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건설업계에서는 다양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분양가를 깎아주는 ‘할인 분양’, 계약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중도금 무이자’는 기본이다. 몇몇 건설사들은 선(先)거주 후(後)구매’, 집값이 떨어지면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분양가 안심 리턴제’ 등 파격적 혜택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 식사지구에 분양 중인 GS건설의 ‘일산 자이 위시티’는 ‘애프터 리빙 계약제’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총 4683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일산자이 위시티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무대가 됐을 만큼 잘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률이 예상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지난 5월 ‘회심의 카드’를 내밀었다. 회사 보유분 중 전용면적 196㎡ 이상 대형 평수(59평, 74평, 83평) 300가구에 대해 ‘애프터 리빙 계약제’를 시행한 것. 이 제도가 활용된 대형 평수 300채가 한 달 반 만에 주인을 찾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애프터 리빙 계약제는 말 그대로 먼저 살아보고 난 뒤 구입을 결정하는 제도다. 최초 계약금 5%를 내고 3개월 안에 나머지 15%를 납부하면 입주가 가능하다. 전용면적 196㎡(59평형)를 예로 들면 분양가 8억6500만 원 중 20%인 1억7300만 원 정도를 내면 즉시 입주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입주 3년 뒤에 이뤄진다.

이 기간 중 회사에서 중도금 50%에 대한 이자(4.7%)를 대납해 준다. 최초 계약은 3년이지만 2년간 살아본 후 계약하지 않으면 계약금은 돌려받고 위약금을 낸 후 떠나면 된다. 위약금은 회사에서 대납해 준 이자 중 일부(2%)에서 결정된다.

전용 196㎡의 위약금은 2600만 원가량 된다. 대신 초기 계약금 1억7300만 원은 돌려받는다. 만약 입주 2년 뒤 구입하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1년 안에 잔금 30%를 납부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 즉 일산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3년간 보증금 없이 월세로 70만 원을 내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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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애프터 리빙 계약제’가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이 제도의 대상 평형을 162㎡형(49평형), 168㎡형(51평형)까지 늘렸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금 20%만 있으면 바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 실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끌었다”며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다 2년 후 계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나 세금으로 고민이 많은 다주택자들에게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GS건설은 건설사 보유분을 제외한 150가구에 대해서도 애프터 리빙 계약제에 준하는 혜택을 적용했다. 가칭 ‘애프터 리빙 리턴’으로 불리는 이 제도가 애프터 리빙 계약제와 다른 점은 입주 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일부 가구를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신 입주 3년 후 계약자가 원하면 회사에 분양 가격으로 되팔 수 있고 또 계약 당시 분양가의 20%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

애프터 리빙 계약제의 모태랄 수 있는 ‘분양 조건부 전세’도 인기다. 서울시 SH공사는 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에 ‘분양 조건부 전세’ 제도를 적용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 조건부 전세 계약자는 장기 전세 시프트와 같이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의 전셋값을 낸 뒤 2년간 거주 후 감정가격으로 분양받으면 된다. 단 분양을 포기할 때는 위약금(전세금의 10%)을 물어야 한다.

비슷한 형태로 ‘잔금 납부 유예제’를 도입하는 곳도 많다. 롯데건설이 서울 평창동에서 분양하는 ‘롯데캐슬로잔’도 올 들어 4000만 원 상당의 취득세를 전액 대납해 주고 잔금의 50%를 2년간 유예해 주는 할인 정책을 구사했다. 이 결과 최근 전체 미분양의 20%를 해소했다. 용인시 구성자이 3차 아파트는 이미 준공된 아파트지만 2년간 잔금 납부를 유예하고 계약자에게는 고급 자동차까지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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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가 수익 보장하는 오피스텔도

현대건설이 경기 용인시에서 분양하는 성복 힐스테이트는 ‘분양가 안심 리턴제’를 내걸었다. 이는 집값이 떨어지면 분양가 중 일부를 돌려주는 일종의 ‘캐시백’ 서비스다. 입주 2년 후 당초 구입가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많게는 1억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시세는 KB국민은행이 작성하는 시세표를 기준으로 한다. 분양가 60% 대출 시 5년간 이자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분양가 20%인 잔금에 대해 납부 유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계약금 안심 보장제’ 역시 경기 침체가 낳은 마케팅 방법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김포시 풍무지구의 ‘한화꿈에그린 유로메트로’에 올 초부터 ‘계약금 안심 보장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입주 시점에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져 계약을 해지해도 위약금 없이 계약금(10%)을 돌려주는 제도다.

물론 개인적인 변심에 따른 분양권 포기도 가능하다. 제도 시행 이후 계약 건수가 꾸준히 늘어 현재 7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2년 뒤에는 경기가 살아나 분양가 이상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오류지구에 세워지는 풍림아이원은 ‘개발 호재 확정 전 이자 지원제’라는 독특한 방식의 분양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아파트 중도금의 대출이자를 2016년까지 회사 측에서 지원한다. 이유는 인천 지하철 2호선 오류역 개통이 2016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하철 개통이 이 단지에 가장 큰 호재인 만큼 분양자들이 실질 이득을 보기 전까지 대출이자를 사업자가 부담한다는 취지다. 회사 측은 이자 지원 외에도 초기 분양가 10% 할인과 발코니 무료 확장, 취득세 지원 등 다른 지원책을 합치면 약 28%에 달하는 할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분양이 늘어난 오피스텔은 건설사가 임대를 보장하는 곳도 생겼다. 대우건설은 8월 30일 ‘정자동 3차 푸르지오 시티’에 ‘책임 임대 보장제’를 도입했다. 입주 후 2년간 24~29㎡(전용 10평 미만) 1398실에 대해 타입별로 월 상한 80만 원부터 90만 원까지의 임대료를 회사에서 보장해 줄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이를 위해 ‘입주 및 임대 관리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불황 이기는 마케팅] 부동산도 불황형 마케팅 "할인은 ‘기본’…이색 아이디어 ‘속출’"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