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특수 물건’에 관심이 많던 정모 씨는 감정가 2억2000만 원에 1회 유찰로 최저가 1억7600만 원에 진행되는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아파트를 낙찰 받았다. 아파트의 위치나 주변 학군이 우수하고 무엇보다 아파트 분양 때부터 아무도 거주하고 있지 않아 명도의 어려움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매각 부동산에는 S건설에서 공사 대금 채권을 위한 유치권이 신고된 상태였고 현관문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정 씨는 다른 매각 물건보다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유치권에 대해 조사, 분석했다.

한참 동안 매각물건명세서와 부동산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피던 정 씨는 유치권 문제 해결에 실마리가 될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유치권을 신고한 S건설에서 부동산에 대해 8000만 원을 가압류했다는 것이었다. 이 금액은 바로 공사 대금 채권을 이유로 한 유치권 신고 금액과 동일했다.

등기부등본에 나타난 권리 순서를 정리하면 ①A은행 근저당권 1억 원 ②S건설 가압류 8000만 원 ③A은행 근저당권에 따른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④K은행의 가압류 1억2000만 원으로 권리 분석상 소멸되지 않는 권리는 없었다.

정 씨는 곧바로 S건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가압류한 금액 8000만 원이 경매 절차에서 배당으로 전부 변제될 수 있다면 유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며 낙찰자에게 점유를 이전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따라 정 씨는 약 1억8300만 원 정도에 매수한다면 우선적으로 배당되는 경매비용을 제외하고 A은행 근저당권 1억 원, S건설 가압류 8000만 원을 모두 배당 받게 되는 것이고 이후의 모든 권리는 소멸되므로 아무런 하자 없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씨는 단독으로 응찰,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됐지만 얼마 후 잔금 납부 여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경매개시결정등기 이후 K은행의 1억2000만 원 가압류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민사집행법 제148조 1호, 3호에 따르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경매 신청한 압류 채권자와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등기된 가압류 채권자,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한 채권자를 배당받을 채권자의 범위로 정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 아파트 전경.
/허문찬기자  sweat@  20101122
경기도 과천 아파트 전경. /허문찬기자 sweat@ 20101122
이에 따라 비록 K은행의 가압류가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이후에 등기됐다고 하더라도 배당요구 종기일 이내에 가압류와 함께 배당요구를 하면 그 가압류권자도 배당에 참여할 수 있다. 물권이 아닌 채권(가압류)은 시간의 전후에 관계없이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므로 이전 가압류권자와 평등하게 취급돼 배당된다.

따라서 집행 비용과 근저당권자인 A은행이 순차적으로 먼저 배당 받고 나머지 금액(약 8000만 원)에서 가압류권자 S건설과 K은행은 채권 금액에 비례해 평등하게 안분배당하게 된다. 즉, S건설은 3200만 원[=(8000만 원/2억 원)×8000만 원]을, K은행은 4800만 원[=(1억2000만 원/2억 원)×8000만 원]을 법원으로부터 배당 받게 되는 것이다.

유치권자인 S건설에는 3200만 원만 배당되고 배당 받지 못하는 나머지 4800만 원[=(8000만 원-3200만 원)]에 대해서는 낙찰자로부터 변제 받을 때까지 유치권을 행사할 것이다.

결국 정 씨는 경매 절차에서 1억8300만 원에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됐지만 S건설로부터 점유를 이전 받고 온전한 권리 행사를 위해서는 감정가보다 비싼 금액으로 매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