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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가수 임재범의 ‘빈잔’ 무대는 사람들에게 가히 충격을 준 무대였다. 마치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울림과 혼신을 다한 가수 임재범의 열창은 수많은 시청자에게 감동 그 이상의 뜨거운 무언가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 무대는 피처링을 맡은 ‘차지연’이라는 이를 단박에 유명해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단 몇 소절에 불과한 코러스를 불렀음에도 지켜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 가창력을 선보인 미모의 피처링 가수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방송 이튿날부터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임재범의 그녀’, ‘차지연’이라는 검색어가 검색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실 ‘차지연’이라는 이름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전혀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데뷔한 후 ‘엄마를 부탁해’, ‘몬테크리스토’, ‘서편제’ 등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하며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몇 차례나 연기상을 받은 뮤지컬계의 톱스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차지연’이라는 이름 앞에는 ‘임재범’이라는 선배의 이름도,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도 붙지 않는다. ‘가수’, ‘디바’라는 수식어가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차지연 “무대서 좋은 향기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뮤지컬로 먼저 알려지긴 했지만, 사실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가수였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후부터 7~8년 정도 여기저기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사기도 많이 당했었어요.(웃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불후의 명곡2’로 가수로서의 존재감 각인

지난해 5월, 그녀의 열정과 가창력을 알아본 지금의 소속사 ‘예당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며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그 후 임재범 작사·작곡의 디지털 싱글 ‘그대는 어디에’를 발표하며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가수 ‘차지연’의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킨 건 지난 7월 KBS ‘불후의 명곡2’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불후의 명곡2’는 난다 긴다 하는 가수들이 선배 음악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며 순위를 가리는 프로그램으로, 그녀는 ‘불후의 명곡2’에 등장한 이후 부르는 노래마다 진한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들과 선배 음악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차지연 “무대서 좋은 향기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많이 두려웠어요. 워낙 잘하시는 선배들이 많으니까, 그 속에서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겁도 나고 고민도 많이 했죠. 그래서 그런지 첫 무대에선 너무 긴장해 목소리가 많이 잠겼어요.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죠.”

본인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구두를 벗고 맨발로 무대에 올라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드라마틱하게 소화해 낸 그녀의 첫 무대는 많은 시청자에게 ‘가수 차지연’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길을 걷다 보면 예전보다 알아보는 분들도 많고 마트 같은 곳에 장 보러 가면 주변 아주머니들께서도 수군수군하실 때가 있어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고 기분 좋죠. 이런 게 바로 TV 출연 효과인가 봐요.(웃음)”

하지만 쟁쟁한 가수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뮤지컬이나 다른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과 달리 준비가 그리 만만치는 않다. 노래 한 곡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도 이것저것 많다.

“처음에는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죠. 배우이자 가수, 가수이면서 배우인 나를 어떻게 보여 줘야 하는지도 고민됐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저 차지연으로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무대가 무엇일까에 대해 제일 많이 생각해요.”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음악과 영상·영화 등등 각종 자료를 틈나는 대로 계속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진부한 느낌들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 ‘불후의 명곡2’에서 보여준 ‘애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이젠 잊기로 해요’ 등의 무대들은 때로는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때로는 헤비메탈 공연의 한 장면처럼 다채로운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장희 선생님 편에서 ‘이젠 잊기로 해요’로 우승했을 때는 저 자신도 깜짝 놀랐어요. 우승이 결정된 직후 이장희 선생님께서 포옹해 주시면서 그 누구보다 뜨겁게 격려해 주셨거든요. 그 포옹이 저에게는 정말 큰 감동이었어요. 그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함께 공연하는 이들끼리 앙상블을 맞춰야 하는 뮤지컬 무대와 달리 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경연 프로그램은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할 터였다. 아무리 선의의 경쟁이라고는 하지만 대중에게 보이고 심사받는 만큼 순위나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 또한 처음에는 그게 마음에 걸렸었어요.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서로서로 무대를 더 기대하고 격려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 준비해 온 공연을 마음껏 즐기는 분위기예요. 요즘은 녹화 날이 기다려질 정도라니까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차지연 “무대서 좋은 향기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와 가수의 길,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

‘불후의 명곡2’에서의 뛰어난 활약 덕분에 요즘 그녀를 찾는 곳이 부쩍 늘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의 출연 제의도 늘고 있고 그에 따라 몸값도 부쩍 올랐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달리 한눈팔 새가 없다. 계속되는 ‘불후의 명곡2’ 무대는 물론 주연으로 캐스팅된 뮤지컬 ‘아이다’의 연습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아이다’를 보여 드릴 생각이에요. 겉모습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여린 차지연의 ‘아이다’를요. 게다가 올겨울에는 제 첫 신곡 앨범을 낼 예정이거든요. 새로운 차지연의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앨범 생각하면 벌써 긴장되고 설레는 것 있죠?”

그녀의 목표는 듣는 이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다. 대중들이 가수 차지연을 생각할 때 밝고 씩씩한 가수, 위로와 힘이 되는 가수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가수나 배우를 떠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평소 생활에서도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가수로서든 배우로서든 제가 보여 드릴 무대에서 좋은 향기가 날 것 같지 않거든요. 좋은 사람, 차지연이 되는 게 제 욕심이라면 욕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가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단독 콘서트에 대한 꿈도 있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주연을 맡아 마음껏 자기 기량을 선보여 왔던 데 비해 가수로서는 채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 단독 콘서트를 해보는 게 소원이자 목표예요. 그 규모가 작든 크든 상관없이 언젠가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된다면 제가 보여 드리고 싶었던, 지금까지 아껴 두었던 비장의 무기들을 아낌없이 쏟아낼 작정이에요. 기대되지 않나요?(웃음)”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