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은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치열해지는 경영대 경쟁 속에서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가 엄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우선 사업으로 경영학 교육 인증을 추진했다. 그리고 학장·부학장·교수·조교까지 참여하는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서울시립대 경영대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새로운 비전 설정이었다. 학장 혼자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이 따르는 식이 아니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발전안을 논의하는 계기였다.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교수들도 공감했고 절차상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숙고를 통해 2009년 3월 서울시립대 경영대는 ‘기업과 사회가 핵심 인재 육성 경로에 투입하고 싶은, 기초가 탄탄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중심 최상급(Top-tier) 경영대학’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비전에 따른 ‘3P2S’ 역량 모델을 교육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개혁 사업의 중심에 있던 인증 추진단은 이미 2009년에 ‘경영학부발전위원회’로 상설 기구화하고 추진력을 더했다. 2010년 초 경상대학 체제를 경영대학 체제로 공식 출범시키는 등 서울시립대 경영대는 인증 체제에 걸맞은 경영대학의 모습을 하나하나 갖춰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경영학 교육 인증을 추진한 지 3년 만인 2011년 1월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전임 교수 수는 13명이 늘었다. 인증을 위한 조건 중 하나가 ‘교수 1인당 최대 15학점 수업 제한’이었다. 기존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 한 교수가 많은 시간 강의했기 때문에 수업의 질을 확보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전임 교수의 강의 시간을 제한하다 보니 교수가 더 필요하게 됐고 2007년 20명이었던 교수는 현재 33명으로 확대됐다.
[인증 대학 우수 사례] 인재 유치서 취업률까지 ‘ 선순환’ 낳아
인증을 통한 경쟁력 제고는 선순환을 만들어 냈다고 서울시립대 경영대는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인증은 인지도를 높이는 초석이 됐고 그 덕분에 우수 인재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높아진 교육의 질을 통해 졸업생의 수준 역시 향상됐고 이는 높은 취업률로 연결됐다.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군 입대, 대학원 진학 등을 제외한 서울시립대 경영대의 순수 취업률은 2012년 73.8%로 전국 최상위권이다. 특히 2012년에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48명이 합격, 전국 대학 중 8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국제화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영어 수업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영어 수업이 늘수록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캠퍼스 자체가 글로벌화됐다. 표민찬 경영학과 교수 및 국제교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강의에 들어오는 40명 중 7~8명이 외국인 학생”이라며 “일부 학생들은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수업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표 교수는 “외국 대학과의 교류에서 상대 대학이 경영학 교육 인증 여부를 반드시 묻는다”며 인증은 해외 교류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인증 대학 우수 사례] 인재 유치서 취업률까지 ‘ 선순환’ 낳아
[인증 대학 우수 사례] 인재 유치서 취업률까지 ‘ 선순환’ 낳아
교육과정 편성·운영 체계화

충북대 경영대도 서울시립대와 마찬가지로 인증 준비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충북과 함께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경영대학’이라는 비전을 설정했다. 지역 기반의 성장을 강조한 점은 거점 대학으로서 충북대의 책임과 역할을 반영한 것이다.

충북대 역시 인증 준비 과정에서의 효과를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고 대내외적인 변화와 효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경영학 교육의 목표와 교육과정 운영을 실질적으로 연계해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이 체계화됐다는 점을 첫 번째 효과로 꼽는다.

재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관리할 때 경영학 교육의 핵심 가치 5개 분야에 대해 세분화된 평가 기준에 따라 교과 및 비교과 부문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두 번째로 충북대 경영대의 교육과정위원회에 지역 소재 기업을 참여시킨 것도 인증을 받은 후 교육 환경의 개선 사항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네패스 등 기업의 임원 및 관리자들이 현재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장차 졸업생들이 진출하게 될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다.

충북대 대학본부는 전체 80개 학과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학내 자체 평가에서 2010년에는 경영학부와 경영정보학과, 2011년에는 국제경영학과를 포함해 3개 학과 모두 인문사회계열 우수 학부(과)로 선정했고 올해는 우수 연구 대학으로 선정했다. 본부는 이러한 경영대학 인증 효과에 주목하고 충북대 자체 인증 제도를 전 단과대학을 대상으로 구축하고 있다.

경영학 교육 인증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사례도 있다. 홍익대 경영대는 2009년에 한국경영교육인증원으로부터 경영학 교육 인증을 획득했다. 이후 홍익대 경영대학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익대 경영대는 흔히 ‘홍대앞 문화’로 불리는 독특함·자유로움·신선함과 같은 창조성을 경영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문화예술 경영’, ‘문화 콘텐츠 산업론’ 등의 과목을 개설해 미술·디자인·패션 등 다양한 문화·예술 산업에 경영 지식을 접목해 각종 사례와 토론을 중심으로 학습한다. 창조적 문화를 기반으로 한 경영과 예술의 만남과 창조적 경영 활동 개발을 적극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경영대 학생들은 다양한 미술 전시품들과 벽화, 영상 아트 등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홍대 거리 미술전’ 등 다양한 문화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창의적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이 살아 있는 경영학 수업이 된다.

무엇보다 경영학 인증제 도입을 계기로 신설된 ‘경영과 비전’이라는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그 반응이 매우 뜨겁다. 협동 교수제(Team Teaching)와 팀 프로젝트(Team Project)로 수업을 진행해 경영대학의 비전과 목표를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동기들 간의 팀워크를 형성, 신입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러한 경영과 예술의 만남은 학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외부 기관과의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7월부터 동대문 패션비즈센터 내 창업보육센터와의 협업을 통한 ‘홍패션 인큐베이팅’이다. 학생들 내놓은 패션 산업과 관련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동대문 주변 패션 인프라와 결합한다.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와 사무실 공간, 경영 자문 등을 제공받아 실제 다양한 벤처 창업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태어난 벤처들이 최근 어느덧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액세서리 디자인 벤처 키키알파벳은 최근 해외 바이어와 수출을 협상하고 있으며 대규모 주문에 대비해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 대량생산 공장을 소싱해 놓은 상황이다.

또한 프리카라는 브랜드는 홍패션 인큐베이팅을 통해 패션·제품·광고·UI 디자인의 네 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설립한 아트 숍이다. 독특한 패션 아이템을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등에서 판매하거나 온라인 멀티 숍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한편 홍익대 경영대학 소모임인 ‘블루칩’은 최근 투자 자문사를 설립하기도 하는 등 최근 홍익대 경영대는 주목할 만한 이슈를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