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상품화된 토산품이 곳곳에 있다. 관광지든 쇼핑몰이든 지역 명물을 상품화한 과자·빵·만두 등 간식거리가 수두룩하다. 시장 규모만 약 3억 엔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미야게’로 불리는 토산품은 일본 사회의 문화로도 이해된다.
특정 시즌, 이벤트를 필두로 일상적인 선물 문화가 발달한 덕이다. 출장·여행길엔 반드시 토산품 선물이 뒤따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 불황은 이곳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끼고 줄여 성의만 표시하는 게 상식이 됐다. 이쯤에서 주목해야 할 건 토산품 업계를 리드하는 변신 주체들이다. 고객의 입맛과 눈높이에 철저히 맞춘 아이디어로 토산품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시장을 되레 넓혀 가는 경우다. 지역 탈출 시도…해외 마케팅도 적극 전개
최근 리뉴얼한 도쿄역은 토산품의 경쟁력과 미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새로운 관광 명소답게 상당한 방문·유동인구가 유입되면서 토산품 판매전에 불꽃이 튄다. 이곳엔 약 30개의 도쿄 토산물 전문 판매점이 영업 중이다. 리뉴얼 직후 2012년 10월 매출액은 전년보다 80% 늘었다. 여행·출장에 따른 선물 수요는 물론 일부러 도쿄 명물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손님 덕분이다. 무엇보다 상품 라인업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
개중엔 월병(月餠)처럼 오직 도쿄역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품목까지 있어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도쿄타워를 대신해 2012년 오픈한 도쿄 명물인 스카이트리를 토산품의 디자인으로 채택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 한계를 넘어 적극적인 판매망 확대에 나선 토산품도 있다. 요코하마의 명물 간식인 ‘기요켄’의 ‘슈마이’가 대표적이다. 만두와 비슷한 슈마이는 요즘 고향 탈출을 시도 중이다. 지역구에서 전국구로의 변신 시도다. 원래 이 제품은 재료 특성상 상온에 17시간을 보관하면 유통기간이 끝났다. 최대 약점으로 해당 지역이 아니면 먹기 곤란했다.
이를 개선한 게 5개월로 늘린 진공포장의 냉장 제품인데, 역시 맛의 한계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아이디어는 이때 나왔다. 특수 포장 비닐로 포장해 유통기간을 11일로 늘리되 맛을 유지하도록 고안됐다.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자동으로 비닐이 터져 맛있는 순간을 가르쳐 주는 간단 시스템을 채택한 덕분이다. 남에게 주는 선물에서 스스로 사 먹는 내식(內食)으로, 토산품에서 전국 상품으로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2012년 10월부터 시판되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토산품도 화젯거리다. 해외 관광객이 자주 찾는 하라주쿠에 있는 과자 메이커 ‘가루비’의 안테나숍은 중국 고객을 위해 전담 스태프까지 배치했다. 신제품과 지역 한정품을 진열해 이들의 입맛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객의 5%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해외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 나라밖의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합종연횡도 있다. 오키나와와 후쿠오카의 토산물이 서로 제휴해 신제품을 만든 경우다. 오키나와의 ‘난포통상’은 지역 재료를 활용해 과자를 판매했었는데, 최근 후쿠오카 명물인 딸기 토산품 업체와 제휴해 제3의 제품을 고안해 냈다. 딸기를 사용한 과자다. 지역에 머무르던 개별 토산품을 하나로 합쳐 이를 각각 2개의 브랜드로 해당 지역에서 파는 경우다.
토산품의 지역 한계를 초월한 것도 있다. 인건비가 싼 오키나와에서 연중 생산함으로써 경비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두 지역의 장점을 섞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런 사례는 토산품의 경쟁력이 부족한 한국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도농 격차의 조류를 넘어 지역 경제의 부활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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