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훌륭한 인재에 대한 관심과 갈구가 확실히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 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정치권과 관(官)계에서 많이 쓰는 얘기지만 기업인들도 마음속으로 크게 공감하는 표현이다. 인사의 잘잘못이 어느 정도의 결과 차이를 가져올까. 공부에 문외한인 탓이어서 그런지 아직 구체적인 비교 수치를 보지는 못한 것 같다.

헤드헌팅사인 써치펌의 경영을 맡으면서 외국의 같은 업계 동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최근 이곤젠더라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회사의 한 파트너가 펴낸 책에서 재미난 수치를 발견했다.

탁월한 인사 결정을 의미하는 ‘그레이트 피플 디시전스(Great People Decisions)’란 제목의 책(국내 제목 ‘기업을 키우는 인사결정의 기술’)에는 생산성이 평균인 직원과 뛰어난 직원 간의 차이는 상당히 크며 업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그 편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돼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생산직 직원들의 생산성 편차는 최대 약 40%로 나타난다. 이는 기업이 가장 뛰어난 직원만 선별해 고용하면 이론적으로 최대 약 40%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과 지식 산업으로 가면 이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커진다. 예컨대 보험 판매 사원의 생산성 편차는 최대 240%, 재무 전문가는 최대 600%,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나 컨설팅 기업 파트너 등은 그 편차가 최대 100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지식 서비스 산업이 발전할수록 ‘어떤 사람을 쓰느냐’는 것이 기업과 산업은 물론 국가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분석이다. 20세기 후반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 리더로 꼽히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전략을 모조리 쓴다고 하더라도 적합한 인재 한 명을 쓰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간단하고도 분명한 결론인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훌륭한 인재에 대한 관심과 갈구가 확실히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이러한 사람을 찾아 달라’는 주문형 방식에서 탈피해 “핵심 인재라면 지위를 막론하고 숫자에 제한 없이 뽑겠다. 그런 인재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할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CEO들이 많아졌다. 고도화된 지식사회에서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얘기는 핵심 인재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나게 해줄 정도다.
[CEO 에세이] 핵심 인재, 뚝심 인재
그래서인지 외국인을 채용하려는 추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외국인이더라도 가급적이면 교포나 유학생 출신의 검은 머리 외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한 능력만 있다면 국적·인종·성별을 전혀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인재를 찾는 우리 회사 글로벌사업본부의 업무가 폭증하는 것도 이런 달라진 추세를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아직 핵심 인재를 찾는 데만 신경 썼지 이들을 관리하는 데는 다소 소홀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에게 걸맞은 대접을 해주지 못하는 데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기존에 있는 ‘뚝심 인재’들의 질시와 저항도 아직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CEO들은 핵심 인재 선발 못지않게 이들이 회사 안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보상 구조나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회사 생산성의 1000% 이상을 좌우하는 CEO들의 핵심 업무일 것이다.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