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만4390달러(이하 2010년 IMF 통계)로 세계 1위다. 인구 50만 명인 룩셈부르크의 1인당 GDP가 높은 이유는 택스 리조트(tax resort)이기 때문이다.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가 많아 소득은 높게 잡히는데 정작 일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1인당 소득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또한 택스 리조트로, ‘외국계 100대 기업’ 중 13개가 네덜란드 국적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의 1인당 GDP는 4만6418달러로 세계 10위다. 네덜란드 얘기를 꺼낸 것은 이번 외국계 100대 기업에 속한 국가의 국정 중 네덜란드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국적별 외국계 100대 기업을 분류하면 미국 국적이 25개로 가장 많고 일본이 24개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3위가 네덜란드다.
[2012 FOREIGN SUPER COMPANIES 100] 지표로 본 외국계 100대 기업, 조세 피난처 ‘ 네덜란드계’ 눈에 띄네
BMW·IBM·프라다는 네덜란드 국적

흔히 BMW는 독일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BMW코리아의 지주회사인 BMW홀딩스(BMW Holding BV)의 국적은 네덜란드계다. 마찬가지로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또한 네덜란드 국적이다. 2011 회계연도에 2921억 원의 순손실을 보면서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100위권 밖으로 빠진 르노삼성자동차 또한 네덜란드계다.

르노(Renault)는 흔히 프랑스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배회사인 르노그룹(Renalt Group BV)의 국적은 네덜란드로 등록돼 있다. 한국IBM은 미국계로 생각하기 쉽지만 역시 네덜란드계다. 영국계로 흔히 생각하는 홈플러스 또한 네덜란드 국적이다.

이 밖에 이탈리아 명품으로 잘 알려진 프라다(프라다코리아)와 구찌(구찌그룹코리아), 애완용 사료로 유명한 카길애그리퓨리나, 시계 및 귀금속 도매 업체인 리치몬트코리아, 김치 냉장고 제조업체인 위니아만도, 석유화학 제품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코리아 등이 네덜란드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택스 리조트에 해당하는 스위스 국적도 4개를 차지한다. 한국필립모리스·에이비비코리아(변압기 제조업체)·한국노바티스·에이지이엠코리아(감광재료 제조업체)가 스위스계다.
[2012 FOREIGN SUPER COMPANIES 100] 지표로 본 외국계 100대 기업, 조세 피난처 ‘ 네덜란드계’ 눈에 띄네
외국계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국적 회사는 25개다. 한국씨티은행·푸르덴셜생명보험·라이나생명보험·코스트코코리아·한국쓰리엠·메트라이프생명보험·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한국허벌라이프·씨티글로벌마켓증권·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모뉴엘·한국다우케미칼·이스트만화이버코리아·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뉴스킨코리아 등이다. 미국 국적 회사는 실질적인 출신지와 서류상의 국적이 비교적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국적은 24개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은 특유의 장인 정신을 고집하다 보니 일본 내 생산이라는 점이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여겨져 일본 국적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생각하는 일본계 기업의 국적은 일본 그대로다.

도레이첨단소재·노무라금융투자·아사히피디글라스한국·소니코리아·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코리아·올림푸스한국·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등이 일본계다.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일본에 지주회사를 상장한 넥슨코리아는 일본계로 분류된다.
[2012 FOREIGN SUPER COMPANIES 100] 지표로 본 외국계 100대 기업, 조세 피난처 ‘ 네덜란드계’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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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은 소폭 증가, 매출·순이익은 감소

한편 외국계 100대 기업 전체의 자산은 전년(선정 기준)보다 4.12% 늘었지만 매출(영업수익)은 19.99% 줄었다. 순이익도 8.20% 줄면서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특히 금융 업종의 영업수익(매출에 해당)이 44% 줄면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순이익은 영업수익 하락에 비하면 미미한 2% 떨어지는 데 그쳤다. 반면 제조업 매출은 8% 하락한 것에 그쳤지만 순이익은 27% 줄었다.

금융 업종은 무형 상품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고 위기 때 인력만 구조조정하면 대처할 수 있지만, 제조업은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레 생산 규모를 급속히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재고가 많이 쌓이게 되고 대규모 설비와 숙련된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도 쉽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