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
랑셴핑 외 지음┃이지은 옮김┃552쪽┃책이있는풍경┃2만3000원

중국은 세계를 괴롭히는 경기 침체의 늪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9.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비록 두 자릿수의 성장률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중국에 견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이는 허상에 불과하며 중국 경제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게 이 책의 도발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현재 제조업 원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는 다시 미국인들의 품으로 되돌아가고 저부가가치 산업은 동남아로 대거 이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출품은 환율 전쟁으로 인해 상품 경쟁력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원가 전쟁에 휘말린 중국의 수입률은 꾸준히 상승했는데, 그 결과 2011년 석유를 수입하는 데 쏟아 부은 달러가 무려 45.3%나 증가했다.
[Book]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外
반면 무역 전쟁에 뛰어든 중국은 태양광발전에서부터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한때 고속 성장세를 기록했던 수출품들이 하나같이 휘청거린다. 심한 몸살을 앓은 것은 해외무역 관련 업체만이 아니다. 수많은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4조 위안에 달하는 국내 경기 부양책만 믿고 아무런 대책이나 계획도 없이 몸집만 키웠다가 비용 전쟁에 휘말리면서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보다 더 무서운 사실은 4조 위안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서 파생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으로 서민 자산을 크게 위축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가 꼽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의 안이함이다. 오늘날 미국이 강력한 국력을 자랑할 수 있는 게 된 것은 ‘미국 정신’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위기의식 덕분이다.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앨빈 토플러 지음┃김원호 옮김┃351쪽┃청림출판┃1만5000원
[Book]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外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인터뷰를 묶었다. 1983년에 이뤄진 인터뷰지만 그의 통찰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토플러는 우리의 사회제도가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지금과 같은 불평등과 착취 구조 속에서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정치·경제·테크놀로지·커뮤니케이션·성차별·가족생활 등 다양한 주제로 나눠 살펴본다. 토플러의 미래학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좋은 입문서 구실을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이한 지음┃344쪽┃미지북스┃1만5000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적인 비판서다. 저자는 샌델이 정의를 논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의’를 논하는 철학자도 아니다. 그는 ‘정의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철학자일 뿐이다.
[Book]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外
그는 국가가 미덕을 진작시켜야 하고 정의의 원칙과 개인의 권리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오히려 ‘국가의 임무’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사람이다. 저자는 샌델이 왜곡한 자유주의 정치 철학의 복원을 시도한다.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조용헌 지음┃308쪽┃알에이치코리아┃1만4000원

저자는 전남 장성 축령산 자락에 세 칸짜리 산방을 두고 사람과 이야기를 찾아 강호 산천을 유람하는 동양학자다. 고전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강단의 동양학과 달리 저잣거리와 제도권 밖의 인물들 사이에 유통되는 강호 동양학을 추구한다.
[Book]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外

발품을 팔아야만 취할 수 있는 귀한 이야기들을 찾아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이 책에서 조직과 월급에 얽매여 떠나지도 못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살이의 네 가지 방도를 보여준다.



마음을 잡는 자, 세상을 잡는다
서정록 지음┃600쪽┃학고재┃2만 원

이 책은 몽골 고원에 남겨진 칭기즈칸의 흔적과 발자취를 따라간다. 800년 전 몽골 초원에서 일어났던 혁명적인 사건들을 바로 그 현장에서 되살려냄으로써 칭기즈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Book]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外
칭기즈칸을 한낱 전쟁 영웅이나 정복 군주가 아니라 몽골 고원을 억누르던 귀족적 신분 질서를 타파하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꾼 새로운 리더십의 지도자로 재평가한다. 저자가 2001년에 쓴 ‘백제금동대향로’에 이어 북방 역사를 우리 시작에서 조명한 두 번째 결과물이다. 바이칼 호수 일대를 답사하고 현지 학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하버드 교양 강의’ 미국을 움직이는 최고 지성의 힘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몇 년 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이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이 책의 내용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 내용을 수록한 것이다. 이어 이 강의가 TV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책이나 방송을 본 사람은 하버드 대 강의에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04년 하버드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학부의 교양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21세기의 다양화하는 학문 속에서 기존의 교육과정으로는 학생들에게서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여러 학문에서 이 새로운 흐름에 맞춰 새로운 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세계적 언어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의 글로 시작된다. 그리고 윤리학·종교학·세계사·진화생물학 등 10여 개 분야의 주요 논점에서 세계적 석학의 다양한 관점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Book]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外
이 책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종교 문맹 극복하기’ 부분이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 부분을 집필한 사람은 알리 아사니로 이슬람교를 전공한 교수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던가. 9·11테러조차 종교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그들에게 이 부분은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시도로 보였다.

흔히 이슬람을 폭력과 테러 그리고 여성을 비하하는 종교로 본다. 알리 교수는 이런 견해는 편견에 불과하며 이는 ‘종교 문맹’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앙을 중심으로 해당 종교를 파악하기보다 정치·경제·사회여건을 기반으로 복합적인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가린다. 이런 모습을 보며 비이슬람 지역 사람들은 이슬람이 여권을 탄압하고 여성을 비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터키의 여성은 스카프조차 머리에 쓰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이슬람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극히 종교적인 규범을 가진 아프가니스탄과 세속적인 가치를 가진 터키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어떤가. 이런 부분을 배운 학생들이 나중에 미국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 종교적인 편견보다 관용을 가지지 않겠는가. 이것이 하버드대가 명문이라는 이유이리라.


스피븐 핑커 외 지음┃이창신 옮김┃400쪽┃김영사┃1만6000원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