽게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이 위기를 충분히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3년 전을 생각해 보자. 대기업들의 해외 교역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위기에 처했었다.

다들 ‘어렵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예상 매출액을 초과하는 성과를 냈다. 직원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업체를 발굴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그때의 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의 물량에 기댔던 사업 구조가 다양화돼 회사 차원에선 오히려 큰 성장을 했다.
만성 불황기 리더의 스피치, 긍정적 단어 선택…문제 해결의 희망 심어야
우리에게는 ‘열정’이라는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도 우린 자신이 있다.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 좀 더 고민한다면 이번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힘들다’는 부정적인 단어 대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단어를 써보자. 그리고 실제로 과거 성공 경험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긍정을 통해 직원들에게 백배의 동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긍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세상은 사람 마음으로 움직인다는 것,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김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전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