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강국 코리아’ CEO 릴레이 인터뷰
약력 : 1960년생. 광운대 대학원 전산학 석사. 1983년 전자통신연구소(ETRI)연구원. 1986년 삼성종합기술원(SAIT)정보시스템 연구소. 1997년 삼성SDS SI사업부 사업팀장. 2000년 현찰닷컴 대표. 2002년 솔루션브리지 대표. 2003년 세중나모인터랙티브 대표. 2007년 나모인터랙티브 대표이사(현).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14위, 세계 정보기술(IT) 경쟁력 지수 3년 전보다 3계단 하락한 19위(2011년 기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중은 8.2%.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실은 ‘불균형 성장’이다. 창조 경제 시대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하드웨어와 비교할 때 존재감이 미미하다.
30여 년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살고 있는 김상배 나모인터랙티브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업 본연의 속성이 라이선스 비즈니스인데 사업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불법 복제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시장은 니치 마켓으로 규모가 너무 작다”며 “해답은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몸담고 있는 나모인터랙티브는 한때 소프트웨어 기업 톱 3에 들었던 1세대 벤처기업이다.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절치부심 살아남았고 꾸준히 신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여왔다. 그리고 올해 3월 야심작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나모웹에디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대 국내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며 인터넷 대중화를 선도했었죠. 대단한 성공이었지만 차기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세중여행사에 합병됐다가 다시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2007년 임직원들과 함께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독립한 이후 절치부심해 왔습니다. 주로 기업용 에디터 컴포넌트와 학교 홈페이지 구축과 통합 운영관리를 할 수 있는 호스팅 기반의 솔루션 사업을 하며 틈틈이 신제품을 준비했어요. 재기를 노리는 과정이었다고나 할까요. 이제 곧 그 결과물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나모웹에디터를 뛰어넘는 제품인가요.
주력 제품은 전자책 제작부터 배포까지 한번에 도와주는 전문 전자책 통합 솔루션 ‘펍트리 ’입니다. 펍트리 솔루션에서 제공하는 펍트리 에디터는 오디오·비디오·애니메이션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일본어를 세워 쓰기 할 수 있고 아랍어를 왼쪽부터 쓸 수도 있죠. 또한 교육·엔터테인먼트·유아·여행·요리 등 분야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콘텐츠에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신제품과 관련해 직원들도 늘었어요. 작년 초까지만 해도 60명이었는데 지금은 베트남 개발 인력까지 80여 명 정도 됩니다.
현재 나모인터랙티브 제품은 국내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습니까.
기업용 웹에디터에서는 80~90%의 기업이 나모의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워낙 작죠. 연간 30억 원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라고 해서 공짜 제품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개인용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모두 불법 복제의 문제가 심각하군요.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반 사용자나 기업, 공공기관 등이 정품 소프트웨어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국내시장은 니치 마켓이죠. 세계시장이 99%라면 국내는 1%라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가치 없는 기술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어렵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전망 있는 기술이에요. 예를 들어 앞으로 콘텐츠 시대가 오면 콘텐츠를 저작하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 시기가 왔다고 보고 있고 그에 대응해 신제품을 출시하려는 겁니다. 나모가 재기를 기대하는 바탕에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에 커넥션을 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게임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되죠. 개인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불법 복제인데,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 이 같은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매력은 뭡니까.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콘텐츠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은 ‘카피 비즈니스’라는 점입니다. 끝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원가를 더 투입하지 않아도 라이선스를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죠. 하지만 국내에서 카피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하도급 구조로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종속적 도급 관계, 인건비 중심의 가격 책정 등 불공정 관행에서 벗어나 온라인 서비스나 패키지 소프트웨어 판매 등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들도 여력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우고 99% 시장인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죠.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국의 까다로운 사용자들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력입니다. 고객의 눈높이가 높고 요구 사항이 많아 이를 다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노력 때문에 한국에서 통하는 제품은 해외에서도 다 통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너무 영세하다는 겁니다.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별도의 지원 없이 자력 생존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가 없고 마음껏 뜻을 펼치지 못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겁니다.
정부나 벤처캐피털의 지원은 없나요.
정부의 지원은 많습니다. 하지만 차린 밥상에 비해 숟가락이 워낙 많아 개별 기업이 가져가는 영양가는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어요. 벤처캐피털은 소프트웨어 기업엔 투자를 잘하지 않습니다.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마켓이 워낙 작아 결실이 너무 적다고 보는 거죠.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어떻게 자력 생존을 해왔나요.
전략은 ‘전문화’ 하나입니다. ‘소프트웨어에 왜 돈을 쓰느냐’가 소비자의 생각이라면 그 이상의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정체성이 중요한데 나모는 ‘사람들의 생각을 편집하는 기업이다’라는 캐치프라이즈 아래 HTML 기반의 저작 툴을 만드는 회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아이덴티티가 해외에서 통했을 때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비로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 생각에는 순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 중 5년 내에 세계 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기업이 국내에서도 나올 것으로 봅니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특징상 하나의 제품이 입소문만 탄다면 성과를 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트위터·페이스북이 대표적이죠. 나모인터랙티브가 5년 내에 그런 기업이 되겠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10년 전부터 꾸준히 해외시장을 보고 기반을 닦아 왔고 올해가 매출 확대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신제품이 시장에 뿌리 내리도록 주력하겠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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