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부진은 성장 기반을 훼손, 성장률을 낮추고 일자리 증가도 어렵게 한다. 만약 2012년 2분기 기준으로 설비투자가 평균 정도(장기 균형 수준)만 이뤄졌어도 2012년 2분기에 3조4450억 원의 부가가치가 더 창출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중·장기 생산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과 경제 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것 역시 투자였다. 아쉽게도 국내 투자는 2000년대 들어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연대별로 설비투자 증가율 추이를 보면 1970년대에는 연평균 20.3%였고 1980년대는 12.6%, 1990년대는 9.1%였으나 2001년부터 10년 동안에는 3.9%로 급락했다.

다행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설비투자는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 국내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했지만 2010년 1분기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고 2012년에는 설비투자 동향에 위급함을 알리는 적색 신호가 켜졌다. 국민계정(국가 재무제표) 내 설비투자 추이를 보면 2012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6%의 높은 회복세를 나타낸 설비투자는 2분기에 마이너스 2.9%를 기록, 감소율로 전환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내 설비투자는 부진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 설비투자 수요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인 설비투자 조정 압력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크게 악화됐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2012년 2분기 1.5%로 급감했고 제조업 생산능력 증가율은 3.3%를 나타내 설비투자 조정 압력이 마이너스 1.8% 포인트로 크게 하락했다.

둘째,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 증가율이 올 들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셋째, 자본재의 수입 증가율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자본재 수입은 2012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5.2%를 기록하며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넷째, 설비투자 전망 기업 실사 지수(BSI) 역시 하락세가 지속되며 100 이하로 떨어졌다.

설비투자 부진은 성장 기반을 훼손, 성장률을 낮추고 일자리 증가도 어렵게 한다. 만약 2012년 2분기 기준으로 설비투자가 평균 정도(장기 균형 수준)만 이뤄졌어도 2012년 2분기에 3조4450억 원의 부가가치가 더 창출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한다. 같은 가정 하에서 일자리 측면을 살펴보면, 고용 역시 5만6270명이 추가적으로 실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산책] 투자 부진이 문제다
국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설비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첫째, 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및 세제 개혁 등의 정책적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둘째, 교육 및 의료 서비스와 관광·레저 서비스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국내 투자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직접투자까지도 촉진해야 한다.

셋째, 법인·소득세 감면 대상을 확대해 외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U턴) 하는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저리 자금 조달을 확대해 중소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투자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경제 민주화 등 정책 혼선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인들의 사기를 드높여 어떠한 경제적 어려움이라도 극복하고 새로운 부의 원천을 찾아내는 불굴의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나가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