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진호(37·가명·경기도 성남) 씨는 3년 전 척추를 다친 후 집에서 누워 지내다시피 하는 아버지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집을 찾아와 아버지를 돌봐 드리곤 했지만 누워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아버지 간병이 거의 장남인 김 씨의 몫이 되면서 아내의 불만도 커져만 가고 있다. 간병인을 두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한 달에 100만~15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니 외벌이인 김 씨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인천에서 작은 치킨집을 운영 중인 박진경(42·가명·인천 거주) 씨도 부모님 간병 문제로 속병을 앓았다. 박 씨의 친정어머니는 7년 전부터 치매가 시작돼 차츰 병세가 악화되면서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박 씨는 어머니를 돌보고 가게 일을 남편이 전담하다시피 한 것도 어언 2년 가까이로 접어들면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이 한계에 달했다. 그러던 중 친척의 소개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알게 됐고, 박 씨 어머니는 지난 5월 요양 등급 3등급 판정을 받아 주중에 하루 4시간씩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2010년 약 53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77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고령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노인 부양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30~40대의 중·장년층에게 연로한 부모님의 질병은 간병에 대한 육체적·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이는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김 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도와 노후 생활의 안정과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다.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자라도 치매·뇌졸중·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병 때문에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다.
[정책] 보건복지부 노인장기요양보험, ‘간병’ 부담 덜어내는 정부 지원 활용법
2013년 하반기부터 수혜 대상자 확대

올해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 시 3등급 인정 점수를 기존 55점 이상 75점 미만에서 53점 이상 75점 미만으로 완화해 더 많은 노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이용 가능한 장기 요양 급여 혜택은 크게 재가·시설·특별 현금 급여 등으로 나뉜다. 재가 급여는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지원이 필요한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신체 활동, 가사 활동, 목욕, 간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직장 근무나 출장 때문에 단시간·단기간만 보호가 필요하다면 하루 3시간에서 12시간까지 요양 기관에서 돌봐주는 주·야간 보호, 한 달에 15일 동안 요양 기관에서 요양이 가능한 단기 보호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시설 급여는 요양에 필요한 설비와 전문 인력을 갖춘 노인 요양 시설이나 가정과 같은 주거 여건을 갖추고 일상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노인 요양 공동생활 가정에 입소해 신체 기능 유지와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을 받는 것을 말한다.

시설 급여를 이용하려면 좋은 요양 기관을 찾는 것도 중요한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하는 ‘노인장기요양 기관 평가 결과’를 참고하면 좋다. 매년 전국 노인장기 요양 기관 시설 운영 실태를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며 노인장기요양 보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자기 거주지 근처의 우수 기관을 조회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요양 시설이 부족한 도서지역에 거주하거나 주위에 요양 시설이 없어 시설·재가 급여를 이용할 수 없는 등 예외적일 때에는 가족 요양비로 월 15만 원이 지급되는 특별 현금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 이용 시 발생하는 비용은 공단에서 8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수급자 상황에 따라 최대 20%까지 본인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일반 20%, 경감 10~15%, 기초 수급자 무료).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 7월부터 시행돼 5년 차를 맞은 현재 전체 노인 인구의 5.7%에 달하는 33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총 2만3000개의 장기 요양 기관이 전국 곳곳에 있고 종사 인력도 29만 명에 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설문 조사한 결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86.9%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2011년 기준). 그러나 한편에서는 중증자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혜 범위의 협소(OECD 평균 수혜 비율 11%), 시설 간 서비스 품질 격차, 특정 급여(방문 요양)에 서비스 편중, 장기 요양 종사자에 대한 낮은 처우 등의 문제점도 계속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도모하기 위한 노인 장기 요양 보험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중·장기 계획은 수혜 대상자 확대를 포함한 장기요양보험 보장성 확대, 다양하고 질 높은 서비스 제공, 전달 체계의 효율성 강화, 재정 관리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직접방문·우편·온라인 등으로 신청 가능

수혜 대상자 확대는 3등급 최하 점수를 2012년 53점, 2013년 51점 등 단계적으로 내리고 등급 판정 도구를 개편해 실외 활동이 어렵거나 경증 치매 등으로 요양 부담이 상시적으로 높은 어르신들을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현재 33만 명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수혜 대상은 2017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장기 요양 등급을 받지 못한 노인들을 위한 노인 돌봄 서비스의 수혜자 역시 단계적으로 늘리고 낙상 및 치매 예방 등 노인성 질환 예방 시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 요양 시설 평가 체계 개선 및 부적정 시설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요양 기관 종사자 근로 여건과 근무 환경 개선, 요양보호사의 직무 전문성 향상 등 전반적인 요양 기관 종사자 처우 개선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장기 요양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장기 요양 인정)를 인정받아야 한다. 장기 요양 인정 신청서를 작성해 가까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노인 장기 요양 보험 홈페이지·우편·팩스 등을 이용하면 된다.

본인은 물론 가족·친지·사회복지사 등 대리인 신청도 가능하다. 신청 후에는 공단 직원이 집으로 방문해 어르신의 생활 능력과 인지 상태 등을 조사하고 등급판정위원회에서 등급을 판정한다. 1~3등급으로 인정되면 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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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 기관 선택 시 체크 포인트
좋은 요양 시설 고르는 방법

1. 햇볕이 잘 드는지, 환기를 철저히 하는지 꼼꼼히 살펴라. 거동이 불편해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실내온도·습도·채광이 적정한지, 환기가 잘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환기가 잘 안되면 호흡기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2. 쓰레기 등 폐기물을 잘 처리해 청결을 유지하는지 점검하라. 쓰레기 분리 배출이 확실히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오염된 기저귀나 의복 등으로 불쾌한 냄새가 퍼지지 않도록 별도로 분리된 배출구를 사용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3. 식당·욕실·화장실 등 공용 공간의 청결 상태를 눈여겨보라.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 어르신의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4. 응급 대응, 소방 시설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체크하라. 요양 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막기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는지도 알아봐야 하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응급 의료 시설과 기기를 갖추고 있는지, 소화 기구와 비상구가 확보돼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5.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내 집 주변의 우수 요양 시설부터 알아보자. 노인 장기 요양 보험 홈페이지에서 집 가까이에 있는 장기 요양 기관을 찾아볼 수 있다. 평가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규모와 급여 종류 등 필요한 서비스에 따라 좋은 기관을 찾을 수 있으며 정원 및 현재 입소자 수 등이 표기돼 있어 입소 가능 여부도 동시에 알 수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