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은] 세종, 금융서 강세…형사, 로펌 간 격전

설문 결과 분석 부문별 순위

각 부문별 1위를 보면 김앤장이 9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종합 1위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김앤장이 놓친 부문은 인사 및 노무 부문이다. 이 부문의 1위는 광장이 차지했다. 광장은 2위권에서 5개 부문을 석권했다. 태평양은 3개 부문에서, 율촌은 2개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참고로 형사 부문은 광장과 태평양이 공동으로 2위에 올랐다.

각 부문별 상위권 로펌을 살펴보면 종합 순위 10위권 내의 로펌들이 ‘싹쓸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로펌 업계에서 역시 ‘양극화’ 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중소형 로펌에 비해 대형 로펌들의 성장세가 거세다.

율촌은 조세 부문에서 두각

증권·보험 등 금융 및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김앤장·광장·세종의 3파전이었다. 각각 득표수는 56표, 42표, 31표였다. 이 중 세종은 전통적으로 금융 관련 법률에 대한 자문, 국내외 증권 발행 업무 등 금융·증권 업무에 강점이 많은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세종은 금융 관련 분야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유난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로펌이다.

국내 최초 해외 증권(전환사채) 발행, 국내 최초 해외 주식예탁증서 발행, 국내 최초 교환사채 발행 등이 그것이다. 세종은 국내 최초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로 커버드 본드의 발행을 도우면서 자산 유동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파생 금융거래와 자산 유동화를 결합한 ‘합성 자산 유동화 증권(Synthetic ABS)’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조세 부문에서 눈에 띄는 로펌은 율촌이다. 율촌은 두 개 부문에서 모두 2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1위와의 차이가 각각 3표, 2표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율촌의 조세 부문, 공정거래 부문은 이 로펌의 ‘뿌리’라고 할 정도로 율촌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율촌은 국내 조세법의 권위자인 소순무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그가 2000년 펴낸 ‘조세소송’은 현재까지도 조세 분야의 바이블로 불릴 정도다. 율촌 조세그룹은 한국 및 외국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관세사 등 다섯 직종의 전문가가 모여 있는 국내 최강의 조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M&A 부문은 김앤장과 광장이 돋보인다. 실제로 이 두 로펌은 M&A 부문의 최강자다. M&A 분야의 성적표랄 수 있는 한경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앤장은 27건, 10조7216억 원의 M&A를 자문해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또 광장은 15건, 2조4450억 원의 M&A를 자문해 2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성적표인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3분기 결산을 보면 광장은 12건, 15조3866억 원의 M&A를 자문해 분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송무 및 중재 부문은 화우가 좋은 성적을 냈다. 화우는 초대형 로펌들도 두려워할 정도로 송무 및 중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화우가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진 배경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우는 당시 화백과 우방이 합병해 출범했다.

화백은 송무 전문 법인이었고, 우방은 자문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대형 로펌들은 대개 자문 비중이 높지만 화우는 송무와 자문 비율이 비슷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른 대형 로펌에 비해 송무 분야에 강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인지 최근 삼성가의 상속 분쟁과 관련해 CJ 측 법률 대리인을 맡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이홍훈 전 대법관을 고문 변호사로 영입하며 화제가 됐다.

인사 및 노무 부문에서는 광장이 1위를 차지했다. 광장의 이 부문 1위는 주완 변호사가 큰 역할을 했다. 주 변호사는 노동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노총(노동자), 경영자총협회(사용자), 그리고 노동부(정부) 등 노·사·정, 세 곳 모두를 자문한 이례적인 경력으로 유명하다.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부문에서 독특한 점은 상위권 로펌이 작년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의 이목을 끄는 삼성전자-애플 특허 소송에서 양 진영을 대리하는 김앤장(애플)과 광장·율촌(삼성전자)이 상위권 로펌에 모두 포함된 것도 흥미로운 결과였다.

또 특허 전문 로펌으로 알려진 다래가 7위를 차지한 것도 눈에 띈다. 다래는 특허법원 판사 출신인 조용식 변호사가 설립한 지식재산권 전문 로펌으로, 1999년 설립 이후 10여 년이 넘도록 크고 작은 지식재산권 소송을 전담해 왔다.

바른, 언론서 이슈됐던 사건 많이 맡아

국제 분쟁 부문은 2위를 차지한 태평양이 주목할 만하다. 태평양의 국제 분쟁 부문은 김갑유 변호사가 유명하다. 김 변호사는 국제 중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국제 중재 최고 권위 기관인 세계상사중재위원회(ICC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미국계 사모 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한국 정부 측 대리인을 태평양이 맡게 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형사 부문은 말 그대로 ‘격전’이었다. 1위를 차지한 김앤장이 59표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광장과 태평양이 각각 20표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또 불과 1표 차로 바른이 광장과 태평양의 뒤를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율촌과 세종이 10표씩 얻으며 공동 5위에 올랐다.

형사 부문에서 눈에 띄는 로펌은 바른이다. 바른은 최근 가장 급성장한 로펌 중 하나로 거론된다. 비결은 형사 부문을 포함한 송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1월 2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법원의 민형사 사건 4894건 중 844건을 바른에서 수임했다. 이어 태평양이 777건, 화우가 772건이었다.

바른은 그동안 언론에 이슈가 됐던 사건들을 많이 수임했다. 대표적으로 신규 여신 중단 등 채권단의 합동 제재 조치를 막아달라는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 사건, 현대자동차 주주 대표 소송사건 등 민사 사건, 박연차 로비 사건, 수원시장·가평시장 등의 선거법 위반 사건 등 형사사건, 그 밖에 포스코건설의 입찰 담합 관련 과징금 취소 소송 등 행정사건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이번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또 다른 송무 분야의 강자 태평양과 함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항소심의 법률 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이 밖에 지평지성·KCL·충정·대륙아주·로고스·평산·동인 등의 로펌이 각 부문별 상위권 로펌으로 선정됐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