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려면 타깃 고객이 명확할수록 좋다. 어정쩡한 범용화보다 확실한 특정화의 파워다. 소비 감소세의 저성장·고령화에선 더더욱 그렇다. 타깃 고객은 같은 값이면 부자 그룹일수록 유리하다. 게다가 돈을 벌고 있는 현업 세대가 좋다.

현역 생활의 클라이맥스인 40~60세가 메인 타깃이다. 상위 1% 현역 부자의 절대 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요컨대 ‘부유층 비즈니스’다. 중장년의 현역 부자를 유혹하려는 전략 전술 관련 세미나·강연이 문전성시다.

대형 백화점 ‘다이마루’ 매장 안쪽엔 특별 공간이 있다. ‘엑설런트 룸(Excellent Room)’이다. 쇼핑 시간은 없지만 지갑 사정이 넉넉한 부자 고객의 전용 공간이다. 코디네이터 전속 직원이 의류에서부터 가방·구두 등 모든 걸 서비스한다. 고객이 전화해 취향·사이즈·컬러 등 필요 정보를 주면 요청에 맞춰 전속 직원이 붙는다.

백화점 전체 브랜드를 돌며 입맛에 맞게 제공해 주는 시스템이다. 주로 40~60대로, 주류는 50대가 압도적이다. 최고경영자(CEO)·전문직을 비롯해 하루 24시간이 아까운 인생 절정의 몸값을 자랑하는 부자 그룹이다. 이용 고객의 1회 쇼핑액은 평균 30만 엔대다. 입소문 덕에 매년 50% 이상 성장세다.
[일본] 붐 이루는 ‘귀족 마케팅’ 상위 1% ‘ 메인 타깃’ …세미나도‘ 만원’
부자 고객의 소비 유도를 꾀하는 고급 아이템 비즈니스는 확산 추세다. 대형 화장품 회사 ‘폴라’는 2011년부터 고급 이동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급 버스를 개조해 고액의 부인복·가방·보석 등을 싣고 이동판매에 나섰다.

요즘 지방에선 백화점 폐점이 끊이지 않는다. 백화점 지향 고객이면 사고 싶어도 사기 힘든 쇼핑 난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틈새를 노린 게 이동백화점 콘셉트를 체화한 차량 판매다. 매출액은 들쑥날쑥하지만 일평균 100만 엔을 넘길 때가 많다. 회사는 버스를 늘릴 계획이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건축업을 보자. 단독주택이 주류인 일본에서 주택 건설·개조는 시장 규모가 꽤 크다. 주택 리폼이 많다. 이때 강조되는 건 저가 메리트뿐이다. 이익은 줄고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일부 업자는 노선을 전환했다.

전속 디자이너를 고용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개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설득도 차별적이다. 가격 정보 없이 고급 이미지를 강조한다. 독창성에 고객 요청까지 반영해 평판을 얻는 발상의 전환이다. 단가는 덩달아 오른다.

여행도 메인 아이템이다. ‘JR규슈’는 철도 역사에 남을 초고액 침대 열차 계획을 내놓았다. 크루즈 열차로 명명된 ‘별 일곱 in 규슈’가 그렇다. 호화로운 침대 열차에서의 3박 4일 규슈 일주 코스다. 2013년 가을에 시작되는데 2인 1실에 1인당 최고 55만 엔의 거액이다.
[일본] 붐 이루는 ‘귀족 마케팅’ 상위 1% ‘ 메인 타깃’ …세미나도‘ 만원’
그랜드피아노에 댄스 가능 라운지도 마련된다. 14개 방에 단 30명만 즐기는 프리미엄 여행이다. 전속 프로젝트 팀까지 만들어 열차·여행 설계에 매진 중이다. 타깃은 절약적인 ‘노인 부자(Old Rich)’보다 중장년의 ‘은퇴 부자’다.

전망은 밝다. 저가 경쟁으로 점철된 그간의 매출 전략에 숨통을 틔워줄 확률이 높다. 저가 경쟁의 끝은 절대 다수가 힘든 싸움이란 점에서 그 역발상적인 대안으로 고부가가치에 주목한 건 꽤 매력적이다. 고민도 있다. 참고 가격이 없다는 게 그렇다.

존재하지 않은 상품·서비스인 이유다. 이는 되레 기회다. 얼마든지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 아이템이 사업화되지 못한 건 그간의 중류의식이 컸었다. ‘1억 총중류사회’란 단어처럼 지금까지 일본 시장은 중간층을 노려 왔다. 다만 2000년대 이후 극단적인 격차 사회화로 상위 1%의 존재감이 본격 부각됐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