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퍼스트 어드밴티지 한국지사 지사장
2007년 우리나라는 유명 교수 등이 연루된 학력 위조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학력 세탁 쓰나미’ 이후 우리 사회에는 ‘인재 검증’이라는 키워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보다 앞서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직원 채용에 더욱 신중함을 보이면서 ‘평판조회’가 입사 절차의 필수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바로 이러한 ‘고용 심사 서비스’의 리더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퍼스트 어드밴티지는 글로벌 기업 지원자들의 이력 사항을 채용 담당자를 대신해 검증해 주는 기업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2000년 홍콩을 시작으로 호주·인도·중국·싱가포르·일본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 지사는 2008년에 설립됐는데 당시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던 정혜련 지사장이 총대를 멨다. 그녀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 타지 생활을 하던 그녀는 주부로만 살기엔 열정이 끓어 넘쳐 다국적기업에 입사하게 된 것. 퍼스트 어드밴티지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은 그랬다. ‘고용 심사’라는 독특한 업무에 매력을 느껴 밤낮없이 에너지를 쏟던 그녀는 34세(2008년 당시)의 나이에 한국 지사장이 되어 ‘금의환향’했다.
금융·정보통신·제조·제약·정유 분야 등의 기업들이 퍼스트 어드밴티지의 주요 클라이언트로 현재 피델리티자산운용, 컨설팅 전문 업체인 맥킨지, 대기업 등과 함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 포털인 인크루트의 200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1인당 직원 채용 비용은 180여만 원에 달하고 직원 이직에 따른 기업의 손실 금액은 2700여만 원에 이른다. 퍼스트 어드밴티지는 엄격한 인재 채용 과정을 통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기업의 충실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한국 지사는 2012년에 총 2800여 건의 사전 심사를 진행했다. 약력 : 1999년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2011년 데일 카네기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3년 브룩컨설팅(현 퍼스트 어드밴티지 일본 지사) 입사. 2006년 퍼스트 어드밴티지 일본 지사 담당 겸 한국 사무소 매니저. 2008년 퍼스트 어드밴티지 한국지사 지사장(현).
대기업·외국계 회사 주요 고객
정 지사장은 자신들의 역할을 “더 큰 병을 얻지 않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경력과 학력을 부풀린 구직자가 입사하거나 의외의 잠재력을 지닌 이가 잘못된 정보로 자칫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사전 채용 심사’를 통해 막을 수 있다는 것.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퍼스트 어드밴티지는 우선 사실 관계 조회에 주력한다.
입사 지원자의 학력, 경력, 파산 여부, 범죄력 등을 검증하는 것. 다음으로는 평판조회다. 이전 직장의 동료나 직속 상사 등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업무 능력과 개인별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과정을 두고 혹자들은 ‘뒷조사’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퍼스트 어드밴티지는 이와 같은 과정을 진행하기 전에 모든 입사 지원자에게 ‘검증 업무에 관한 동의서를 받는 일’에서부터 일을 시작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이력서 내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 우리나라는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져 ‘학력’에 대한 위조가 많은 편이다. 모 대학의 분교 출신이면서 ‘본교 출신’이라고 기술하거나 주 전공과 복수 전공을 바꿔 기입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의 이념이나 특성에 따라서도 잣대도 상이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도 높게 채용 심사를 진행한다.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파견 업체 직원, 청소를 하는 용역회사 아주머니,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다 포함된다. 반면 국내의 대기업은 소수의 대상자에 한해 깊이 있는 조회를 요구한다.
정 지사장은 “우리의 업무는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을 기업의 신뢰받는 ‘조직원’이 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에게 ‘검증’은 ‘신뢰’와 동의어였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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