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면한 경제문제는 이제 따뜻한 자본주의를 넘어 시장의 공익적 기능이 강화된 자본주의 5.0으로 진화돼야만 해결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일으키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상 캐스터와 경제학자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둘 다 종종 사람들을 실망시킨다. 그러나 기상 캐스터와 경제학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상 캐스터는 적어도 지금 비가 오면 현재 사실을 확실히 알고 비가 온다고 통보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는 현재 경제 상황이 바닥인지, 상승 국면인지, 하강 국면인지도 정확히 모른다.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가계 지출, 기업 투자, 해외시장 등 모든 경제 변수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이며 오늘날은 그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크게 우리 경제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의 재정 위기는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금융 위기가 시스템의 문제였다면 지금 유럽의 재정 위기는 기초 경제 여건(fundamental)의 문제다. 금융 위기는 기초 경제 여건이 양호하다면 금융 감독 시스템만 고쳐도 경제가 원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재정 위기의 해결책은 이론적으로만 보면 더 간단하다. 세금을 높이고 정부 지출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현실로 들어가면 증세와 정부 지출 감소는 무엇보다 실행하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혁명적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증세와 정부 지출 감소 정책은 정치권과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최악에는 정권의 붕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를 살펴봐도 곳곳이 지뢰밭이다. 가계 부채는 말할 것도 없고 자산 버블 붕괴, 소비 감소, 경제력 집중, 양극화, 일자리 감소 등 그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게다가 총리실·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가 금년 말부터 세종시로 이전한다. 정권 교체기에 안전판 역할을 할 손발인 관료 조직도 내년에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려운 대내외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당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그간 민간 부문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반면 정부의 역할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경제 산책] 자본주의 5.0이 필요하다
정부의 1년 예산 중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따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5조~10조 원 안팎인데, 이는 굴지의 대기업이 한 분기에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수준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시장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만 한다.

우리가 당면한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 등 경제문제는 이제 따뜻한 자본주의를 넘어 시장의 공익적 기능이 강화된 자본주의 5.0으로 진화돼야만 해결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일으키는 수많은 내부적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경제 민주화가 화두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균형 있는 경제성장,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 조화 등을 담고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최선의 사회 공헌은 중견기업, 중소기업, 일인 창조 기업 등과 공생 발전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성해 일자리 창출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사회가 최근 회자되고 있는 나눔과 상생의 공정사회로 나가지 않을까. 특히 국민에게 존경받는 대기업이 되지 않을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