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 대학생들이 한 식료품 가게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에 가장 좋은 입구 쪽에 잼 시식 코너를 만들고 한 시간 간격으로 처음에는 6종류의 잼을, 그다음에는 24종류의 잼을 제공했다.
실험 결과 6종류의 잼을 제공할 때와 24종류의 잼을 제공할 때 판매량이 크게 달라졌다. 24종류의 잼이 진열된 시식 코너를 거친 손님들은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상당히 헷갈려했다. 그들은 잼 진열대에서 이 병 저 병을 살펴보다 그냥 빈손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6종류의 잼을 시식한 손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잼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안다는 듯 진열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원하는 종류를 골라 계산대로 향했다. 실제로 30%와 3%로 구매율이 엇갈렸다.
![[Book] ‘선택의 조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00347.1.jpg)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려야 하는 결정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후회는 조금씩 더 커지고 이미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은 조금씩 작아진다. 현대인은 선택과 정보의 만성적 과잉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현명한 포기’와 ‘절제의 미덕’이다. 참된 향유는 부족함에서 생기고 ‘더 적게’가 때로는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스 카스트 지음┃정인회 옮김┃304쪽┃한국경제신문사┃1만4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인문학의 눈으로 본 제주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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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십경(瀛州十景). 제주 시인 이한우가 꼽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 10개다. 성산의 해돋이, 사라봉의 저녁노을, 백록담의 늦겨울 눈, 영실의 기이한 바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제주 시내에 숙소를 잡은 사람이라면 한라 수목원에서 아침 산책을 하고 사라봉에서 저녁을 맞는 게 가장 좋다.
오름은 제주 사람 그 자체다. 오름은 흰죽을 끓일 때 여기저기에 부글거리는 기포가 생기는 것처럼 화산섬인 제주가 만들어질 때 생긴 기생화산이다. 제주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제주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오름을 보고 자라고, 거기에 의지해 삶을 꾸리며, 오름 자락 한쪽에 산담을 쌓고 떠나는 이의 뼈를 묻는다. 오름이 없는 제주는 상상할 수 없다.
해녀와 귀양에 대한 기록이 없는 제주도 별로다. 해녀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고려사’에 탐라군 관리자가 ‘남녀 간의 나체 조업을 금한다’는 금지령을 내린 걸 보면 탐라 때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주 여인들은 7~8세부터 물질을 연습하기 시작해 15세 전후가 되면 해녀로 한몫했다. 때론 해녀들의 삶은 고단하고 지난했다. 평생 전복을 공물로 바치는 노역을 수행해야 했는데 조정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가렴주구가 조선 왕조 말까지 없어지지 않았다.
제주에 유배 온 사람들은 매일 매일 한양에서 어명이 내려올 것을 기대하며 바다 너머를 쳐다봤다. 배가 오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정국이 나빠져 사약이 내려지든 아니면 정국이 풀려 석방되든지. 그중 추사 김정희도 있었다. 유배 중에서도 센 형벌인 위리안치에 처해졌기 때문에 정약용 같이 자신의 학문을 집대성하지는 못했지만 유명한 그림 ‘세한도’를 제주에서 남겼다.
제주는 자연이 있고 문화가 있다. 그리고 훈민정음에 가장 근접한 방언도 있다. 올레길을 갈 때 제주를 풀어 놓은 인문 서적을 끼고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유홍준 지음┃469쪽┃창비┃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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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곤 지음┃272쪽┃휴먼큐브┃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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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거짓말
쓰쓰미 미카 지음┃서금석 옮김┃216쪽┃푸른길┃1만2000원
![[Book] ‘선택의 조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00351.1.jpg)
의사 김재규
김성태 지음┃336쪽┃매직하우스┃1만5000원
![[Book] ‘선택의 조건’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00352.1.jpg)
특산물 기행
채희숙 지음┃464쪽┃자연과생태┃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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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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