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밝혀낸 선거제도의 비밀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에 오르는 현행 선거제도는 과연 합리적일까. 수학자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이 물음을 파고들었다. 민주주의 제도의 기본 원리인 다수결에 대한 혐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중우정치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수결의 결점은 소수 의견이 더 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기에 활약한 수학자이자 정치가·헌법학자였던 콩도르세는 다수결 자체가 지닌 치명적 오류를 보여줬다. 유명한 ‘콩도르세의 역설’이다.
[Book] ‘대통령을 위한 수학’ 外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3명의 후보와 3명의 유권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A는 차기 대통령으로 랠프 네이더보다 앨 고어를, 앨 고어보다 조지 부시를 선호한다. B는 부시보다 네이더를, 네이더보다 고어를 선호한다. C는 고어보다 부시를, 부시보다 네이더를 선호한다.

3명 중 한 다수 집단(A, C)은 고어보다 부시를 선호하고 다른 다수 집단(A, B)은 네이더보다 고어를 선호하고 또 다른 다수 집단(B, C)은 부시보다 네이더를 선호했다. 이렇듯 A, B, C 등 3명으로 이뤄진 이 사회는 고어보다 부시를, 부시보다 네이더를, 네이더보다 고어를, 다시 고어보다 부시를 선호하는 물고 물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20세기 중반 노벨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는 콩도르세의 역설을 풀 방법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다수결 투표로는 개인의 선호도를 사회 전체의 선호도로 종합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선호도에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하는 좀 더 복잡한 방식도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민주주의와 투표, 선거에 관한 수학 이론의 역사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투표의 가치와 맹점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지 슈피로 지음┃차백만 옮김┃384쪽┃살림┃1만5000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음식의 제국’ 식량문제, 로커보어가 답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1000만 명이 넘는 거주 인구를 가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식품이 소비된다. 이 식품 가운데는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한 채소나 과일, 고기도 있고 국내에서 재배된 먹을거리도 있다. 서울 사람 가운데 자신이 직접 키운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재래시장이나 현대화된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요컨대 서울이라는 도시를 지탱하는 데에는 전 세계가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세계화가 아니던가.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음식은 경제적·정치적·사회적·미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음식은 우리의 생존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모든 사회적인 삶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이 말했듯이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풍요로움은 세계 각국의 농부가 만들어낸 잉여 식량의 생산과 교환이라는 토대 위에서 존재한다. 이 생산과 교환이 원활하지 않다면 이 풍요는 금방 무너진다.
[Book] ‘대통령을 위한 수학’ 外
이 책은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상인이자 세계 무역 여행을 기록한 프란체스코 카를레티의 15년에 걸친 세계 일주를 따라간다. 이는 인류가 지구라는 이 조그만 행성에서 땅을 경작하고 사냥하고 교역해 온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이자 1만3000년간 음식이 인간의 운명을 지배해 온 과정을 생생하게 서술한 연대기다. 그리고 머지않아 닥칠 음울한 미래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식량 부족이 반드시 미래의 문제만은 아니다. 북한의 농토는 이미 지력이 고갈돼 비료 없이는 식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해야 하건만, 식량을 수입할 돈을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역사에서 보면 식량이 부족하면 나라를 지탱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몇 가지를 제안한다. 그중 하나가 ‘로커보어(locavore)’다. 이 단어는 로컬(local: 지역)과 보어(vore:라틴어의 ‘먹다’)를 합성한 단어로 ‘지역 먹을거리주의자’를 일컫는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만 먹자는 의미다. 로컬 푸드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생물지역주의’라고 한다.


에번 D.G. 프레이저 외 지음┃유영훈 옮김┃486쪽┃알에이치코리아┃2만 원



애플 콤플렉스
이병주 지음┃296쪽┃가디언┃1만3800원
[Book] ‘대통령을 위한 수학’ 外
애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영 방식의 변화를 분석했다. 애플은 독창적인 기업에서 평균적인 기업으로, 시장 개척자에서 경쟁에 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장 전략도 창조에서 개선으로 수정했다. 저자는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는 아이폰 5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후임으로 관리자인 팀 쿡이 임명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애플의 최대 강점인 고도의 선택과 집중도 리스크가 따르는 전략이다.



명장의 코드
에드거 F. 퍼이어 지음┃윤상용 옮김┃608쪽┃한울┃4만3000원
[Book] ‘대통령을 위한 수학’ 外
군사 리더십 전문가인 저자가 100명이 넘는 사성급 장성과 제독을 인터뷰했다. 이를 토대로 명장들의 성장 과정과 성격, 태도, 중대한 결정 순간에 보여준 자세 등을 분석해 진정한 리더십을 갖추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를 뽑아냈다. 사심 없는 마음가짐, 올바른 비판과 반대 의견 받아들이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리더십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다 올바른 방법과 부단한 노력을 통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다.



자본주의 4.0시대의 유학 리더십
권경자 지음┃420쪽┃원앤원북스┃1만5000원
[Book] ‘대통령을 위한 수학’ 外
공자의 인(仁)을 핵심으로 한 유학적 리더십 모델을 재조명했다. 유학에서는 인으로 자신을 이끌 때 조직도 이끌 수 있다고 본다. 리더가 구성원과 하나가 될 때 아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인의(仁義)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공자는 리더의 모델로 군자(君子)를 제시했다. 맹자는 백성을 가장 귀하게 여기며 백성과 함께하는 왕도의 리더십을 중시했다. 저자는 통치자가 아닌 재상의 리더십도 강조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 속의 유학적 리더들도 등장한다.



박맹호 자서전 책
박맹호 지음┃332쪽┃민음사┃1만8000원
[Book] ‘대통령을 위한 수학’ 外
민음사를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로 키워 낸 박맹호 회장의 자서전이다. 그는 1966년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민음사를 창립했다. 그해 첫 책 ‘요가’를 펴내면서 시작해 지금까지 5000종이 넘는 양서를 출판했다. 1970년대 초 ‘세계 시인선’과 ‘오늘의 시인 총서’로 시집 출판 붐으로 일으키기도 했다. 건국 이후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둘러싼 이야기와 한수산·박영한·강석경·하일지 등 작가들과의 인연, 김용옥·최창조·이강숙 등 신진 학자들과의 만남 등이 두루 실려 있어 흥미를 더한다.
[Book] ‘대통령을 위한 수학’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