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존
디지털존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디지털단지를 찾았다. 직원 수 100명을 자랑하는 곳 치고는 사무실이 작은 편이다. 심상원 대표는 “이곳엔 경영 지원 인력이 있고 각 조직은 5개 지점에 다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일명 ‘아메바 경영(조직 구성원들을 작은 집단으로 나눠 ‘각자도생’하도록 운영하는 경영 방식)’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지난해부터 디지털존은 사업부를 기존 2개에서 5개로 확장했다. 뿌리에 해당하는 영상사업본부 외에 인터넷 전자 증명 발급 시스템을 담당하는 전자문서사업본부와 네트워크 관련 사업을 하는 NC사업부 등을 만들었다.
“영상 솔루션 B2B 사업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는데, 경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미래를 대비해 신규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처럼 소형 조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디지털존은 설립 이후 ‘키코(KIKO)’로 손해 본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적자 없는 성장을 지속했다. 가전 매장이나 전시장, 디지털 광고 시장에 TV 전용 영상 재생기, 분배기를 공급해 국내 1위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 국내 대기업과 소니·필립스 등 세계적인 가전 업체가 주 고객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227억 원. 전체 매출의 45%는 해외에서 나온다. 현재 전 세계 60여 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B2C 시장에 진입했다. ‘위보’라는 인터넷 공유기와 ‘TV플러그’ 하이브리드 공유기 제품을 출시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 공유기를 통해 하나의 IP 주소를 여러 대 컴퓨터가 공유해 사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 TV와 PC 등의 영상 데이터를 컨트롤할 수 있다. 네트워크 관련 사업은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디지털존은 ‘기술로 차별화해 새 시장을 열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의 강점은 네트워크 기술을 연구 인력이 자체 생산한다는 겁니다. ‘미디어 서버’라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했습니다. 기존 시장에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죠. 목표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제값을 받는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판로 개척과 함께 디지털존이 전국에 구축하고 있는 유통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심 대표는 “앞으로 정보기술(IT) 컨버전스 시장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고 이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 인력도 충원하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존의 직원들은 매월 분기마다 한자리에 모여 실적을 얘기하는 자리를 갖는다. 사업부별 상세 실적을 공유하고 대표이사의 월급여와 접대비 등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창업하기 전 한 코스닥 회사에서 근무했었는데 3년 만에 망하는 걸 보면서 투명한 기업이 오래간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의 원칙은 대표의 친인척이 회사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설립 13년을 맞은 디지털존은 내년 말 이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2009년 키코에 가입해 약 50억 원의 손해를 봤지만 고등법원에서 승소하며 50%를 돌려받게 됐다.
심 대표는 지금까지 안정된 성장을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을 향해 나간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올해 매출이 320억 원 정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면서 주력 수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게 더 큰 목표입니다.”
디지털존
설립: 1999년 2월 11일
직원 수: 100명 (연구·기술직 46명, 기타 54명)
자본금: 19억 원
총자산: 193억 원
매출액: 227억 원(2011년 기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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