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 분야 조사 결과 톱 10에 든 연구소 중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차지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할 정도로 변화가 심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3위에서 두 계단 상승하며 2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고 지난해 4위였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또한 두 단계 순위를 높였다. 1~4위는 모두 국책 연구 기관이 차지했다.

올해 여성·노동 최대 현안은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로 꼽힌다. 과거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그간 혜택을 받지 못한 노동 약자의 권리문제가 부각됐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문제가 주요 연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 방안도 중요하게 언급됐다.

이런 배경은 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고용정책과 사회정책에 관한 연구를 추진한 곳들이 톱 10에 다수 포함됐다.

여성·노동 분야 1위 한국노동연구원은 국내 유일한 노동 분야 국책 연구 기관이다. 정부의 고용정책과 노사 관계 정책을 선도해 왔으며 최근에는 고용 복지 연계와 사회 안전망 등 사회정책에까지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파업 및 원장 공석 등으로 지난 3년간 평판이 다소 하락했지만 올해 6월 신임 원장이 취임한 이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 연구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경영학·사회학·법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연구자들이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게 최대 강점이자 타 기관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분야별 순위 여성·노동 “노동연구원 선두 탈환…여성 연구원 약진”
‘사회 양극화 해소’ 연구 활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997년 설립된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 기관으로 직업교육 훈련 정책 연구와 직업교육 훈련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사업을 수행해 왔다. 싱크탱크 조사를 실시한 이후 꾸준히 4위를 차지하다가 올해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보다 연구 인력을 10여 명 증원하고 단기 수시 과제인 이슈페이퍼를 발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에는 취약 계층의 취업 정책과 진로 개발 연구에 공을 들였다.

5위를 차지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책 연구 기관을 제외한 민간 연구 기관으로서는 1위에 해당한다. 지난해보다 3단계 상승하며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올해 ‘서울시의 간접 고용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서울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2월 5일 내년 6월부터 비정규직 3116명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대외적 영향력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지난해보다 가장 많이 순위가 오른 곳은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5단계 상승)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5단계 상승)로 나타났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올해 전국 40여 개 이상의 비정규 센터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류 협력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화두인 ‘간접 고용’ 해결을 위해 인천공항 콜센터를 비롯해 지역 지자체 및 공공 기관의 비정규 사업자 실태 조사를 폭넓게 실시했다.

이 밖에 대학 부설 연구 기관도 선전했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을 비롯해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서울대 여성연구소 등 3개 기관이 모두 지난해보다 3~5단계 상승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