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렉서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때가 있었다. 국산차를 대표하는 메이커인 현대자동차는 2004년 NF 쏘나타 이전과 이후로 나눠볼 수 있는데, NF 이후부터 비로소 글로벌 수준으로 품질이 올라선 것을 감안하면, 그때 일본의 장인 정신이 깃든 렉서스의 품질은 국산차에 비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사장님은 ES’, ‘사모님은 RX’라는 무언의 공식 같은 것이 존재할 정도였는데, 특히 강남 사모님들의 RX 사랑은 유별났다. 보석을 깎은 듯 번쩍거리는 리어램프의 모양과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실내의 고요함은 여성들의 소유욕을 부추기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독일 고급차 마케팅의 융단폭격을 맞으며 렉서스의 인기는 시들해진 분위기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렉서스의 풀 체인지 모델을 차례로 쏟아내면서 렉서스의 ‘명가 재건’을 노리고 있다.
[카&라이프] 렉서스 올 뉴 RX350 "고유의 측면 실루엣 ‘살아 있네’"
[카&라이프] 렉서스 올 뉴 RX350 "고유의 측면 실루엣 ‘살아 있네’"
고요함을 추구했던 렉서스 RX는 최근 다이내믹이라는 약간의 변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운전의 편안함을 극대화하려는 렉서스만의 장인 정신은 변하지 않은 듯했다.">
도요타, ‘명가 재건’ 노려

렉서스는 2005년부터 엘 피네스(L-Finess)라는 디자인 철학을 반영해 한 차례 모델 체인지가 있었고 올해부터는 각진 모래시계 같은 전면부 그래픽을 패밀리 룩으로 적용한 모델로 풀 체인지됐다. 새로운 전면부 디자인이 적용된 렉서스 시리즈는 국내에서는 후륜구동 세단인 GS에 이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RX, 전륜구동세단인 ES가 차례로 나왔고 초대형 고급 세단인 LS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RX는 엘 피네스를 적용하면서 헤드램프가 찌를 듯이 뾰족해졌고 올해에는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 모양을 변경한 신모델이 나왔지만 그것 외에는 특별한 변화는 없다. 측면에서 봤을 때는 여전히 RX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이 살아 있는데, 특히 급격히 떨어지는 C필러의 각도와 스포일러가 만들어 내는 예술적인 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2000년대 초반 1세대 싼타페와 쏘렌토, 렉스턴의 밋밋한 수직형 루프만 있던 때에 강남 사모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 실루엣이다.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지루하다는 평을 듣던 렉서스였기에 지금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엔진 사운드를 적절히 들려준다. 단 소음은 제거하고 음향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또한 지면을 읽고 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 하체도 단단해졌다. 이 점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알 수 있다. 오프로드를 대비한 SUV의 본질적 용도에 조금 치중한 느낌이다.

같은 렉서스라도 후륜구동 세단인 GS보다 살짝 실내 마무리나 재질은 떨어지는 편이다. GS에서는 ‘미친 것 아니야’ 싶을 정도로 ‘초’세심하게 마무리했다면, RX는 ‘세심하게 잘했네’ 정도의 수준이다. GS에 적용된 하이엔드 오디오의 볼륨 다이얼 같은 금속 다이얼은 아니었고 통풍구 한가운데의 아날로그 시계는 없었다.

시트의 편안함도 경쟁 차종보다 뛰어나지만 GS에서 보여준 완성도에 비하면 약간은 아쉬웠다. 반면 정보기술(IT)에 취약한 독일차나 여타의 일본 메이커와 달리 내비게이션의 완성도는 높았다. 에어컨을 계속 틀어도 두통이 없는 점은 렉서스만의 장점이다.

승용 디젤이 없는 도요타자동차이다 보니 2톤이 넘는 덩치에 가솔린 3500cc급 엔진의 힘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물론 메이커에서도 슈퍼카 수준으로 4000cc가 넘는 배기량을 달고 싶었겠지만 고객들이 렉서스에서 기대하는 바는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