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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2007년 대선에서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눈에 익숙한 수치다. 이 중 앞의 ‘7’에는 집권 기간 동안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MB’ 정부의 지난 5년 동안 실제 성적은 어떨까.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9%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양적으로 평가해 보면 ‘C’ 나 ‘D’ 학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대선에서 그 어떤 후보도 경제성장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과연 우리 경제의 성장 능력은 어느 정도이고 새로 들어설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우리 경제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YONHAP PHOTO-0911> 고용복지분과 토론회 참석한 당선인

    (서울 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복지분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3.1.28

    kane@yna.co.kr/2013-01-28 15:06:36/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고용복지분과 토론회 참석한 당선인 (서울 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복지분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3.1.28 kane@yna.co.kr/2013-01-28 15:06:36/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2~2016년 잠재성장률 3.7% 예상

경제성장 능력을 따질 때 우리는 흔히 잠재성장률을 이야기한다. 잠재 성장은 ‘생산 요소를 완전 고용했을 때 생산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 등으로 정의된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추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년(2008~2012년) 동안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3.9%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2.9% 성장에 그쳤으니 1% 포인트 정도 능력 이하로 성장한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2~2016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7%로 추정했다. 만약 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역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계단식으로 낮아졌던 경제성장률이 역사상 처음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미국 경제는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저성장이 불가피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경제는 정보통신 혁명의 영향으로 이른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이를 ‘신경제’라고 불렀고 가계는 신경제를 낙관하면서 돈을 빌려 능력 이상으로 소비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소비가 70%를 차지하는데, 이제 가계에서 돈을 벌면 부채를 갚아가고 있다. 주택 가격 회복세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유로 지역의 국가 채무 위기 최종 해결책은 재정 통합이다. 그러나 중간 단계인 은행연합마저 논의만 되고 있지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주기로 결정한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 채무 위기가 극복된 것은 아니다. 재정 적자를 줄이려면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저항으로 지출을 줄이기 어렵고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을 더 거둬 재정을 개선할 상황도 아니다.

큰 흐름을 보면 세계경제의 성장 축이 기존의 선진국(G7)에서 중국·인도 등 이머징 마켓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들이 선진국 경제성장의 둔화를 대체할 정도로 경제 규모가 크지는 않다. 중국 경제가 지난 30여 년 동안 연평균 10%의 놀라운 성장을 달성했는데, 이제는 7%대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제성장률이 한 단계 떨어지면 고성장 때의 과잉 투자로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부실해진다. 중국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 봐도 역동적이지 못하다. 가계는 높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부동산 가격의 추세적 하락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돈 많은 기업이 투자를 과감히 늘리지도 않을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5년 동안 우리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6% 정도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정한 것처럼 잠재성장률이 3.7%라면 앞으로 5년 동안에도 우리 경제는 매년 1%씩 능력 이하로 성장한다는 얘기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가 잠재 능력을 따라 성장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잠재 성장은 한 경제의 공급 능력을 나타낸다. 경제가 그 이하로 성장한다는 것은 수요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총수요는 우리가 자주 봤던 ‘Y=C+I+G+X-M’으로 표현된다. 가계가 소비지출(C)을 늘리거나 기업이 투자(I)를 더하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 정부가 재정지출(G)을 증가시켜도 총수요가 증가한다. 또한 수출(X)이 증가하거나 수입(M)이 상대적으로 감소해도 경제성장률은 올라간다.

수요를 구성하는 각 부문 중 몇 개가 늘어야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을 따라 성장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답은 ‘ 총수요’ 부양…열쇠는 정부가 쥐어
‘효율적 적자 예산’ 수립할 때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자금 순환에 따르면 최근 개인 부문의 자금 잉여가 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3분기까지 개인 부문의 자금 잉여가 70조 원으로 2011년 같은 기간의 39조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자금 부족 주체인 기업들이 돈을 버는데 그만큼 투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업 부문의 자금 부족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해외 부문에서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한 해 경상수지 흑자가 433억 달러로 규모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과 해외 부문에서 자금 잉여가 늘고 기업 부문에서 자금 부족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경제 주체인 정부가 돈을 써도 되는 셈이다. 적자 예산을 받아들일 시기다. 문제는 돈을 얼마나 생산적인 데 쓰느냐다. 1990년대 일본이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서 정부가 적자 예산을 편성해 돈을 썼다. 그러나 효율성이 낮은 곳에 지출하면서 경제도 살려내지 못하고 정부만 부실해졌다. 우리 정부도 앞으로 수요를 부양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서 돈을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외 부문에서 국제수지가 안정적으로 흑자를 이루면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따라갈 수 있다. 우선 수출이 늘어야 한다. 수출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경쟁력이 결정한다. 그러나 환율도 수출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만큼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급격한 원화 가치 상승을 막을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입을 대체하는 일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260억 달러였다. 주로 소재 수입 때문이다.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대 초반에도 정책 당국이 대일 무역 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소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진행형이다. 올해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10% 줄일 수 있다면 경제성장률을 0.3% 포인트 올릴 수 있다. 소재 산업 육성이 그렇게 시간이 걸린다면 일본 기업을 직접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부 때 우리 경제는 연평균 10%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김대중 정부 때는 경제성장률이 5%로 떨어졌고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2.9% 성장한 데 그쳤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중·장기적으로는 총 요소 생산성 증대로 잠재 생산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수요 부족으로 우리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수요 창출 정책이 아쉬운 시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단식으로 떨어지기만 했던 경제성장률을 박근혜 정부가 역사상 처음으로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