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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고수로 유명한 박세훈 한화 갤러리아 대표의 첫 작품이 나왔다. 지난 3월 부임한 박 대표가 석 달 만에 내놓은 역작은 ‘그로서란트(Grocerant: Grocery+Restaurant)’ 콘셉트의 갤러리아 맹품관 ‘고메이 494’다. 그로서란트는 엄선된 식재료를 파는 마켓과 최고 수준의 식음 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한곳에서 먹고 즐기고 소통하는 새로운 식문화다.

예를 들어 정육 코너에서 구입한 한우 등심을 바로 앞의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전복 전문점에서는 전복을 활용한 찜·탕·회 등 다양한 테이크아웃 메뉴를 준비해 놓고 있다.

스타 셰프들의 요리도 ‘고메이 494’에서 만날 수 있다. 스시마츠모토(초밥)·카페마마스(샌드위치)·디부자(피자)·비스데까(스테이크)·바토스(멕시칸) 등 분야별로 국내 최고의 맛집 19곳을 유치했다. 송환기 갤러리아 F&B 실장은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맛집을 고메이 494에서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백화점과 차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서란트’ 선보인 한화 갤러리아, 고메이 494로 ‘ 제2 성장판’ 연다
‘그로서란트’ 선보인 한화 갤러리아, 고메이 494로 ‘ 제2 성장판’ 연다
‘고메이 494’는 고객이 구매한 농산물을 무료로 세척해 손질해 주고 간식 채소(고구마·감자 등)는 즉석에서 굽거나 쪄서 판매하는 ‘컷&베이크(Cut&Bake)’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수경 재배한 친환경 쌈채류를 뿌리째 진열한 텃밭형 쇼케이스 ‘채소텃밭’도 눈길을 끈다. 고객이 즉석에서 뿌리째 구입하거나 잎사귀만 잘라 살 수도 있다.

싱글족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싱글족을 위한 소용량 상품을 개발하고 공간 효율을 높인 ‘빅카드(대용량 상품 주문 카드)’를 운영한다. ‘바이 빅(Buy Big)’ 코너에서 부피가 커 진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필수 생활용품(생수·쌀·화장지·기저귀·라면박스) 등 56개 품목을 대상으로 상품 대신 ‘빅카드’를 진열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의 카드로 계산대에서 결제하면 포터맨이 해당 고객 차량까지 물건을 실어다 준다. ‘바이 스몰(Buy Small)’ 코너에서는 1kg(7~8일분) 소용량 계약재배 쌀을 비롯해 잼·소스·와인 등 40개 품목을 판매한다.

해외 식재료 아이템도 170개로 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탈리아의 음식 브랜드 ‘펙(PECK)’의 정통 파스타면과 파스타 소스, 카레·볶음밥·샐러드·파스타에 바로 넣어 조리가 가능한 영국 ‘바이오나 오가닉(Biona Organic)’의 베이크드 빈, 프랑스 페린 지방의 유기농 야채칩 ‘크라우스티서드(Croustisud)’, 터키 남부 아나톨리아 지역의 유기농 과일로만 만든 100% 천연 과일 주스 ‘파운드(Found)’ 등이 있다.

갤러리아는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채소 소믈리에, 영국 정부 공인 와인 자격증인 ‘WSET(Wine & Education Trust)’ 취득자 등을 각 매장에 배치했다. 인테리어 콘셉트도 ‘레트로 시크(Retro+ Chic)’로 바꿔 호텔처럼 꾸몄다. 또 고객이 음식을 주문한 뒤 번호표(스마트 파인더)에는 위치 추적 칩이 내장돼 고객이 매장 어디에 자리 잡더라도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고객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문한 음식을 직접 가져다줄 정도로 서비스 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박 대표는 ‘고메이 494’의 기획 단계부터 업체 선정, 메뉴 선정, 품질, 진열 등에 직접 관여하는 등 열정을 쏟았다. 맛집 선정 때는 모든 후보 업체를 찾아가 일일이 시식하며 임직원들과 토론을 거쳐 선정했다.

박 대표는 “고메이 494는 명품관의 심장이며 향후 갤러리아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