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렉스턴W를 시승한 뒤 드는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면 ‘충직한 돌쇠’라고 표현할 수 있다. 파워와 내구성 등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가져야 할 기본기는 충실한 반면 ‘댄디 가이’ 같은 세련됨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말은 SUV의 정통 유전자인 ‘프레임 타입+후륜 구동’의 파워트레인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차에서 렉스턴W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가진 차는 기아자동차의 모하비가 유일하다. 전고가 높고 7인승인 것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측면에서 보면 렉스턴W와 모하비는 비슷한 비례를 가진다. 다만 모하비가 가로 폭(전폭)이 15mm 더 길고 높이가 30mm 더 낮아 살짝 납작한 편이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신형 렉스턴W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헤드램프를 비롯한 전면부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범퍼 모양이 현대적 스타일로 바뀌었다. 측면에서도 휠하우스와 도어 아랫부분을 감싸던 플라스틱 재질이 없어지고 말끔해졌다. 사람으로 치면 성형수술과 군살 빼기에 성공한 셈이다. ‘얼짱 각도’에서 찍은 사진만 보면 렉스턴W도 꽤 세련돼 보이기도 한다.
[카&라이프] 힘·맷집 뛰어난 ‘ 돌쇠’ 같은 차 쌍용자동차 렉스턴W
[카&라이프] 힘·맷집 뛰어난 ‘ 돌쇠’ 같은 차 쌍용자동차 렉스턴W
대가족 성묘 때 이동 수단으로 제격

기본적인 달리기 성능은 나쁘지 않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신형 싼타페는 2.2리터 디젤엔진을 달고도 초기 스타트가 굼뜨다는 느낌을 줬는데 렉스턴W는 2리터 엔진만으로도 저속에서 고속까지 거동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넘치는 힘을 보여준다.

전반적인 실내 정숙도도 렉스턴W가 한 수 위다. 다만 아이들링(정지 시 엔진회전) 때의 소음은 렉스턴W가 더 거슬리는 편이다. 3중 강철 프레임 구조로 무게가 2톤이 넘지만 충돌 안전성은 뛰어난 편이다. 대신 과속방지턱에서의 충격은 거북스럽다.

힘세고 맷집 좋으니 돌쇠라고 할 만하다. 지상고(지상에서 차량 하부와의 거리)가 높고 7인승이면서 3열에서도 넉넉한 헤드 룸을 갖춰 대가족이 명절 성묘할 때 이동 수단으로는 제격이다.

그렇지만 거기까지다. 렉스턴W는 전장 기술의 한계 때문인지 자동변속기의 변속 반응 속도가 굼뜨다. ‘중립(N)→주행(D)’의 조작이 최종적으로 바퀴에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2륜→4륜’ 구동의 변환 시에도 시간이 걸린다.

인테리어도 역시 투박하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너무 낮은 위치에 있는 것도 최신 흐름과 뒤떨어져 있다. CD 플레이어가 없다는 점도 아쉽지만 USB 소켓에 음악이 든 USB 드라이브를 꽂았음에도 음악을 인식하지 못했다. 스마트 키이지만 도어 외부 손잡이에 열림 버튼이 없어 키를 일일이 꺼내서 열어야 한다.

다만 이렇게 투박한 SUV의 특성만 가지고 쌍용차를 비난할 것만은 아닌 것이, SUV의 로망으로 통하는 크라이슬러 지프 랭글러나 지프 체로키도 직접 타 보면 지독한 소음·진동과 투박한 인테리어, 손발이 착착 감기지 않는 운전대와 페달 등에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유형의 SUV는 도시적 세련됨보다 대자연의 투박함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타야 할 것이다. 2733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대도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동 수단에 충실한 차를 원한다면 매력적인 성능과 가격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