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
아시아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은 2011년보다 2012년 회복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프라퍼티가이드에 따르면 2011년 대비 완만한 가격 상승세를 보였던 상하이(-2.34%)·도쿄(-1.94%)·대만(-0.83%)·인도네시아(-0.23%)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도시들은 2012년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며 상승세가 둔화됐다. 말레이시아 역시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1분기에 9.51%, 2분기에 9.27% 상승하다가 3분기 2.11% 하락하며 2012년 전체적으로 5.86% 상승하는데 그쳤다.이러한 흐름은 201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해외 유동성 유입으로 활황을 누린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공급과잉 우려와 정부 규제 강화,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 부동산 시장은 201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었다. 홍콩 주택 가격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연 10.76%(누적 상승률) 상승하며 전해에 보인 12.92%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에도 6.69% 추가 상승했다.
홍콩 부동산의 활황은 사상 최저치 수준인 주택 담보대출 금리와 각국의 중앙은행이 앞다퉈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해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결과다.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과 위안화의 국제화 과정에서 홍콩의 역할이 부각된 것도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해 7월 홍콩 정부는 주택 공급량 확대 정책을 발표했고 10월에는 외국인 투자자 특별소비세 확대 적용, 단기 부동산 매매거래세 강화 등 거래 규제 정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은 가계 소득 증가 둔화에 따른 구매 심리 위축과 맞물려 홍콩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식히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시장에선 자카르타 주목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도 올해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 그간 싱가포르는 홍콩과 함께 가장 뜨거운 시장이었다. 싱가포르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2011년까지 4년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관련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큰 폭으로 뛰었다.
부동산 활황에 부담을 느낀 싱가포르 정부는 2009년 이후 꾸준히 규제 정책들을 발표했고 그 여파로 주택 가격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싱가포르 주택 가격은 2012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1.36%, 3.14% 하락한 데 이어 3분기에도 0.34% 하락했다. 연중 누적치로는 마이너스 2.88%였다.
이 같은 하락세는 2013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노무라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싱가포르의 신규 주택 공급량은 4만2309채로 2012년의 두 배 수준이다. 정부 규제와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싱가포르 부동산은 당분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마카티 중심업무지역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상승률 4.6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0.64% 미미한 상승세를 보였다. 마카티 지역은 3분기에도 0.62% 추가 상승해 필리핀 주택 시장의 소폭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동남아 국가 중 2013년 가장 주목받는 곳은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다. 자카르타의 부동산 투자 전망은 아시아 22개 도시 중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확실히 인도네시아는 최근 2년 동안 역동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높아졌고 오피스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다.
자카르타의 수익률은 두 자릿수로 매우 높지만 은행 이자율이 높아 차익이 기대만큼 높지 않고 시장이 불안해 위험도 따른다. 하지만 자카르타는 산업용 및 물류 부동산을 중심으로 투자 전망이 밝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동남아의 맹주로 부상한 말레이시아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일찍부터 주목받은 곳이다. 말레이시아 부동산은 한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다가 2010년에 발표된 부동산 규제로 인해 수요층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말레이시아는 2007년 양도세 폐지, 외국인 모기지 80%까지 허용, 말레이시아인 90% 모기지 가능 등으로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가 붐을 이루며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현지 투자자들은 물론 중국·중동 자금이 대거 유입돼 쿠알라룸푸르 주요 지역은 개발 부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개발 붐이 일기도 했다.
그 결과 과잉공급으로 고밀도 개발 지역은 한동안 외면을 받았다. 몇 년 전 완공한 주택들이 최근에야 한층 낮아진 가격에 주인을 찾기도 했다. 반면 대규모 계획도시에 들어선 주택은 모델하우스 오픈 후 40분 만에 분양이 마감돼 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계약률은 큰 편차를 보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2013년 말레이시아 부동산은 정부 정책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속적인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11년 양도세를 부활시키고 대출비율을 줄였다. 이에 따라 거래는 감소했지만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체계를 갖춘 모기지 제도와 안정적인 계약 절차, 양호한 교육·문화시설,경제의 성장 잠재력 등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수출 호조 두바이 급회복
한국인들이 은퇴 이민지로 선호하는 뉴질랜드의 부동산은 여전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택 가격은 2011년 4.3% 하락한 반면 2012년 4.15% 상승했다. 뉴질랜드 부동산 가격은 남섬 캔터베리(Canterbury)의 재건축 사업을 필두로 당분간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연방은행의 공식 금리(official cash rate)가 2011년 3월 이후 현재까지 2.5%로 동결된 상태여서 금리 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는 2012년 3분기 8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1.57% 하락했다. 이 수치는 201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택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2% 소폭 떨어진 것이다. 2013년 호주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잉이 진정되면서 가격 하향세가 진정되고 투명한 선진 거래 시장을 바탕으로 점차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연방은행은 기준금리를 2012년 12월 초에 종전 3.25%에서 3%까지 0.25% 내렸다.
이머징 시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는 브라질이다. 국제부동산투자연합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중국과 유럽을 제치고 2012년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력적인 부동산 시장으로 부상했다. 실제 브라질 주택 시장은 2012년 한 해 상당히 호전됐다. FIPE-Zap 가격지수에 따르면 상파울루 주택 시장은 2012년 들어 3분기까지 12.46% 상승했다. 이는 2011년 동기 대비 연간 상승률인 20.27%에는 못 미치지만 계속해서 두 자릿수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12월 초 브라질 정부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산업에 세제 혜택을 추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부동산 시장은 2013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개발이 중단됐던 두바이는 최근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두바이 부동산 시장은 2009년 이후 3년 가까이 급락하다가 지금은 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1.8% 상승한 주택 가격이 지난해에는 13.46% 급등하며 빠른 호전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성장은 서비스산업과 수출의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모라토리엄의 아픔을 딛고 중동의 길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두바이국제공항을 거쳐 간 사람만 4800만 명 이상이다. 제벨알리항 역시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세계 9위의 무역항이자 중동에서 가장 큰 항구로 자리 잡았다.
경제의 빠른 성장과 부동산 가격 급등에 아랍에미리트연합 중앙은행은 두바이의 부동산 담보 인정 비율을 거래가의 70%, 외국인은 50%로 한정하는 등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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