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는 일부에서 제로 성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년 동기 대비 1%대의 낮은 성장률이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3분기에 0.1%로 간신히 마이너스를 면한데 이어 4분기에도 0.4%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작년 연간 성장률은 2.0%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면 한국은행의 2012년 성장률 전망은 어느 정도였을까. 작년 성장률 전망치를 처음 내놓은 2010년 12월 당시만 해도 무려 4.7%로 높았다. 1~2년 앞을 내다보는 일이 쉽지 않지만 결과는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9일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김중수 한국은행총재가 회의시작을 알리고 있다./20120809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9일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김중수 한국은행총재가 회의시작을 알리고 있다./20120809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여기서 질문 하나. 예상보다 엔진이 잘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즉 성장률이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칠 때까지 정부와 한국은행은 무슨 조치를 취했을까. 정부는 작년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60%까지 앞당겨 집행하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산발적으로 몇몇 조치를 내놓기는 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견해가 비등하는 가운데서도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면서 작년 하반기에 두 번 인하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예상과 달리 1%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크게 다르지만 중국 등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타산지석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말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가장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후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2009년 10월부터 시작해 2010년 11월까지 7번이나 인상, 기준금리를 4.25%로 올려놓았다. 그러다가 유럽 재정 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하자 2011년 11월부터 다시 금리를 낮추는 모드로 돌아섰다. 작년 12월까지 모두 6번 인하해 기준금리를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수준인 3.0%로 내렸다.
[업&다운 경제] ‘BBQ’가 한국 경제에 필요한 이유
‘크고 과감하고 빠른’ 경기 부양책 요구돼

그 결과 호주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4%의 성장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 3% 안팎의 선진국으로서는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2008년 8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전운(戰雲)이 다가오는 와중에 기준금리를 거꾸로 인상하는 오판을 하는가 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가 걷히는 가운데서도 긴가민가하다가 뒤늦게 찔끔 올리는 우를 범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경기가 급락 조짐을 보이는 데도 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하지 못했다. 작년 7월과 10월 두 번 인하한 다음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등 보다 과감하면서도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등하고 있는 원화 가치의 안정을 위해서도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MB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목격한 것처럼 찔끔찔끔 내놓는 대책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보다 큰 규모의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속도감 있게 내놓아야 엔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BBQ(Big, Bold, and Quick)식 경기 처방을 원하고 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