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셰일가스 수출을 둘러싼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급락으로 위기에 처한 생산 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반면 값싼 에너지를 미국 기업들이 먼저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 내에 보유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출이 허용되면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케빈 메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올 초 ‘리퀴드 마켓: 미국의 LNG 수출 평가’라는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메시 연구원은 뉴캐슬대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에서 국제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에너지와 기술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인터뷰 케빈 메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미국의 LNG 수출, 가스 시장 지각변동 부를 것”
미국 경제에서 셰일가스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5년 전만 해도 미국은 천연가스가 부족했어요. 발전소를 돌리고 산업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천연가스가 부족해 대량의 해외 LNG 수입을 모색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액화 시설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뤄졌죠.

가스 가격이 얼마나 뛸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컸어요. 예측은 모두 빗나갔어요. 수평 시추와 수압 파쇄라는 기술이 미국의 에너지 지형도를 바꿔놓았어요. 지금 셰일가스가 미국 경제에서 의미하는 것은 더 싼 에너지, 새로운 기회와 재도약, 일자리 창출 등입니다. 거기에 탄소 배출 저감까지 덧붙죠. 한마디로 엄청난 사건이죠.

셰일가스가 미국 경제의 부활을 상징한다고 보십니까.

다우케미칼은 5년 전 공장을 해외로 옮기려고 했어요. 다우케미칼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증언에서 미국에서는 비용이 너무 높아 더 이상 생산을 계속할 수 없다고 토로했죠. 공급 원료가 저렴한 사우디아라비아나 걸프만에 새 공장을 짓겠다고요.

지금 이 회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학 기업 사솔도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죠.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가스에 열광하고 있어요. 싼 에너지는 세계시장에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발전 분야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천연가스와 석탄의 비중이 같아졌어요.

가스 가격이 다시 뛸 가능성은 없습니까.

발전 분야에서 연료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요. 더 많은 발전소가 석탄 대신 천연가스를 쓰면 수요가 늘고 이것이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겁니다. 석유화학과 제조업에서 점점 더 많은 천연가스를 사용하죠. 수출 역시 가격 상승 요인이에요.

MMBtu(약 25만kcal) 당 3달러는 많은 가스 생산 업자들의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이에요. 분명히 가격이 오르겠지만 2020년까지는 4~5달러 사이에 머무를 것으로 봅니다. 그 가격대에서 생산될 수 있는 천연가스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물론 수출이 변수죠.

천연가스 수출에 찬성하십니까.

기업들이 수출에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하려고 한다면 정부가 막아서는 안 됩니다. 얼마나 많은 가스가 수출될 것인지 시장이 결정할 거예요. 미국은 자유무역을 주창해 온 나라죠.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라들이 생산을 극대화하고 세계시장에 참여하도록 격려해 왔어요.

국가 이익을 이유로 천연가스를 국내에만 두겠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만약 우리가 그것을 해외에 팔 수 없다면 똑같이 그들에게도 해외에 팔라고 말할 수 없어요. 수출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큰 석유화학 회사들이죠. 해외에 팔 제품을 만드는데 값싼 천연가스를 쓰려는 거죠. 자기 제품을 해외에 팔 때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면서 천연가스는 해외에 팔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모순된 태도죠.

어느 정도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허가 신청이 들어온 수출량을 모두 합하면 1일 200억 입방피트가 돼요. 세계 LNG 시장 규모가 1일 330억 입방피트인 걸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죠. 모두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출은 어려울 거예요. 시설 투자를 위한 파이낸싱도 해야 하고 시장도 찾아야죠. 그들이 모두 시장을 찾지는 못할 거예요. 그만큼 수요가 없거든요. 헨리허브 가격과 타깃 시장의 가스 가격 사이의 좁은 창이 결정할 겁니다.

셰일가스 매장량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실제 매장량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마르셀루스 셰일을 예로 들죠. 맨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마르셀루스 셰일에 410조 입방피트 의 천연가스가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작년 말 141조 입방피트로 다운그레이드됐죠. 매우 큰 편차예요.

하지만 수치가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엄청난 양이죠. 미국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600조 입방피트 이상, 아마도 800조 입방피트 이상이라는 컨센서스가 있어요. 충분한 가스가 없을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개발 회사들의 지나친 열광이 거품을 일으키긴 했어요.

모두 생산에 뛰어들어 지금 시장이 붕괴한 상태죠. 하지만 가격과 수요가 회복되면 생산이 다시 재개될 겁니다. 채굴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요. 한번 시추해 복수의 시추공을 뚫고 수압 파쇄를 더 여러 단계로 하면 생산되는 가스 양이 그만큼 더 늘어나죠.

환경 파괴, 거품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에도 셰일가스 붐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붐을 계속 끌고 가는 힘은 ‘값싼 에너지’예요. 미국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죠. 에너지를 수입하는 대신 여기서 생산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치가를 행복하게 하고 기업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미국 내에서 오일과 가스 생산을 늘리는 것은 외교정책 측면에서도 정책가들에게 매력적이죠. 싼 에너지는 미국의 가장 큰 고민인 일자리 문제도 해결해 주고요.

셰일가스 붐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것으로 보십니까.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곳에서 반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미국은 독특한 요소들을 갖고 있거든요. 우선 땅 주인이 지하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갖죠. 땅을 가스 회사에 빌려주면 생산된 가스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어요.

국가가 지하자원에 대한 권리를 갖는 나라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곳에선 사람들이 가스 탐사나 개발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워요.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거든요. 미국은 땅이 넓고 인구 분포도 적어요. 자원 개발이 쉬운 거죠.

인구밀도가 높은 유럽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자유로운 시추가 어려울 거예요. 최상의 셰일가스 층이 파리에 있지만 개발은 엄두도 못 내죠. 지질학적으로 보면 중국은 점토 성분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어 다른 처리 과정이 필요해요. 수압 파쇄에 필수적인 물도 부족하고요.

미국이 수출을 시작하면 세계 LNG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미국의 LNG 수출을 가장 걱정하는 것은 호주예요. 호주는 셰일가스와 해상 가스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죠. 값싼 미국 LNG가 시장에 나오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요. 비용 구조가 높은 호주는 원유 연동 가격으로 일본과 한국에 수출하려고 할 겁니다.

미국은 원유가보다 훨씬 낮은 헨리허브 가격에 팔 것이고요. 미국의 LNG 수출은 수요자와 고비용 생산자 간의 가격 협상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거예요. 카타르는 싼 가스가 많기 때문에 원유 연동 가격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요. 포기해도 마진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호주나 러시아는 그렇지 않아요. 미국의 참여는 기존 계약에도 재조정 압력을 가할 겁니다. 유럽 일부 국가는 이미 가스프롬이나 카타르와 재협상을 하고 있어요. 일본과 한국에는 좋은 소식이죠. 호주나 다른 나라에게 미국에서 LNG를 사겠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원유 연동 가격은 유지되겠지만 산출 공식이 점점 수요자에게 유리하게 바뀔 겁니다.



워싱턴(미국)=장승규 기자 skjang@hany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