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창 경희대 경영대학장
지난 6월 경희대 경영대는 신임 학장을 맞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는 지난 수년 동안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거버넌스 혁신, 국제화, 우수 교수 영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신임 이호창 경영대학장은 커리큘럼을 정비하고 교수의 질과 양을 더욱 확보하는 등의 2단계 혁신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학자의 풍모가 짙게 풍기는 이 학장은 경영대 운영을 책임지는 행정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약력: 1958년생. 81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83년 카이스트 산업공학 석사. 9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의사결정학 박사. 91년 경희대 교수. 2012년 경희대 경영대학장(현).
최근 학장에 취임했는데 각오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학자보다 행정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학장을 맡고 나 자신을 그에 걸맞은 모습으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외국 경영대 학장은 비즈니스맨의 면모가 더 강합니다. 심지어 학위가 없는 기업가 출신도 있어요. 이제 학장으로서 학자일 때 갖고 있던 생각도 바꿔야 하고 사고의 틀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영대 운영 구상은 어떻게 세웠습니까.
우선 커리큘럼 개선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제까지는 교수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었습니다. 학제·편제·전공 등도 교수 중심이 많았습니다. 이제 학생 중심의 시스템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세계적 명문대를 벤치마킹해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에 맞는 커리큘럼으로 정비할 것입니다. 이는 1~2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개선 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진다면 단과대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순순히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경희대 경영대가 추진한 경쟁력 제고 노력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최근 수년 동안 국내 경영대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경희대 경영대도 같은 속도로 성장하며 여러 규모면에서 2배로 커졌습니다. 가장 큰 전환점은 2007년 서울·수원 국제캠퍼스를 통합하면서입니다. 교수 수는 외국인을 포함해 57명이 됐습니다.
국내 경영대 중 세 번째 규모입니다. 입학 정원은 서울·수원 각 300명이었으나 통합 후 320명이 됐습니다. 국내 경영대들이 경쟁적인 환경에 놓이면서 경희대 경영대는 지난 4~5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교육과 연구의 질을 급상승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희대 경영대는 단과별 독립성을 확보하고 자체 발전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습니다.
경희대는 자율 예산 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해 왔습니다. 연초에 한해 예산을 신청하고 받은 예산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집행합니다. 예산안에서 연구비·장학금·연수비용 등 그때그때 우선순위에 따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단과대의 독립성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 자율성이 더 요구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대학 본부에 가서 평가 받아야 하는 작업이 일부 있으니까요.
예산과 인사 등에서 자체 운영하다 보면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본부로부터 경영대의 기금 마련도 자체적으로 할 것을 주문받았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재량권이 주어졌다면 기금 마련도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죠. 학장의 역할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금 마련일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노력이 요구되지만 사회적으로 대학 기부 등에 대해 호응하는 분위기가 아직 미숙한 면이 있어요. 지금 역점을 두는 것은 소액 기부라도 저변을 확대하는 것인데, 이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해당합니다.
경희대 경영대의 차별점과 강점은 무엇입니까.
특별한 방향을 두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경영학 교육을 하는 것이 경희대 경영대의 강점입니다. 최근 경영학이 산업의 여러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어요. 비즈니스가 유행을 타고 교육 수요에 따라 새로운 교과 개발에 대한 니즈가 늘기 때문이죠.
그에 맞춰 경영 교육의 내용이 변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산업은 늘 진화하고 변화합니다. 빠른 사회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본을 강조한 교육이 아주 중요해요. 학부 교육에서는 충실한 기본기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입생은 ‘경영학 원론’ 대신 ‘책임 경영’ 과목을 기초 필수로 이수해야 해요. 이윤 극대화를 공부하는 경영학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경영학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국제화에 대한 현황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학 평가에서 경희대는 늘 국제화 부문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국제화는 경희대 설립자 고 조영식 박사가 역점을 기울여 온 부문이고 전 구성원이 매진해 왔습니다. 최근 외국인 학생이 한국의 산업과 기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유학생 규모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경영대 2000명 중 20개국에서 온 유학생이 333명이나 돼 약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주·유럽 학생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어요. 반대로 우리 학생을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작업도 활발합니다. 총 정원의 약 6%가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우수한 교수 유치를 위한 노력은 무엇입니까.
교수진도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를 초청하는 ES(Eminent Scholar) 사업으로 3명을 현재 유치했고 1명을 추가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문적인 업적이 큰 교수를 모시는 IS(International Scholar) 사업을 통해 외국인 교수 3명이 와 있습니다.
이들 외국인 교수는 장·단기로 경희대에 머무르며 내국인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신임 교수 중심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바꿔 국내외에서 업적이 있는 특별 채용을 확대할 예정입다.
이를 위해 교수채용위원회를 최근 발족했습니다. 일부 경영대는 국내외 주요 학회에서 부스를 차리고 그 자리에서 채용하곤 하는데 이런 방법도 추진하고 있어요. 교수 수를 70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경희대 경영대 졸업생의 취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학교 차원뿐만 아니라 단과대 차원에서 훈련, 취업 정보 제공, 교수 어드바이스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취업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에요. 미스매치가 되기 때문이죠. 경영대 차원에서 학생들이 갖고 있는 취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견기업 등에 다양하게 지원하도록 설득도 하고 중소기업에서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 할 겁니다.그래야 강소기업도 늘고 산업을 키울 인재의 토양도 좋아질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취업 지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담=김상헌 편집장·정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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