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쩐(錢)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은행·증권·보험·신탁·자산운용 등 각종 금융회사들의 재테크 자금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갈 곳을 잃은 산업자금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개인들의 고수익 추구가 재테크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금융 개혁이 빨라지면서 자산 관리 규제가 크게 완화되고 있는 덕도 크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상장사에서 재테크 시장으로 흘러간 자금이 수백억 위안에 달한다. 100여 개 중국 상장사의 공시 자료를 근거로 중국 언론들이 내놓은 추정이다. 일부 상장사는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재테크 상품에 묻어두기도 했다. 중국 언론들은 2010년과 2011년을 합친 금액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전한다.
[중국] ‘황금 어장’으로 떠오른 재테크 시장, 경기 불황·규제 완화…고수익 추구 열풍
재테크 시장의 맏형은 은행이다. 올 상반기 은행이 판매한 재테크 상품만 12조 위안어치 이상에 이른다.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상반기 예금의 12% 수준이다. 2007년 한 해 동안 은행의 재테크 상품 판매 실적(4000억 위안)의 3배에 이른다. 중국에서 2004년 처음 등장한 은행의 재테크 상품은 2009년을 고비로 개화기를 맞는다.

규제 완화 덕이다. 올 들어 예금금리 상한선이 확대된 것도 금리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은행이 판매한 재테크 상품 품목은 2만3889건으로 전년 대비 75.3% 증가했다. 올 상반기 중국 은행의 실적이 좋았던 것도 은행에 자금이 몰린 덕분이다. 중국 상장 은행들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25% 증가했다.

증권사도 재테크 시장 확대의 수혜 대상이다. 운용 자산 규모가 2011년 말 2819억 위안에서 지난 6월 말 4802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신탁 투자회사들의 운용 자산도 3월 말 5조3000억 위안에서 6월 말 5조5400억 위안으로 늘었다.

신탁 투자회사들의 자산 규모는 2002년 말 이후 무려 75배 이상 증가했다. 2001년 중국에서 첫선을 보인 공모 펀드도 운용 자산 규모가 그해 800억 위안에서 2007년 말 3조 위안을 돌파했다.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 6월 말 2조5800억 위안으로 다소 줄었다.

재테크 시장의 급성장은 지난 3월 이후에만 금융 당국이 10여 건의 규제 완화 조치를 쏟아낸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중국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 그리고 은행·증권·보험 등 3개 감독 당국 등이 공동으로 발표한 금융업 발전 및 개혁 12차 5개년 계획은 재테크 시장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증권과 자산운용 회사의 자산 관리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사모 펀드를 발전시키고 공모 펀드의 업무 범위 확대와 선물 회사의 자산 관리 업무 허용을 검토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금융회사의 자체 리스크 관리 능력에 기초해 시범적으로 금융업 종합 경영 모델을 운영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중국 언론들은 한 금융회사에서 원스톱으로 모든 재테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1990년대 초 은행의 증권사 소유 및 투자와 신탁 투자회사의 증권업 허용 등을 통해 겸업을 허용했지만 문제가 많아 분리주의로 돌아섰다. 하지만 금융 산업 발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겸업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새로운 황금 어장으로 떠오로는 중국 재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2007년 중국에서 PB센터를 처음 세운 지 1년여 만에 미국발 금융 위기가 찾아오면서 주요 재테크 상품으로 판매한 해외 펀드(QDII)가 거액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객들이 다시 중국계 은행으로 발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개인 소득의 금융 자산화가 대세인 중국은 외국계 금융사에 놓칠 수 없는 황금 어장이다. 중국에서 투자 가능 자산이 1억 위안 이상인 가구만 해도 3만여 곳에 달한다(보스턴컨설팅 2011년 보고서).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