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디언팀 옹알스

“옹알스를 아시나요?”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일반 대중이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옹알스’의 멤버인 조준우(34)·최기섭(33)·조수원(33)·채경선 (32) 등의 이름을 들었을 때 여느 유명 개그맨들처럼 ‘아, 그 사람!’하고 선뜻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옹알스’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세계 3대 공연 축제인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2010, 2011년 2년 연속 별 다섯 개 만점의 최고 평점을 받았는가 하면 그중 최상위 팀에게만 주어지는 ‘보비의 식스 스타스 어워드(Bobby’s Sixth Stars Award)’에 노미네이트되며 한국 코미디의 자존심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 후 세계 각국에서 초청 받아 공연하고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막상 한국 관객들에게는 우리의 공연을 보여줄 기회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많은 분들에게 왜 공연을 하지 않느냐, 어디에 가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죠.”(최기섭)

그런 그들에게 지난 10월 20일 본격적인 보금자리가 생겼다. 해외 관광객들이 주로 많이 찾는 멀티 전문 공연장인 서울의 ‘명보아트홀’에 옹알스 전용관이 생긴 것이다.

“첫날 공연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오래 남의집살이를 하다가 자기 집을 마련한 기분과도 같았거든요. 다른 멤버들도 보니까 전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하던데요?”(최기섭)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우리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게 된 만큼 다시 신인이 된 기분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어요.”(조수원)
[뷰티풀 라이프] “코미디도‘한류’가 대세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개콘’ 한 코너에서 세계를 웃기는 공연 팀으로

전용관이 생겼다는 것은 단순히 정기적인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옹알스’의 공연이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아 수익을 낼 수 있는 공연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자 국내 관객은 물론 해외 관객까지 공략할 수 있는 ‘옹알스’ 공연의 힘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연되는 옹알스의 ‘퍼포디언 쇼(Babbling Perfordian Show)’는 개관 이후 줄곧 좌석이 꽉 찰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퍼포디언은 ‘퍼포먼스와 코미디언’의 합성어로, 나이·성별·국적·언어·장애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어요. 그 이름처럼 우리 공연의 대부분은 말이 필요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인 만큼 외국인·장애인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웃을 수 있는 공연이에요.”(조준우)

‘옹알스’는 원래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한 코너에서 시작된 팀이다. 6개월 정도 무대에 오른 후 코너 하차를 통고받았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대부분 코너가 없어지면 다시 다른 개그맨들과 팀을 짜서 아이디어 회의를 거친 후 새로운 코너로 무대에 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다른 개그맨들과 함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 겸 공연을 하러 갔을 때예요. 개콘에서 선보였던 개그 코너 등을 연기하는데, 대부분의 개그 스타일이 말로 웃기는 스탠딩 코너 위주여서인지 언어의 벽 때문에 의외로 웃음 속도를 따라오는 아이들이 많지 않더라고요.”(채경선)

그에 비해 간단한 마술과 풍선 등을 이용해 웃음을 전해주는 옹알스 코너에는 환한 웃음을 보내주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후 말이 아닌 몸으로 웃기는 코미디, 그것도 단순한 슬랩스틱만이 아니라 마술·저글링·마임·비트박스, 핸드벨 연주와 외발 자전거 타기 등을 좀 더 능숙하게 선보이기 위한 연습들이 이어졌다.

비록 먼저 알아봐 주고 환호해 주고 찾아 주는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이들은 서로를 향한 믿음을 기본으로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갔다. 그리고 자신들의 공연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적 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공연인 만큼 한국적인 색깔은 많이 빼기로 했어요. 세계 만국 공통의 웃음 포인트를 고려해 스토리를 만들고 시놉시스를 짜서 공연을 선보였죠.”(조수원)

결과는 대박이었다. 슬랩스틱형 코미디를 포함해 연신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화려한 쇼를 통해 웃음을 전해주는 옹알스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최고의 갈채를 받았다. 영국 BBC에서도 이들의 공연을 극찬하는가 하면 공연의 대부분은 연속 매진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펍에 가면 우리 공연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 먼저 찾아와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많이 받곤 했어요. 한국에서 누릴 수 없었던 인기를 영국에서 듬뿍 누렸다니까요?(웃음)”(최기섭)

2년 연속 에든버러에서의 공연 이후 국내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두바이·일본·캐나다·중국 등 세계 각국의 프로덕션에서 공연 요청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요청에 따라 옹알스는 세계 각지에서 스스로 웃음 국가 대표라는 사명감을 지니고 공연에 열정을 불살랐다.

국내 코미디 팀으로는 최초로 공연한 두바이에서는 여성 관객의 대부분이 히잡을 쓰고 있는 바람에 미소는 볼 수 없었지만 웃음 때문에 펄럭이는 히잡을 보며 공연 성공을 확신했다. 만담이 강한 중국에서는 예상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얻지 못했지만 해외 코미디 팀으로서는 이례적이랄 수 있을 정도의 호평을 받았다. 미국 공연에서는 웃음 포인트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에 비해 코미디의 호흡이나 관객의 반응도 느리다는 걸 알게 됐다.
<Digimax S800 / Kenox S800>
전 세계 돌며 웃음 국가 대표 역할

“웃음에 대한 반응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가장 빠른 편이에요. 유행도 빠르고 개그맨들의 세대교체도 꽤 빠른 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편이고요.”(조수원)

그러다 보니 비인기 개그맨들은 오랜 무명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또 한때 인기를 얻었던 이들도 대부분이 쉽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다. 옹알스는 그들에게 자신들이 하나의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개그맨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요.”(채경선)

“옹알스 전용관처럼 다른 전용관들도 많이 생겨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개그맨들과 코미디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늘기를 바랍니다.” (조수원)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케이팝’, ‘한류’ 드라마만 있는 게 아니라 ‘한류’ 코미디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국내 관객들에게도 코미디만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쇼로서 다양한 즐거움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최기섭)

“옹알스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끝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라스베이거스가 아닐까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쟁쟁한 코미디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대한민국 코미디의 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조준우)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