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제 개편안과 관련된 금융회사의 비과세 상품 마케팅이 활발하다. 핵심은 두 가지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기준이 4000만 원 초과에서 2000만 원 초과로 강화된다는 것과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그리고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기 전에 어서 가입해야 한다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회사에서 추천하는 비과세 상품, 물가연동 국채, 브라질 채권, 즉시연금보험 등을 하나씩 살펴보자.
[재테크 함정] 비과세 상품의 이면, 세금만 따지다가 수익률 놓칠 수 있어
금융회사가 말하지 않는 추천 상품의 단점

물가연동 국채는 표면금리가 1.5%에 불과하다. 대신 물가가 오르면 원금이 증가하는데 이 원금 증가분이 비과세된다. 즉 이자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원금 증가를 기대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체감하는 것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물가연동 국채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삼는데, 소비자물가지수가 2011년 하반기부터 증가율이 급감하더니 2012년 9월 이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표면금리 1.5%에 만족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브라질 채권은 이자 수익, 자본 차익, 환차익 등이 모두 비과세되는 이론적으로 환상적인 상품이다. 그런데 원금의 6%나 되는 토빈세를 과세하고 환율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많은 투자자들이 고점 대비 25%에 가까운 환차손이 발생한 상태다.

그래서 채권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는데 증권사에서 고금리·비과세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원화 강세, 브라질 헤알화 약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비과세 혜택을 보겠지만 환차손에 따라 원금보다 적은 돈을 수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시연금보험은 보험이기 때문에 사업비가 있다. 브라질 채권의 토빈세처럼 원금의 약 5%에 달하는 사업비를 보험사에서 가져간다. 대신 공시 이율이 4%대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인데 공시 이율은 확정금리가 아니므로 보험사가 계속해 변경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이 한때 3% 이하로 떨어지는 등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4%대 공시 이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보험사 영업부서는 신나게 판매하지만 운용 부서는 죽을 맛이다. 아마도 즉시연금보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종료돼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관심이 옮겨가면 보험사는 즉시연금보험의 공시 이율을 슬그머니 내리지 않을까.

그렇다고 비과세 상품이 모두 좋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비과세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뜻이다. 세율 인상 정도가 너무 커서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비과세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한 고소득자도 있겠지만 세율 인상 정도가 적거나 없다면 비과세 혜택보다 상품 자체의 금리,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 이를 고려해 최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현명한 투자를 원한다면 기본적인 것부터 챙기자. 신협·새마을금고의 3000만 원 한도 비과세 정기예탁금, 만 60세 이상이면 3000만 원 한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생계형 저축, 1000만 원 한도 세금 우대, 증여 한도를 활용해 배우자·자녀로 자산 분산하기, 만기 10년 이상 장기 채권에 대해 분리과세 신청 등 지금까지 이런 상품이 없어도 다들 잘 조정해 왔다.



박창모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