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탐구-저가 소곱창 전문점 ‘듬삭’

소비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 요즘, 요식 업계는 업종을 막론하고 작년 이맘때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이 꺾여도 가게에 투자한 돈이 아깝고 별다른 대안이 없어 양도 양수나 폐점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을 겪는 점포들이 많다. 소곱창 전문점 ‘듬삭’ 면목점을 경영하는 김종석 사장 역시 한차례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돌파구를 찾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벼운 주머니 열게 하는 저렴한 가격

면목역에 접한 역세상권에서 성업 중인 ‘듬삭’의 주요 메뉴는 1인분에 9000원짜리 소곱창과 소막창이다. 일단 가격에 부담이 없으니 주머니 얇은 대학생에서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루 손님이 든다. 인근 중화동에서도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을 정도니 싼값만으로 고객에게 인상을 심어준 것은 아니다.

저가 곱창집이지만 차별화를 위해 공짜 서비스로 매콤한 순두부를 무조건 제공하고 있다. 단골손님에게만 특별 서비스한다는 ‘유창’은 생소하지만 대창의 윗부분인데, 특히 얇고 부드러운 맛으로 장년층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이렇게 김 사장의 가게가 상권에서 성공을 거두자 인근에만 소곱창 전문점이 5개 점포나 더 생겨났다 사라졌다. “개점 때보다 여성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조리사 출신의 김 사장은 경기가 풀릴 기미가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고객이 꾸준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주 메뉴를 본사에서 받아 쓰기 때문에 가게 오픈은 그날그날 쓸 부추 무침이나 소스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창업] 칼국숫집이 곱창집으로 변신한 사연
“오후 3시에 가게에서 준비를 시작하고 손님이 늦게까지 들 때는 새벽 2시쯤에 문을 닫습니다.”

김 사장이 이런 규칙적인 생활을 감사하게 된 것은 이전의 실패 경험 때문이다. 1년여 전 곱창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 전 바로 같은 자리에서 김 사장은 보쌈·칼국수·만두를 팔았다. 조리사였던 김 사장의 자존심으로 맛은 최고라고 자부했지만 한 그릇에 5000원 하는 칼국수로는 매출 30만 원을 넘기가 어려웠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지만 오피스가 많지 않아 결국 점심 손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주력이 식사가 아닌 저녁의 주류를 취급하는 가게가 적합한 상권이라는 것을 가게를 열고 나서야 뼈아프게 배우게 된 것.

막상 저녁 주류에 초점을 맞춘 업종 변경을 고려하고 다시 가게 주변 상권을 꼼꼼히 둘러보니 동네에서 장사가 잘되는 가게가 돼지곱창집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소곱창을 취급해 차별하고 대신 가격을 비슷하게 하면 장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프랜차이즈를 돌아다니며 맛을 봤다.

김 사장은 한창 덥던 지난해 7월 그렇게 간판을 바꾸고 주방 시설에 약 1억3000만 원을 들였고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해 여름 테이블 10개에서 일매출이 100만 원을 넘긴 것. 이제 2년 차인 지금은 경쟁 업체도 있고 어려워진 경기 때문에 일매출은 60만~70만 원 선이지만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어 마음이 급하지는 않다.

과거 칼국수점을 운영하던 시절 아침 8시부터 면을 뽑고 육수를 준비해 점심 장사를 하고 밤 12시쯤 폐점 후엔 또 식자재를 손질해도 매출이 오르지 않아 몸도 마음도 고생스러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수월한 편이라고.

종업원 1명에 김 사장 부부가 정성껏 만들어 가는 가게는 이제 어지간한 어려움이 와도 다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한 번의 실패가 돈과 시간을 앗아갔지만 판단력과 인내심을 선물로 남겨 주고 갔으니 말이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