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월 11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4%, 3.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전망치다. 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0.25% 포인트 인하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전망치 3.0%에서 2.4%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0.3%)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기존 3.8%에서 3.2%로 0.6% 포인트 내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반영해 내수와 수출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금통위는 이런 전망에 따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00%에서 2.7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7월 인하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내리면서 기준금리는 2011년 2월(2.75%) 이후 20개월 만에 2%대에 재차 진입했다.
한은,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 3.0%→2.75%로…‘경기 심상치 않아’
장기적 금리 인하 기조 이어질 듯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또다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마저 꽁꽁 얼어붙는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시일 내 경기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경제 전망 수정치를 보면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경제성장률은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전망보다 0.6% 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지난해 12월 전망치와는 1.3%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문제는 내년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이 3.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2%대 초반의 성장을 기준으로 3%대 성장을 책정한 만큼 회복 강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김 총재는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며 “성장세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 0.02% 포인트, 내년에 0.09%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뒷북 인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8~9월 지표가 악화된 것을 확인한 후에 내리는 것을 선제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 상태였다.

이날 시중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상승으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 포인트 오른 2.74%를 기록했다. 김지연 하이투자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가 다음 달에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은 데다 12월은 대선까지 있어 연내 추가 인하 기대감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석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최근 경제 전망을 바꿀 때마다 금리를 조정했던 점을 감안할 때 다음 전망 시점인 내년 1월을 추가 인하 시점으로 점치고 있다.

한편 한은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적용할 물가 안정 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5~3.5%로 정했다. 현재 물가 안정 목표는 3%±1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