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초혁신 기술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일컫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오름세에 따른 물가 상승)란 용어가 처음 알려진 때는 2007년이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신흥국의 소비 증가, 옥수수를 활용한 바이오 에탄올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곡물 재고가 감소하고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9월 국제곡물가격지수는 263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08년 4월 274에 근접한 수준이다. 옥수수와 콩은 톤당 각각 320.7달러와 615.2달러를 기록하며 최고 가격을 이미 경신했다.

그리고 2012년 전 세계를 덮친 기록적인 가뭄으로 2013년 초에는 세계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라보방크 보고서가 밝혔다. 글로벌 경제가 2008년에 이어 또다시 애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경고다.

국내 전체 곡물 자급률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자급률(110%)에 비해 턱없이 낮다. 올해는 믿었던 쌀 자급률마저 80%대로 떨어졌다. 2010년까지만 해도 104.6%였던 쌀 자급률이 불과 2년 만에 83.0%로 급락한 것이다.

이 같은 하락 폭을 따졌을 때 쌀 자급률은 내년 80%를 밑돌 가능성이 현재로선 충분하다. 매년 여의도 8배가량에 이르는 농지가 농업 이외의 용도로 전환되고 있으며 불법 전용되는 농지까지 포함하면 실제 줄어드는 농지의 면적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YONHAP PHOTO-2306> Sacks of wheat are stacked and collected at a grain market in Karnal, India, on Tuesday, May 4, 2010. India, the world's second-biggest consumer of wheat, has bought 20.20 million metric tons of the grain from local farmers since purchases began April 1 in main growing areas, the food ministry said. Photographer: Pankaj Nangia/Bloomberg  

/2010-05-05 20:59:06/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Sacks of wheat are stacked and collected at a grain market in Karnal, India, on Tuesday, May 4, 2010. India, the world's second-biggest consumer of wheat, has bought 20.20 million metric tons of the grain from local farmers since purchases began April 1 in main growing areas, the food ministry said. Photographer: Pankaj Nangia/Bloomberg /2010-05-05 20:59:06/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식량 조달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식량 조달과 관련해 국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반면, 곡물 자급률이 28% 수준으로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글로벌 시각을 갖고 대비해 왔다. 1970년대부터 우리의 농협중앙회에 해당하는 젠노와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조달 시스템을 구축하고 브라질 등 해외 생산 기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식물 공장 등 신농법을 개발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관점에서 농업을 육성해 왔다.

특히 일본의 식물 공장은 주목해 볼만하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가격 등락이 큰 채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식물 공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식물 공장은 2008년에 이미 50개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150개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규모도 100억 엔에 달한다. 최근 인공광을 이용한 완전 제어형 식물 공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태양광이나 전기 배터리와 같은 신기술을 이용해 재배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대 농업은 점차 기술집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21세기 농업과 식품 산업은 식량 생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 기능성식품·식의약소재·섬유·에너지 등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은 식량문제와 농식품 산업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쥐고 있어 중요한 미래 기술로 분류된다.

씨앗 한 알 속의 유전자에는 각종 질병이나 해충에 대한 저항성, 높은 온도나 추위, 가뭄에 대한 저항성, 기능성 영양 성분 등 실로 다양한 정보가 숨어 있다.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이 정보를 해독하고 활용한다면 가뭄·고온·저온 등에 잘 견디고 병해충에 강하며 생산성도 높은 획기적인 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다양한 신소재 개발로 미래 신성장 동력도 창출할 수 있다. 바이오 장기 생산용 복제 돼지, 혈우병 치료제 생산용 형질 전환 돼지, 실크 단백질을 이용한 수술용 봉합사 등 의약품과 에너지, 화장품, 섬유 소재 분야에서 국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소재 산업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다. 농업을 국가 미래 성장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농업 및 생명공학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