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중 토지 매각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법정지상권이다. 가끔 신축 중인 건물이 있는 토지가 경매로 나올 때가 있는데 이때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법정지상권은 토지상에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부터 그 토지 위에 건축물이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갖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건축물이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과는 구별된다. 즉, 건축물이 있기만 하면 일단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는 1차적 요건은 갖춘 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공사가 진행된 건물을 ‘건축물’로 봐 줄 것이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건축법에 따르면 ‘건축물’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을 말한다. 규정 어디에도 건축물대장 또는 등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설령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다면 건축물이다.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건축물이 건축물로서 요건을 갖추는 시점에 대해 우리 민법은 민감한 기준을 두고 있다. 법정지상권은 근저당권 설정 당시 건축물이 있었어야 한다고 했으니 근저당권 설정 당시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경매로 목적 토지가 매각된 후 잔금을 지급할 때까지만 건축물로서의 요건을 갖추면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있다.

즉, 토지 근저당권 설정 당시는 ‘건물의 규모와 종류가 외형상 예상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건축이 진행됐다면 건축물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잔금 납부 때에는 건축법상 건축물의 요건대로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어야 법정지상권이 성립되기 위한 건축물의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 민법은 건축물의 존재에 대한 판단에 이처럼 일관되지 못한 기준을 두는 것일까. 토지 근저당권자는 설정 당시 그 토지 위에 건축물이 공사 중이었다면 그 외형이 건축법상 건축물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공사가 계속 진행돼 결국 건축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전 대여를 했다는 것은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감수했다는 의도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경매] 건축 중인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 토지보다 건축물 소유자에게 유리
그렇다면 잔금 납부 시점에는 왜 건축법상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일까. 법정지상권은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간의 지상권 설정 계약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규정에 따라 당연히 인정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즉, 지상권과 성립의 절차는 달라도 법정지상권도 결국 지상권이라는 말이고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축물·공작물·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다.

그 건축물의 요건은 법으로 정하고 있고 그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면 건축물이 아닌 것이다. 건축물도 공작물도, 수목도 없는 땅에 지상권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의 성립 시점인 잔금 납부 때에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건축물로서의 최소한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지상권은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 쌍방의 계약에 의해 성립되는 지상권과 달리 별도의 계약이 없었더라도 법률의 규정에 의해 당연히 성립되는 지상권이다. 자유계약을 원칙으로 하는 민법의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법정지상권을 강제하는 취지는 건축물이 무분별하게 철거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서다. 즉, 법정지상권은 그 출발 자체가 토지 소유자가 아닌 건축물 소유자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재범 지지옥션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