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단걸 응접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고급 외식 공간이었지만 1990년대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의 탄생으로 그 자취를 감췄던 경양식집이 가로수길에 있다. 옛 추억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모단걸 응접실’이다.


‘모단걸’은 조선 후기에 신문물을 받아들인 모던(mordern)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신여성을 뜻한다. 그런 신여성들이 서양 문물을 즐기던 곳을 ‘모단걸 응접실’로 재해석했다. 그 시절 숨어서 몰래 독립운동을 준비하던 강한 여성이 모티프다.

복고풍의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에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백난아가 부르는 ‘낭랑 18세’와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가 흘러나온다. 메뉴도 함박스테이크나 비프가스 같은 음식이다.
모단걸 응접실에서는 경양식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새로운 요리법보다 좋은 고기와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함박스테이크는 오리지널·치즈함박·크림함박·매운함박까지 4가지 맛 중에 기호대로 주문할 수 있다.

함박스테이크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황금 비율로 섞어 두툼하게 구워 데미그라스 소스를 듬뿍 끼얹고 반숙한 계란 프라이를 얹어 낸다. 함박스테이크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소스에 적셔 먹어도 좋고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흘러내리는 달걀 노른자에 적셔 먹어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맛집] 가로수길서 즐기는 추억의 경양식
비프가스는 두 손바닥을 펴놓은 것처럼 크기가 크다. 쇠고기 등심을 부드럽게 두드려 밀가루를 묻힌 후 달걀 물에 적셔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 낸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점심에만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에는 빵과 수프에 커피까지 제공된다.

세트 메뉴의 시작은 수프다. 다양한 식재료로 맛을 낸 수프를 선보이는 일반 레스토랑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밀가루를 볶아 물과 우유를 넣고 끓인 옛날 스타일의 걸쭉한 크림 수프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맛보기조차 힘든 촌스러운 맛이지만 추억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샐러드라고 불리지 않는 사라다는 양배추와 오이·당근·양파 등을 채 썰어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어 버무려 낸다. 사라다를 모닝 빵 속에 소복이 넣고 한 입 베어 물면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달달한 모단걸 커피와 유자 꿀을 넣어 달착지근한 모단걸 맥주도 매력적이다. 모단걸주와 모단보이주도 재미있다.

모단걸주는 자몽과 자몽주스·보드카·화이트와인·스프라이트를 칵테일하고 모단보이주는 레몬·보드카·화이트와인·스프라이트·블루리퀴르를 칵테일해서 낸다. 연인들을 위한 2인용 칵테일이다. 옛 맛을 추억하며 마음의 위로를 얻고 휴식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식공간, 모단걸 응접실이다.
[맛집] 가로수길서 즐기는 추억의 경양식
영업시간: 월~금 11:30~01:00 , 토~일 11:30~23:00

메뉴: 함박스테이크 1만4000원, 비프가스 1만4000원, 점심 세트 비프가스 1만2000원, 모단걸 커피 5500원, 모단걸 맥주 8000원

위치: 강남구 신사동 539-1 지하 1층

문의: (02)3448-0815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