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2009년 2분기 이후 14분기 만에 처음이다. 1월 말 미국 상무부는 2012년 4분기(10~12월) GDP 증가율 잠정치가 마이너스 0.1%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성장률이 뒷걸음친 것은 정부 지출 감소, 기업 재고 위축, 수출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지출 감소로 분석됐다.

작년 4분기 ‘성장 쇼크’를 놓고 미 정치권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 침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마이너스 성장이 향후 재정긴축 여파가 몰고 올 경기 침체 신호라는 비관론과 소비·투자 등 민간 주도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마이너스 성장은 ‘일시적’이라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우선 비관론자들은 연방 정부 부채 상한선 확대와 연계된 재정지출 삭감과 올해 실시된 세금 인상이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1%를 기록한 데는 정부 지출이 6.6% 감소하고 이 가운데 국방비 지출이 1972년 이후 가장 큰 폭인 22.2% 급감한 게 직격탄이었다. 지난해 말 ‘재정 절벽’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국방부가 예산 집행을 대폭 삭감했다. 국방비 지출은 연간 8000억 달러로 정부 지출의 26%, GDP의 5%를 차지한다.
[워싱턴 저널] 성장률 뒷걸음질…경기 침체 공방 가열
정부 지출 감소가 결정타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과 관련해 “우리 경제는 현재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바로 의회 내 공화당 의원들”이라고 했다. 재정지출 축소가 경제성장 둔화를 불러온 만큼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공화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 지출 삭감 없이는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를 올려줄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5월 중순까지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를 확대해야 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공화당의 지출 삭감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채 한도는 의회가 승인해야 하는데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에탄 해리스 글로벌경제리서치팀장은 “작년 4분기 성장 쇼크는 정치권의 재정긴축 협상이 가져올 빙산의 일각”이라며 “세금 인상 충격도 몇 달 내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바마 정부는 올해부터 대부분의 근로자가 내는 급여세를 2% 포인트 인상했다.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종전 35%에서 39.6%로 올렸다.

미 중앙은행(Fed)도 지난 1월 말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미 경제가 몇 달간 성장이 멈췄다”고 진단했다. Fed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매달 850억 달러의 장기 채권을 매입하고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낙관론자들은 작년 4분기 성장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탄탄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주택 건설은 전 분기 대비 15.3% 증가했다. 기업의 설비 및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도 12.4% 늘었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전 분기(1.6%)보다 높은 2.2% 늘어났다. 민간 부문의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니겔 골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지출 감소가 없었더라면 1.2%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급여세 인상으로 올 1분기 성장이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2%대의 성장 전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미국)=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