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희망은 변방에서 자란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희망은 언제나 제국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서 자란다.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를 넘어선 새로운 버전의 자본주의의 진화는 자본주의가 성숙한 서구 선진 경제가 아니라 뒤늦게 경쟁 대열에 합류한 가난한 신흥 국가에서 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를 찾아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관점에서야만 비로소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르네상스 이전 학자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들은 자신들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생각을 위협하는 증거들을 거부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지구가 아니라 태양 위에 서서 우주를 봐야만 했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태양 위에 서서’는 새로운 관점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Book] ‘포스트 캐피털리즘’ 外
변화는 이미 변방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자본주의자들은 새로운 변화를 기존의 틀에 끼워 맞춰 설명하려고 기를 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상이지만 자본주의 시장 이론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픈 소스 운동도 마찬가지다. 벤처 자선도 이윤 추구의 법칙과 양립할 수 없는 데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가치 추구가 금전적 소득의 자리를 대신하고 이윤 추구와 사회 공헌의 경계가 흐려진다.

인도의 다이얼1298은 구급차를 보내는 영리 서비스지만 구급차를 기부 받는 자선사업과 연계된다. 브라질의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는 공교육 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미국식 자본주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크리스토퍼 메이어 외 지음┃오수원 옮김┃460쪽┃비즈니스맵┃2만 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위대한 생존자들’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인간이 멸종하더라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농담처럼 말한다. 이는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바퀴벌레는 지난 두 차례의 대규모 멸종 사건에서 살아남았다. 바퀴벌레는 3억 년 전에 지구에 태어나 현재까지 번성하고 있다. 앨런 와이즈먼의 유명한 책 ‘인간 없는 세상’에서 바퀴벌레는 인간 멸종과 함께 같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보면 끈질기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곤충은 생명이 아주 짧다. 성체가 되어서 열심히 짝짓기만 하다가 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녀석들은 다르다. 그들은 아주 오래 살며 통 안에 갇힌 채 몇 년이나 버틸 수 있다. 먹지 않고도 한 달이나 견딜 수 있다. 알도 많이 낳기에 종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 녀석들은 먹이가 있으면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먹이가 다 떨어지면 서로를 먹어치울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Book] ‘포스트 캐피털리즘’ 外
이 책 ‘위대한 생존자들’은 바퀴벌레와 같은 강한 생존자를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세계적인 삼엽충 전문가인 리처드 포티가 생존자들이 있는 전 세계를 다니며 발로 쓴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해파리도 생존력이 강하기로는 바퀴벌레에 뒤지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 바다에 많아진 해파리는 바퀴벌레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다. 무려 5억 년 이상이나 되었다. 몇 차례의 대량 멸종 속에서도 이들은 바닷속을 흐느적거리며 생존해 왔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해파리는 이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어류가 남획돼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파리는 점점 늘어난다. 해파리는 남들이 힘든 시기에 더욱 번성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다섯 번의 대량 멸종이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대량 멸종의 희생자는 공룡이었다. 대량 멸종이라고 해서 모든 동식물들이 지구에서 없어지지는 않았다. 인간의 조상을 포함한 포유류들은 마지막 멸종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도 멸종은 당연히 일어난다. 아마도 이 원인은 우리 인간이 그동안 지구에서 행한 일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누가 살아남을까.

리처드 포티 지음┃이한음 옮김┃392쪽┃까치┃2만 원




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곽수종 지음┃352쪽┃글로세움┃1만4800원
[Book] ‘포스트 캐피털리즘’ 外
내년 이후 예상되는 세계경제의 판세 변화를 전망했다. 저자는 2017년까지 경제 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13 ~2014년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만약 이 기간 중 중국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세계경제에 핵폭탄급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다양한 전략과 국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향후 세계경제는 미국의 일극 체제에서 미국·유럽·중국이 함께 이끄는 다극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SNS 쇼크
카르스텐 괴릭 지음┃박여명 옮김┃256쪽┃시그마북스┃1만4000원
[Book] ‘포스트 캐피털리즘’ 外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의 부작용을 조명했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이를 광고에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다. 또한 이들은 서비스 이용 대가로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약관을 강요하거나 인터넷에 올린 글을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거나 검열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



성공하는 사람은 스토리로 말한다
피터 구버 지음┃김원호 옮김┃336쪽┃청림출판┃1만5000원
[Book] ‘포스트 캐피털리즘’ 外
저자인 피터 구버 미국 UCLA 스토리텔링 교수의 40년 경험을 담은 강의 노트다. 저자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수치나 자료가 아니라 스토리라고 말한다. 강의 시간에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으로 강의를 시작하면 많은 학생들이 몸을 꼼지락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면 데이터를 퍼부어댈 때와 달리 귀를 기울이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스토리텔링 활용 사례를 다양하게 담았다.



이겨라! 대한민국 직장인
김한훈 지음┃232쪽┃대성 코리아닷컴┃1만4000원
[Book] ‘포스트 캐피털리즘’ 外
리더십과 자기 계발 전문가의 직장 생활 지침서다. 직장인들의 고민은 대부분 사람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편하고 적성에 맞는 좋은 직장이라고 하더라도 사람 관계가 틀어지면 지옥 같은 하루하루가 펼쳐진다. 아침부터 막말을 하는 상사, 꼬치꼬치 따져 묻는 부하, 자기 업무에 선을 그어 놓고 철야를 하든 말든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인간관계의 매듭이 줄줄이 이어진다. 하지만 나만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직장인 사춘기를 벗어날 수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솔루션은 바로 이해다.
[Book] ‘포스트 캐피털리즘’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